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글짜글 잘 끓어서 참 맛있는 돼지 김치찌개
마침내 대전에도 첫눈이 왔다. 그것도 얼추 폭설 수준으로. 첫눈을 일컬어 일반적으로 서설(瑞雪)이라고 한다. ‘상서로운 눈’이라는 것이다.
이는 ‘복(福)되고 길(吉)한 일이 일어날 조짐이 있다’라는 의미다. 복(福)은 우리네 삶에서 누리는 좋고 만족할 만한 행운이다. 또는 거기서 얻는 행복이기에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복이 많아야 자식이 잘되고 만나는 사람도 인본주의(人本主義)이며 양심적이다. 길(吉) 역시 ‘무언가에 운이 좋다, 아름답거나 착하거나 훌륭하다, 착하다’ 등의 복합적 의미를 내재하고 있다.
오래전 푸근한 고향의 상징으로 진한 향수와 감동을 전하던 드라마 <전원일기>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MBC-TV에서 1980년 10월 21일부터 2002년 12월 29일까지 무려 1,088부작으로 방영했다.
여기서 ‘김 회장’으로 나온 최불암은 극 중 이미지 덕분에 '국민 아버지'라는 호칭까지 얻었다. 반면 ‘복길네’로 등장하는 김수미는 전형적인 스테레오 타입의 시골 꼰대다.
동네에서 가장 오지랖 넓은 할머니이자, 수다쟁이에 귀가 얇아 삐지기도 잘한다. 억척스럽고 괄괄한 성격의 욕쟁이로도 소문이 짜하다. 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전원일기]에서 '일용 엄니' 역으로 무려 20년 이상 열연했던 복길 할머니 김수미는 결국 ‘국민 할머니’ 반열에 올랐다.
첫눈을 밟으며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문인들을 중구 선화동에서 만났다. 평소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직접 고급차를 내려주셔서 환담부터 나눴다. 이어 근처의 [가마 고을] 식당에 들어섰다.
<전원일기>의 '일용 엄니' 보다는 김 회장의 부인으로 열연하여 진작 ‘국민 어머니’로 등극한 김혜자처럼 자애롭고, 종갓집 종부(宗婦)처럼 자애심도 바다처럼 너른 박은옥 사모님이 싹싹하게 우리 일행을 맞이했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은 이 집의 베스트셀러인 ‘돼지 짜글이’. 묵은지 김치와 각종 양념이 환상적으로 조합을 이뤘다. 단숨에 술안주의 지존으로 우뚝했다.
‘짜글이’라는 말은 사전에 안 나온다. 그렇지만 여기 대전과 충청도 사람들은 그 의미가 ‘짜글짜글 잘 끓어서 참 맛있는 돼지 김치찌개’라며 묵시적으로 동의하는 일종의 지역 방언(方言)이다.
박은옥 사모께서 올해 칠순을 맞아 효자들이 만든 축하 메시지와 사진까지 벽에 걸려있어 더욱 정겨운 식당 [가마 고을]은 대전여자상업고등학교 부근에서 길을 건너 대전세무서를 향해 잠시 걸으면 우측에 위치한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부대찌개, 동태찌개, 돼지 두부찌개, 갈치 조림, 복매운탕, 오리백숙, 두부 두리치기도 잘한다고 소문이 파다하다.
손도 큰 박은옥 사모는 손님의 밑반찬이 떨어지기 무섭게 채워주는 센스까지 지녔다. 아무리 추운 겨울도 단숨에 뜨거움과 정성으로 끓여내어 만족과 포만감으로 치환하는 [가마 고을] ‘돼지 짜글이’를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