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맞이의 떡국 한 그릇의 따스함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솔개봉을 오른다.
전남 곡성군 죽곡면 원달리에 위치한 작은 솔개봉은 죽곡청년회(회장 남정우) 주관의 해맞이 행사가 열리는 곳이다. 지난 3년간 COVID-19 방역지침에 따라 열리지 못했던 행사가 드디어 2023년을 맞아 만 3년 만에 개최된 것이다. 저마다의 소망과 설렘을 안고 정상에 도착한 주민들은 농민회의 풍물패 장단에 맞추어 몸을 흔들거나, 모닥불 주변에 모여 서로 안부를 묻거나 잠시 후 떡국 나눔에 쓰일 떡국과 음식준비에 분주하다.
해는 약간 흐린 날씨 탓에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주민들의 마음에는 새로움의 불덩이 하나쯤 새기기에 충분했던 아침나절의 산책...
따뜻한 떡국 한 그릇 서로 나누며, 서로의 안녕을 빌어주는 죽곡면 주민들의 얼굴이 밝다. 올해는 검은 토끼의 해(癸卯年)이다. 고래로 토끼에 대한 여러 가지 상징이 있어왔지만 올해는 특별히 지혜로운 토끼, 즉 ‘현토(玄兎)’를 기원해 본다. 현토를 상징하는 말에는 ‘교토삼굴(狡免三窟)’이라는 말이 있다. 지혜로운 토끼는 구멍(굴)을 세 개 판다는 의미로 지금 당장의 것만을 추구하지 않고 내일의 것을 준비하는 토끼의 지혜를 빗댄 사자성어이다.
작은 곳에서 소박하게 기념하는 새해 첫 마음들이 이뤄지고, 떡국 한 그릇을 나누며 서로의 안녕을 빌어주는 따뜻한 마음과 민족의 지혜들이 온누리에 알맞게 나눠지는 한해이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