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화려한 변신 팬지꽃차

마당에 자리 잡지 못한 팬지가 새벽안개와 이슬을 먹고 기다리는 중이다. 가을걷이로 바쁜 10월이 지날 때쯤 시작하는 팬지 정식. 내한성 작물이라서 하얀 겨울을 버티고 새로운 봄날 꽃을 피우기에 찬바람이 오기 전에 서둘러서 심고 있다. 기다리는 팬지는 빼꼼 고개를 들고 겨울나기 집을 향해 고갯짓을 하고 있다.

팬지는 꽃차로서도 일품이지만 가지고 있는 색의 장점과 연중 수확이 가능한 채소로서도 최고의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다. 30년 전 한국에 허브가 소개되면서 생화로 가장 많이 쓰였던 꽃이 바로 팬지, 그중에서도 소륜계로 말하는 비올라, 작은 팬지다.

팬지는 다채로운 색의 화려함으로 귀한 대접을 받으며 음식의 중심에 귀엽고 예쁘게 올라간다. 전국의 유명한 허브가든에서는 팬지가 중심이 되어 한련화, 세이지 등 허브식물을 활용한 음식, 대표적으로 비빔밥이 유행하기도 했다. 지금도 꽃비빔밥을 떠올리면 흔히 팬지를 떠올리곤 한다. 이외에도 피자, 샐러드 등 다양한 음식에 팬지가 사용된다.

오래전부터 생소한 체험하고 느낀 기억 속에서 팬지는 화단 조성을 위한 꽃에 그치지 않고 먹는 꽃, 즉 채소라는 인식이 있었다. 물론 소륜계 팬지는 화단조성용이나 경관 조성으로 사용되는 팬지는 주로 중륜계와 대륜계로 꽃의 크기가 크다는 점, 재배 시 농약 사용이 있기 때문에 식용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처음부터 식용으로 재배되는 채소로써 팬지는 농약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겉이 비슷해보여도 관상용인지 식용인지에 따라 재배법과 관리 및 수확법이 다르니 이점을 참고하면 좋겠다.

2005년부터 시작된 12주 평생교육프로그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재가 ‘팬지꽃의 활용’이다. 비올라(팬지)는 생화일 때 달걀흰자를 꽃에 펴 바르고 그 위에 설탕을 뿌리면 ‘꽃사탕’을 만들 수 있는데, 이렇게 만든 꽃사탕은 그 자체로도 신선하고 맛있지만 케익이나 빵, 팥빙수, 샤베트 위에 토핑으로 올라가 화려함과 귀함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꽃얼음’을 개발했을 때도 팬지는 역할을 해냈다. 

2000년대 초반에 얼음 속에 꽃을 넣어 얼린 ‘꽃얼음’을 이용한 일명 ‘꽃눈물차’가 만들어 졌을 때, 잡지는 물론 방송까지, 박람회 때는 각종 방송사에서 준비한 시간대에 맞추어 방영되고 보도되는 등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당시 꽃얼음은 단순하게 꽃을 물과 함께 얼리는 것이 아니라, 얼음이 녹을 때 꽃이 다시 피어나고 향이 묻어져 나오는 효과를 연출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처음에는 제비꽃과 아카시아꽃으로 시작해 팬지에 이르기까지, 단순하게 사각모양에서 벗어나 둥근 모양, 스틱모양 등 차가운 찻잔에서 피어나는 꽃을 연출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팬지꽃은 가정에서도 쉽게 기를 수 있는 꽃이었기에, 앙증맞은 귀여움을 담아내는 팬지꽃얼음은 일상적이면서도 화려한 매력으로 사람들에게 더없는 사랑을 받고 또한 행복을 안겨줬던 소재다. 

팬지꽃얼음을 만들 때는 얼음틀에 물을 70%만 담고 꽃을 하나씩 올린 다음 냉동고에 얼려야한다. 물을 가득 채우면 물이 어는 과정에서 팽창하고 꽃이 겹쳐지기 때문에 꽃의 모양이 찢어지게 된다. 꽃얼음은 형태를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이점에 유의하여 꽃얼음을 만드는 것이 좋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꽃얼음을 만들 때 팬지꽃차의 수색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팬지꽃차로 다양한 수색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에, 찻물을 우려서 좋아하는 색 위에 생화를 올려 얼리면 훌륭한 연출을 해낼 수 있다. 기호에 맞추어 선택해서 사용하면 좋을 듯하다.  

‘분말’형태로도 팬지꽃은 쓰임이 있다. 특히 보라색 계통의 팬지꽃은 분말로 만들어서 사용해도 훌륭하다. 천연색소로 사용하면 찻물에서 보지 못한 또 다른 색이 연출된다. 음식을 만들 때 활용하면 색이 주는 화려한 변신에 즐거움이 배가 될 수 있다.

2012년 농촌진흥청 보도에 의하면 팬지는 약 300억원의 시장 매출을 형성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오늘날 팬지꽃은 농산물, 가공식품, 교육 및 교육교재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시장가치를 인정받는 자원 식물이다. 무엇보다도 팬지의 다양한 쓰임, 화려한 변신은 우리 일상과 식탁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주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단순한 꽃차로서의 쓰임뿐만이 아니라, 그저 무궁무진한 즐길 거리라고 여기고 바라본다면 팬지 화분 하나를 놓는 것만으로도 우리 일상의 기쁨과 행복이 넘쳐날 수 있지 않을까.

올해는 11월 초까지 참 포근하다. 다만 갑자기 추워진다고 하니, 그 전에 팬지를 심어야 한다. 겨울을 보낸 팬지는 아마 내년 초 전국에 심겨지는 팬지보다 더 단단하고 더 많은 생명력을 가지고 봄을 맞이할 것이다. 따뜻한 땅의 기운을 먹고 하얀 겨울을 지새우고 다시 꽃대가 올라오는 봄날을 생각하며, 땅에 심겨지길 기다리는 팬지꽃에게 손길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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