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고 화단을 정리하다보니 화단에 조형물로 올려 놓은 열댓개 항아리 가운데 두 개가 깨어졌다. 이걸 어찌할까 생각하다가 그 자리에 그대로 두었다. 금이 간 항아리이지만 나름대로 쓸모는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금이 간 항아리로 인해 손해가 막심하게 발생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소금이나 걸죽한 된장을 담가 놓은 독은 금이 가더라도 큰 문제가 안되지만 간장독에 금이 가면 그 귀한 간장이 다 새어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이 간 독은 쓸모가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수도가 없어서 마을 공동우물을 지개로 퍼 날으며 살아가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어떤 남자가 날마다 물 항아리에 물을 담아 지게위에 올려 집으로 퍼 날으며 살았다고 한다. 농부가 물을 철철 흘리며 집으로 가는 모습을 본 그 마을의 어떤 진사양반이 "여보게! 자네가 물지게를 지고 다니느라 수고는 많네만, 항아리가 금이가서 물을 많이 흘리고 다니니 이왕이면 금이 안간 항아리를 사용하는게 낫겠네."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농부는 이렇게 말했다. "안 그래도 항아리를 바꾸어 볼까를 생각했읍죠. 그런데 날이 너무 가물어서 길 옆에 자라던 꽃들이 다 말라죽고 있기에 일부러 금이 간 항아리에 물을 담아 집으로 가면서 꽃들에게 물을 주기도 합니다요. 내 목이 마르면 나야 두 발로 우물까지 걸어가서 물을 마음껏 마실수 있지만, 저 식물들은 물을 먹으러 우물까지 이동할수도 없으니 꼼짝없이 말라 죽는 것이 안타까워서죠."

농부의 이러한 따스한 마음씨와 남이 알아주지 않는 일에도 한결같은 수고로움 덕분에 농부네 집으로 향하는 길 옆에 심은 꽃들은 극심한 가뭄과 상관없이 예쁘게 꽃을 피우고 꽃 향기를 터트렸다고 한다. 금이 간 항아리라고 하더라도 잘 활용하면 생명을 살리는 훌륭한 도구가 된다. 아싸!~~ 오늘 내게 주어진 환경이 어떻다고 탓하지 말고 생명 살리기에 힘쓰는 날을 살아보면 어떨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는 이 농부같이 배려심 많은 사람들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

<글> 김용진 교수, 전)한남대학교 철학과 강의교수, 국제웰빙전문가협회 협회장, 행코교수단 단장, 한국행복학회 학회장, 행복 코디네이터 창시자, '뉴스포털1'과 '한국공보뉴스'의 칼럼니스트이다. 주저로는 행복과 관련된 전문도서인 <행복지도사><행복교육사><행복상담사><행복 코디네이터><인문학 Symposium><행복특강의 핵심주제들><행복인생경영> 등이 있고 31권의 행복강사들을 위한 공동저서가 있다. 행코교수단과 한국행복학회를 통해 행복서포터즈 운동, 마을리더 행복멘토 입법추진, 행복대학교 설립 2030 비전을 차근차근 추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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