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북구(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북반구의 아시아와 유럽에서는 기원전부터 야생 딸기의 채집과 이용 문화가 있었다. 스위스의 투완(Twann) 유적에서 출토된 기원전 3830년부터 3760년경의 곡물 수프에서는 딸기의 마른 열매가 발견되었다.

고대 로마에서는 딸기 재배가 이미 행해졌다. 서기 1000년에는 문헌에 등장했고, 1484년에는 그림이 인쇄되었다. 14세기부터 16세기에는 여러 품종이 재배되었다. 고대 남미 원주민들 또한 선사시대부터 딸기를 식용했으나 그들이 먹었던 딸기는 모양이 작았고, 맛도 매우 시큼해 현재의 크고 달콤한 딸기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현재의 크고 맛있는 딸기는 아메리카 대륙과 관련이 있다. 대항해 시대에 유럽인들은 포르투갈과 스페인 선박을 통해서 아메리카 대륙의 딸기를 유럽으로 도입했다. 1623년 미국의 동부, 중부 및 캐나다 동남부가 원산지인 북미산 버지니아딸기(Fragaria virginiana)가 프랑스에 도입되었었다. 이 딸기는 향은 강하지만 크기가 작은 것이 특징이었다. 거의 100년 후인 1714년에는 프랑스의 군인인 프레지에(Frezier)가 크기가 큰 칠레산 딸기(Fragaria chiloensis)를 유럽에 도입했다. 

북미와 남미에서 유럽으로 도입된 딸기는 각각 식물원을 통해 유럽 각지로 보급되었다. 1750년경 프랑스인에 의해 북미산 버지니아 딸기(Fragaria virginiana)와 칠레산 딸기(Fragaria chiloensis)의 교잡에 의해 현재의 딸기와 같은 현대 딸기의 원조가 되는 프라가리아 아나나사(Fragaria x ananassa)를 만들어 냈다. 이 딸기의 학명은 Fragaria x ananassa로 다른 식물과는 달리 학명에 문자 ‘x’가 있는데, 이것은 두 가지 다른 종의 잡종이라는 의미이다. 

유럽에서 남북 아메리카 원산의 딸기가 교배되어 통합된 품종으로 만들어진 딸기는 1700년대 후반에 다시 아메리카 대륙으로 돌아왔다. 1825년에 이르러서는 미국에서 딸기 생산이 확고히 확립되었다. 최초의 인기 품종 중 하나는 1838년에 매사추세츠 출신의 과일 재배자이자 식물 육종가이자 작가인 찰스 엠 호베이(Charles M. Hovey)가 소개한 '호베이(Hovey)'였다.

1831년경 영국 런던 시장에서는 딸기가 판매되기 시작하는 등 영국과 유럽 본토에서도 딸기 소비가 더욱 대중화되면서 많은 평민과 귀족들이 자신의 집 정원에 딸기를 심었다. 특히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딸기 생산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일본에서 딸기는 1830년대로 네덜란드인에 의해 도입되어 네덜란드 딸기로 불리었다. 지금은 새빨간 딸기가 선호되는데, 당시에는 피를 연상한다고 해서 식용으로는 그다지 보급되지 않고, 주로 관상용으로 이용되었다. 

그 후 1870년대에 미국과 영국에서 파인애플 딸기, 아나나사 딸기로 불린 것들이 도입되었는데, 이것이 현재 식용되는 딸기의 토대가 되었다. 일본에서 딸기의 도입 초기에는 서민들이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황실 등에서만 이용되는 것이었다.

일본에서 딸기가 본격적으로 재배된 것은 1872년부터이나 여전히 서민들이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1950년대에 비닐 재배가 확립되어 비약적으로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가격도 내려 서민도 먹을 수 있게 되었고, 하나의 산업으로 생산되게 되었다. 1963년에는 처음으로 농림수산 통계표의 품목에 등재되었다.

중국에 처음 도입된 현대적인 딸기는 1915년에 모스크바에 온 러시아인이 흑룡강성 양지포(梁浮浦) 근처에 심은 딸기 500그루였다. 이후 선교사들이 점차 상하이, 허베이, 칭다오, 산동 및 기타 지역에 재배품종을 도입해 재배했으나 활성화가 되지 않았고, 1980년대 이후 산업적으로 장착했다.

위와 같이 현재와 같은 딸기가 만들어져서 재배한 역사는 400년에 불과하지만 어떤 과일이나 채소보다도 사랑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딸기 또한 1900년대 초에 일본에서 도입된 것으로 추정되어 길지 않은 역사이나 세계 9위의 딸기 생산 대국이며, 그 중심에는 담양의 딸기가 있다.

허북구 칼럼니스트
- 목포대학교 원예과학과 농학박사
- 원광대학교 원예학과 겸임교수 및 동서보완의학 대학원 강사 역임
- 유네스코 자카르타 사무국, 미국 MICA 초청 등 해외 강연 25회
-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대한민국수공예대전, 대한민국압화대전 심사위원 역임
- 대만 타이난시정부 초청 등 해외에서 지화(紙花) 개인전 6회 개최
- 국내외 저서 120권, 국내외 학술지 게재논문 34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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