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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불러보았다 문화에 반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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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지
등록일
2018-07-06 18:56:18
조회수
1012
지난 2016년 10월 어느 날에 우타이테 11년 역사상 처음으로 내한 라이브가 열렸다.
이에 열광한 팬들은 당일 한일 한마당 축제의 관람석을 가득 채웠고, 출연자였던 아마츠키는 "아레나 같았다"며 생상한 소감을 전했다.

니코니코 초파티에 대해 알고 있는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아 소개하고 싶다. 니코니코 초파티란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펼쳐지는, 12만, 넷상에서는 700만 명 이상의 관객들이 모이는 대규모 헝사이다.
특히 이 무대에 오르는 출연자들이 모두 니코니코 동화에서 춤, 노래, 연주 등의 영상을 올리는 업로터들이고 관람객 또한 그들의 영상을 본 적이 있거나 좋아하는 시청자, 즉 리스너들로만 이루어졌다는 점이 가장 특이하다.
참여자로는 오도리테(춤추는 영상을 올리는 사람들이다)출신의 남성 9인조 아이돌그룹 Mesemoa. , 게임실황자로 이루어진 유명 밴드 와쿠와쿠밴드,미츠루 마츠오카, 인터넷 유명 3인조 댄스 업로더 그룹 GRANiDELiA, 2017년 첫콜라보로 밀리언을 찍은 인기 신인 우타이테 유닛 Fantastic youth까지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자리를 빛내 주곤 하는데 그런 출연자들 사이에서도 보컬로이드 가상무대의 견줄 정도의 백미(白眉)가 바로 우타이테들의 라이브라고 할 수 있겠다.
우타이테들의 직업 또한 다양하다. 회사원, 고등학생, 대학생..

'우타이테' 란 무엇일까?
그렇다면 '우타이테'란 도데체 무엇일까?
'우타이테'란 란 창작 사이트를 중심으로 불특정의 곡을 커버하여 투고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넷가수'이다.

딱 한번 곡을 올리고 마는 게 아니라, 수년에 걸쳐 한달에 한 번 이상 여러 곡들을 불러 올리는 주기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을 우타이테라고 부르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거의 아이돌과 비슷한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이를 위한 사교육 시스템도 갖추어져 있다고 전해진다.

깊어지고 있는 역사
우타이테라는 문화는 하츠네미쿠가 처음 태어난 해인 2007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지금도 우타이테들이 쓰는 발자취와 역사는 점점 길어지고 있다. 구독자 100만명을 달성한 우타이테, 누적 1000만재생을 달성한 우타이테도 군데군데 존재한다.
해외 쪽에서도 이름을 알리는 우타이테는 해외 공연을 하러 오기도 하고, 굿즈 통판, 캐릭터 인형 재작 등 다양한 방식으로 팬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자유로움
네티즌들이 으레 말하듯이 그들은 자유롭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고 어디로든지 갈 수 있다. 한국도 가고 대만도 가고. 게임,잡담 방송을 하거나 오리지널곡을 만들거나 그 오리지널곡을 커버하는 것도 가능하다. 곡 선택과 소화능력 또한 본인의 자유이고 그걸 평가하는 사람은 리스너에 한해 있다.

우타이테 의식은 수직상승으로도 수직하강으로도 변화하고 있다. 그들은 평소에는 사회구성원인 일반 시민으로써 우리 주변에 녹아들어 있지만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만큼은 목소리 하나로 스타가 된다.
물론 수직하강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부정적인 면모도 존재한다. 간절한 팬들의 마음에 스크래치를 긁는 우타이테도 있다.
이러한 행동들은 단지 노래를 잘하거나 목소리가 좋다는 이유로 허용되어서는 안 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명 우타이테들이 자신의 입장을 스스로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일본에서는 우타이테 개인의 영향력이 크다.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개인 공연을 펼치는 우타이테도 있고, TV프로그램 'R의 법칙'에서 우타이테 특집이 붐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우타이테에 열광하는 일본에 비해 한국에서는 실력파 우타이테들이 일본에서만큼 주목받기가 쉽지 않다. 100만은 가겠지 싶은 영상도 많아 봐야 30만이 고작이다.
한국 쪽의 소비층이 그만큼 얇고 적다는 뜻이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녹음을 친근하게 여겨야 하고,
니코니코동화의 국외 접근성이 더 커져야 한다.

우타이테 문화에 대한 의식은 바뀌어야 한다. 우타이테는 이제 '잘하는 아마추어 가수'라는 뜻으로 쓰이지 않는다. 아무 음악이나 골라다가 콧노래라도 녹음해서 올리면 우타이테가 된다.
그런 간편함이, 평범함이 지금의 불러보았다 문화를 만들었다. 흥얼거림이 오리지널 곡으로, 그리고 오리지널 곡에 사람 목소리가 여럿 들어가서 일본은 바뀌었다. 우리도 분명 그렇게 될 수 있다.

나는 우타이테 관련 기사를 적는 블로그 시민 기자로 활동하고 있고, 그와 동시에 우타이테이기도 하다.
독자 여러분들이 지금 이에 거창한 목소리와 여러 색이 가득 채워진 영상들을 떠올렀다면 그 생각은 그만 그치는 게 낫겠다.
나는 폰 스피커로 녹음을 하고, 인터넷에서 주운 프리소스 이미지 한 장을 대충 붙인 심플한 영상에 내 노래만 깔아서 올릴 뿐이니까.
이거면 충분하다. 다른 준비는 일절 안 한다.
만약 독자들 중에 실용음악과를 전공하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나처럼이라도 우타이테가 되어 줬으면 한다. 한국에는 실력자가 부족하다.
인터넷의 가능성은 넓다.

나에게 있어서 이 장르는 '기대'이다. 매일매일, 하루의 모든 숨 쉬는 시간 동안을 다음 곡을 기다리는 재미로 살고 있다. 오늘은 또 어떤 라이브 소식이나 굿즈, 엘범, 신곡이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

#우타이테 #에세이
작성일:2018-07-06 18:56:18 117.111.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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