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총체적 실패 현장 '이포보'
한국 사회의 총체적 실패 현장 '이포보'
  • 한국시민기자협회
  • 승인 2013.07.27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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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상징’ 이포보가 이런데, 다른 곳은 말해 뭐하랴

[온 국민이 기자인 한국시민기자협회]한국 사회의 총체적 실패 현장 '이포보' ‘4대강 상징’ 이포보가 이런데, 다른 곳은 말해 뭐하랴

출처 경향신문
경향신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의 글에 따르면 26일 오후 4대강 사업의 한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경기 여주군 이포보를 찾았다. 이포보는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전국 16개 보 가운데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다. 이명박 정부는 수도권 전시효과를 노리고 이포보 건설사업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2011년 10월22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4대강 준공식 기념행사도 이곳에서 열렸다. 이포보를 찾아가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4대강 사업은 단순히 한 토목사업의 실패가 아니다. 한국 사회의 총체적 실패, 시스템 차원의 실패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그 실패를 정면으로 응시해야 한다는 것은 서글프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 물 가두는 보가 이처럼 화려한 외관 필요 있을까

이포보를 찾아가는 과정부터 유쾌하지 않았다. 최근 집중호우로 여주군 남한강 지천에 놓인 전북교가 유실되고 상판이 휘어져 통행이 금지되고 있었다. 이포보에서는 자동차로 10분도 안 걸리는 곳인데, 이 사실을 몰랐던 나는 30분가량을 더 돌아서 이포보로 가야 했다. 뒤늦게 알았지만, 4대강 사업으로 남한강 본류를 대규모 준설한 탓에 발생한 '역행침식' 때문에 생긴 사고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었다.

어렵사리 현장에 도착해 바라본 이포보의 외관은 꽤 멋지다. 백로 모양을 형상화했다는 이포보는 스페인 구겐하임박물관 건물 외벽의 질감을 느끼게 하며, 은빛으로 빛난다. 그런데 이포보의 기능이 결국 물을 가두는 보라는 점에서 이처럼 화려한 외관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 4대강 사업 전시효과를 염두에 둔 게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겉으로 화려한 이포보의 외관 아래 놓인 4대강 사업, 더 나아가 한국 사회의 실패는 실로 참담하다.

 

4대강 사업은 한국 사회의 총체적인 실패, 시스템 차원의 실패를 보여준다. 경기 여주군 이포보는 이명박 정부가 수도권 전시효과를 노리고, 다른 사업장보다 더 화려하게 더 많은 돈을 들여 만든 곳이다. 그러나 토건족들이 장담한 지역 경기·관광레저 활성화는 거리가 먼 것으로 드러났다. 자전거 한 대가 이포보 자전거다리를 건너고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이포보 주변은 한산했다. 한강 물줄기를 따라 놓인 자전거길을 오가는 라이더들이 간간이 눈에 띌 뿐이었다. 장마도 걷혔고, 절정은 아니지만 휴가철인데도 사람들이 드물었다. 근처 상가에 있는 자전거 대여점은 아예 문이 닫혀 있었다. 상가 안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인 안모씨에게 4대강 사업으로 주변 지역 부동산 경기가 어떤지 물어보았다. 4대강 사업 초기에 이포보 주변 땅값이 치솟는다는 언론 보도가 심심찮았던 터라 일부러 물어보았다. "4대강 사업 했다고 해서 지역 경기가 좋아진 것도 없고, 오히려 다른 지역과 비슷하게 부동산 가격은 떨어졌다"고 그는 답했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안 보이느냐"고 묻자 "봄·가을의 주말에는 관광객들이 좀 오는 편인데, 요즘은 장마 뒤끝이라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이포보를 멋지게 지어놨으니 잠깐 들러서 구경하다가 근처 식당에 들러 밥 먹는 사람들은 늘었지만, 정부가 말한 관광레저 활성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덧붙였다.

상가를 나와 근처에 조성된 이포보 수변공원지구를 찾았다. 정부가 '관광레저 수요 창출'을 과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매우 공들였던 공원이다. 공원 입구에 서 있는 안내판에는 '명품보(나 원 참, 보에 무슨 명품이 필요하단 말인가?)는 수자원을 보호하고, 관광레저산업을 이끌어 갑니다'라고 돼 있다. 그리고 맞은편 공원지구에는 물놀이장, 다목적코트, 일광욕장, 피크닉장, 야구장, 족구장, 축구장, 인라인스케이트장, 웰빙캠핑장, 카페테리아, 포토존, 조류관찰대, 오토캠핑장, 휴게쉼터 등 여러 종류의 운동 및 레저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내가 이곳을 둘러보는 30여분 동안 캠핑장을 제외하고는 이 시설들을 이용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기공식 장면에 등장했던 카누나 모터보트를 타는 사람도 강변에 전혀 없었다. 초저녁인데도 족히 100개 이상의 텐트가 들어설 수 있을 것 같은 캠핑장에는 텐트가 10개를 넘지 않았다.

사실 4대강 사업처럼 전국 단위에서 벌어진 대규모 예산사업의 효과를 한 현장에서 확인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4대강 사업 추진세력이 가장 공들인 이포보 아닌가. 그런 이포보가 이 정도라면 다른 곳은 말해 무엇 하겠는가. 나는 지난해 여름 큰아이와 함께 경북 상주까지 4대강 자전거도로를 달려본 적이 있다. 4대강 자전거도로도 한강 구간인 충북 충주까지만 그나마 번듯하게 돼 있지 한강 이남 구간은 부실한 경우가 많았다. 자전거길을 따라 곳곳에 수변공원이나 운동시설, 휴게시설 등이 들어섰지만 이용자는 드물었다.

22조원 넘게 투입된 4대강 사업 가운데 수천억원이 투입된 자전거도로는 그나마 가장 호의적으로 봐줄 수 있는 부분이다. 사실 자전거도로 사업은 4대강 사업에 친환경과 에너지 절감 이미지를 덧칠하기 위해 추진한 구색에 가깝다. 정말 자전거도로가 에너지 절감이나 온실가스 저감 등에 기여하려면 유럽의 상당수 국가들이나 중국처럼 자전거가 도심의 도로를 마음껏 달릴 수 있어야 한다.

어쨌든 이날 이포보에서 직접 확인한 부분은 4대강 사업 실패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지난 15일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는 '위장 대운하 사업, 4대강 사업의 대안을 찾는다'는 주제로 월례 정책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내걸었던 4대강 사업의 목적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조목조목 짚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의 목표로 수량을 확보해 가뭄을 해결하고, 홍수를 예방하며, 수질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또 34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약 40조원의 생산유발효과를 일으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들 목표 가운데 지금껏 달성되거나 효과가 나타난 것은 거의 없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당초부터 물이 부족했던 지역은 4대강 본류가 아닌 지류의 산간농촌이나 도서해안 지역이었다. 이들 지역 물부족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홍수를 예방하기는커녕 지천의 홍수 위험은 여전하고, 오히려 처음에 소개한 전북교 사례처럼 4대강 곳곳이 세굴현상 등으로 홍수에 더욱 취약한 구조가 됐다. 지난해 여름 발생했던 4대강 녹조현상이 말해주듯 수질 또한 오히려 나빠졌다. 물의 흐름을 16개의 보로 막아놓는데 수질이 좋아진다면 그것은 기적이다. 34만개나 창출된다던 일자리는 겨우 건설 인부 등을 중심으로 2000개 정도의 일시적 일자리가 만들어진 데 그쳤다. 박 교수는 "그래도 정부가 4대강 유지관리를 위해 공공부문에서 778명의 안정된 일자리를 늘린 게 가장 확실한 성과라면 성과"라고 꼬집었다.

■ 자전거도로 달려보니 이용자 드물어 한산

지역경제 활성화? 이 말에는 코웃음이 절로 나온다. 4대강 사업을 포함해 대대적인 부양책을 쓰고 재벌 대기업들 위주로 인위적 고환율 유지책을 쓴 결과 2010년에 반짝 성장했던 한국 경제는 이후 계속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오히려 4대강 사업 같은 낭비성 사업에 예산을 탕진하고 무리하게 부자들 중심의 감세정책을 실시한 결과 박근혜 정부는 세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4대강 사업 후 유지관리비도 엄청나다. 국토교통부는 연간 2000억원 수준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한하천학회 추정으로는 약 5700억원에 이른다. 최영찬 서울대 교수는 연간 유지관리비가 8077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감사원이 추정한 과다준설로 인한 관리비가 연간 2880억원, 자전거도로 및 제방, 수변공원 등에 연간 1997억원, 정부가 수자원공사에 사업을 떠넘긴 바람에 발생한 수자원공사 부채 이자비용 지원금 3000억원 등만 포함해도 7877억원에 이른다. 4대강 연계사업인 경인운하사업 운영비 200억원을 합치면 8077억원이다. 4대강 사업을 시작하기 전 유지관리비가 250억원 수준이었으니 32배가 늘어난 셈이다. 더구나 사람의 생애처럼 시간이 지나 시설물이 노후될수록 이 비용은 더 커질 가능성도 높다. 당장 돈으로 따지기 어렵지만 4대강 사업에 따른 환경 파괴나 수질 악화 등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이 액수는 훨씬 커질 것이다.

사실 4대강 사업은 현대건설 사장 출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시대착오적인 토건개발 판타지에서 출발했다. 그냥 한 개인의 판타지로 머물렀으면 됐을 일인데, 그가 대통령이 되어 실행에 옮겼다는 게 이 나라의 비극인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건설산업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에서 이제 토건 중독증에서 벗어나야 할 시기에 우리는 가장 대규모 토건사업을 벌인 셈이다. 그리고 한 나라의 재정사업은 공동체 전체의 미래 진로를 개척하는 투자행위다. 4대강 사업비 22조원은 국공립대 대학생 등록금 14년치인데, 매년 그 이자와 유지관리비를 따지면 우리는 영구히 국공립대 대학생 등록금을 무상으로 해줄 수 있었다. 우리는 우리 젊은이들의 미래를 위해 소중하게 쓰일 돈을 4대강 강바닥에 허무하게 처박아버린 셈이다.

한편으로 4대강 사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무너지는 부동산시장과 건설업계를 떠받치기 위한 한국 정부 부양책의 상징이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의 무지막지한 토건부양책 남발로 2006년 20조원 수준이던 공공부문 공공사업 발주액이 2009년에는 51조원까지 폭증했다. 그럼에도 수자원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빚만 잔뜩 늘었을 뿐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는 것을 막지 못했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공공부채 400조원과 가계부채 290조원가량을 늘려 부동산 거품의 에너지를 더욱 키워놓았다.

이런 어리석은 짓은 일본도 했던 일이다. 일본 정부는 부동산 버블 붕괴를 막기 위해 1992~1995년까지 무려 66조9000억엔에 달하는 각종 경기부양대책을 쏟아냈다. 경기부양대책 외에 2조엔씩 세 차례 보완대책이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총 재정투입은 73조엔에 이른다. 1994년 일본 정부의 일반예산 규모와 맞먹는 액수였다. 하지만 결국 버블 붕괴는 막지 못하면서 낭비성 토건사업만 남발했다. 뚜렷한 계획도 없이 육지와 무인도를 연결하는 대교를 건설하고 아무런 목적도 없이 산을 마구 훼손했다. 산토끼와 노루만 다니는 도로, 조그만 시골길과 연결되는 거대한 고가도로들이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지어졌다. 이 시기 건설된 토건물이 완공 이후 막대한 유지관리비를 감당하지 못해 일본 지자체들 상당수가 이후 파산하기도 했다. 우리는 일본의 처참한 전례를 보고서도 그 전철을 고스란히 되밟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의 실패는 단순히 큰 국책사업 하나가 실패한 데 그치는 게 아니다. 이 나라가 시스템 차원에서 총체적으로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대다수 기득권 언론들은 4대강 사업을 마치 정쟁의 대상인 것처럼 양비론으로 다루거나 아예 대놓고 찬양하기도 했다. 숱한 관련 전문가들이 이 사업의 (비)논리적 근거를 제공하거나 옹호하며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또 다른 상당수 전문가들은 침묵했다. 국내 최고 국책연구기관이라는 한국개발연구원은 4대강 사업의 사업성을 사실상 조작했다. 이미 실패로 드러나고 있는 사업을 진행한 관료들은 줄줄이 훈장을 받거나 승진했고, 학자들은 아무런 반성도 없다. 기득권 언론들도 여전히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가 이르다"며 파렴치한 논조를 계속 펴고 있다. 공정위는 참여 건설사들의 담합 사실을 일찌감치 확인하고서도 제때 조사하지 않았고, 검찰도 늑장수사에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했다. 여당은 그렇다치고 야당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었다.

■ 나라 망치는 정권의 폭주 제대로 견제 못해 안타까워

박근혜 정부 들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낸 감사원의 '뒷북감사'는 이런 시스템 실패의 정점이다. 도대체 4대강 사업이 명백한 실패의 길로 가고 있을 때 감사원은 뭘 했나. 박근혜 정부가 지금 추진하려 하는,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지역공약 사업들도 다음 정권에서 감사할 텐가. 가장 큰 국책사업에 대해 감사원이 제때, 제대로 감사하지 못한다면 감사원의 존재 이유는 뭔가. 감사원은 누가 감사하는가.

이처럼 우리는 나라를 망치는 정권의 폭주행위를 아무도 제대로 견제하지도, 제어하지도 못했다. 문제는 토건족의 폭주를 막고 '생활정치 중심의 시민국가'로 바꾸지 못하는 한 한국 경제는 새로운 활로를 열 수 없다는 점이다. 4대강 사업에 맹렬히 맞섰던 박창근 교수, 최병성 목사, 김진애 전 의원, 최승호 PD와 깨어 있는 풀뿌리 시민들만이 이 나라의 앞날에 조그만 희망의 빛을 선사한다. 그들이 있어 정말 다행이다.  < 선대인 |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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