동네한바퀴(69) 대덕면 문학리 내문마을
호남의 명사찰 ‘옥천사’ 있던 마을
유생 모여들어 많은 인재 배출 문학리(文學里)

▲마을풍경(김장철 텃밭)
▲마을풍경(김장철 텃밭)

2년 전 문학리 2구 외문마을을 방문해 기사를 썼다. 1km 정도의 거리일까? 그때 외문마을에서 바라보는 산자락 아래로 길게 늘어선 문학리 1구 내문마을 풍경이 아름다웠었다.

내문마을은 신라 말엽 (약 900년 전)에 생겼다고 전해오나 확실치 않다. 처음 광산김씨·금성나씨·밀양박씨가 살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연대는 미상이다. 마을이름 유래는 신라시대 문학리에 옥천사(玉泉寺)라는 절이 있었는데 승려가 420명이 넘는 호남의 명사찰이었다. '옥천사는 가히 글 읽기에 적합하다.’하여 각 지방 유생들이 모여들어 인재가 많이 배출되자 문학리(文學里)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옥천사는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 

국도 60호에 가까운 쪽에서 마을로 들어가자 맨 첫 집에서 양봉하는 어르신이 보였다. 

▲연우꿀농장 대표
▲연우꿀농장 대표

도시에서 감리사·시공 특급기술사 일을 하시다가 내문마을에 이사한 지 20여 년 된 어르신은 ‘연우 꿀농장’이라는 상호로 숙성 꿀을 생산하고 있었다. 숙성 꿀이 무엇인지 물었다. 

흔히 시중에 나오는 꿀은 빠른 생산을 위해서 짧은 기간 안에 채밀한다. 숙성 꿀은 벌통에서 2주 이상  더 기다리면 벌이 꿀을 밀봉한다. 이때 수분 함유량이 18% 정도가 되어 진정한 꿀이 된다. 이 후 3개월을 더 놔두면 자연숙성이 되어 정말 맛있고 건강한 꿀이 된다고 한다. 자연숙성 꿀맛이 어떨까 궁금해서 맛을 봤다. 시중에서 산 꿀의 맛과는 정말로 달랐다. 톡 쏘는 맛이 전혀 없이 부드러우면서 깊이가 있어 더 먹고 싶어졌다. 

주변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벌들이 산야초에서 꿀을 따온다고 하니 연말에 가족들에게 선물로 보내려고 6통 주문했다. 그런데 2kg 한 통에 5만 원밖에 받지 않았다. 왜 이렇게 저렴하게 판매하는지 묻자 돈벌이에 욕심내지 않고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이 숫자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통나무를 적재해두고 집과 집앞을 청소하고 있었다. 나무 냄새도 정말 좋았는데 주변 청소를 하고 계셔서 그분께 말을 걸었다. 김금영(영광임업 대표)님이었다. 

▲마을회관
▲마을회관

무슨 나무인지 묻자 편백나무가 주종이고 삼나무 참나무도 있다고 했다. 이 나무들은 산림청에서 간벌할 때 나오는 나무로, 경쟁입찰을 통해서 구매한다. 보통 현장에서 바로 소비자에게 판매되지만 재고가 남으면 이곳에 적재해둔다. 함께 청소하는 젊은 분이 누구인지 묻자 아들이 다니던 직장 사표 내고 아버지 일을 이어서 하기 위해 배우고 있다고 했다. 

“일은 밑에서부터 배워야 만일의 경우 사업이 잘되지 않을 때는 육체노동으로라도 일을 해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궂은 일 부터 가르치고 있다.”는 건강하고 인생관을 갖고 있는 김금영 님께 회사 자랑을  부탁했다. 목재를 원하는 사람의 규격(목재 길이 와 두께 등)에 정확하게 맞춰 재단해서 제공하므로 손이 두 번 가지 않게 해서 반응이 좋다고 했다. 김금영 님과 작별 인사하고 더 위로 올라갔다. 

조금 더 올라가니 모녀인 듯 보이는 두 분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채소를 다듬어 김장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조금 더 올라가니 ‘죽림정사’라고 쓰여진 주택형 사찰에서 스님 두 분과 대중(신도 또는 일반인) 몇 분이 김장 500포기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두 분은 배추와 무를 씻고 두 분은 쌀죽과 다시 물을 우려내고 있는 것을 보니 사찰의 김장 비법이 궁금해졌다.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바빠서 방해될 것 같아 그냥 나왔다.

▲석양의 마을풍경
▲석양의 마을풍경

조금 더 지나가니 경제적으로 제법 잘 살았을 것 같은 주택 두 채가 비어있어서 누군가 들어와 정리하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올라가니 마을회관·마을정자·500년 넘은 느티나무가 있었다. 마을이 1km 이상 될 것 같은 산 아래 길을 따라 조성되어있고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산책하기에 좋은 형국이다.

내문마을에서 ‘영광임업’의 편백나무 향도 맡고 ‘연우꿀농장’의 맛있는 꿀도 맛보며 산책 한 번 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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