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목, 새로운 생의 기록’이 던지는 화두

대전시 동구 철갑 2길2(소제동) <대전전통나래관> 3층에서 기획전시전 ‘초목(草木), 새로운 생(生)의 기록’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2022년 12월 8일부터 2023년 2월 26일까지 개최된다.

이 전시회는 대전 무형문화재 기능 6종목(초고장, 악기장(북메우기), 악기장(가야금 제작), 소목장, 대목장, 목기장)의 주재료 및 작품 제작 과정을 조명하는 기획전시이다. 전시는 다음의 4부로 나누어진다.

1부 ‘기다림, 자연이 깊어지는 시간’에서는 작품의 주재료인 풀과 나무를 소개하고 좋은 재료가 되기 위한 건조 과정을 보여준다.

2부의 주제는 ‘덜어냄, 안과 밖을 채우기’로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풀과 나무가 깎이고, 꼬이고, 다듬어지는 제작 과정 및 도구를 전시한다.

3부인 ‘드러냄, 가장 자연스러운 재탄생’ 섹션에서는 긴 기다림의 시간과 장인의 천 번의 손길을 통해 드러난 작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4부에서는 ‘완벽한 쓰임새에 깃든 아름다움’을 주제로 긴 과정을 거쳐 완성된 작품들이 조상들의 실생활에 사용된 모습을 한옥 구조물 안에서 실감 나게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의 작품을 위주로 전시했던 기존 기획전과는 다르게 그 재료인 풀과 나무 그리고 제작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무형문화유산의 기능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예로부터 이어져 온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의 전통 제작방식을 거쳐 풀과 나무에 새롭게 깃드는 천년의 숨결을 느껴 볼 수 있는 기회이다. 우리는 예로부터 초목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살아왔다.

전 국토의 75% 이상이 산지인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 덕분에 초목을 활용해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 대표적 증명이 대전시 서구 월평동에 위치한 선사유적지의 움막집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우리의 조상들이 살았던 집과 사용했던 생활용품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쓰임의 미 즉 용즉미(用卽美)였다.

쓰임새의 완벽을 기하는 사이에 아름다움이 자연스럽게 배어들었다는 뜻으로, 화려한 장식만을 내세우기보다는 쓰기에 편하고 보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간결한 아름다움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훼손하지 않고 오히려 닮고자 노력했던 우리 선조들의 성품과 지혜까지 엿볼 수 있었다. 오랜 기다림의 끝에 땅에서 베어져 장인의 손에 깎이고, 다듬어지는 인고의 시간을 겪고 새로운 영혼을 부여받는 풀과 나무를 통해 느리지만 쉽게 변하지 않는 것들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금 느끼는 무게의 울림이 적지 않다.

‘초목(草木), 새로운 생(生)의 기록’ 전시회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월요일, 1월 1일, 설 당일 휴관)이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담은 무형유산의 보고(寶庫)"를 캐치프레이즈로 하고 있는 대전전통나래관은 조상 대대로 살아 온 삶의 자취가 바로 전통이고 그 속에서 인간의 지식과 기술을 가미하여 만들어 온 모든 것들이 전통 문화라고 할 수 있음을 주창한다.

또한 오랜 역사와 전통문화를 간직한 유서 깊은 문화민족으로서 우리의 정신적 자양분이 되어 온 전통문화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을 강조한다. 특히 무형의 문화유산은 세대를 이어가며 그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살아있는 문화유산이므로 앞으로도 묵묵히 옛 전통을 이어가며 우리의 전통 문화 계승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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