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무환(高電無患)의 방책은 있었다

= “2005년 일본 미즈호 증권에서 한 직원이 63만 엔짜리 주식 1주를 파는 주문을 내다가 실수로 1엔에 63만 주를 파는 주문으로 잘못 입력했다. 90초 만에 실수를 알아채고 주문을 취소했지만 그새 수만 건의 주문이 체결됐다. 증권사는 주문을 책임지느라 4000억 원대 손실을 봤다. 금융가에선 이런 실수를 팻 핑거(fat finger)라고 한다. 살찐 손가락으로 자판을 누르다 실수하는 것을 말한다.” =

-> 12월 9일 자 조선일보 <만물상>에서 본 ‘실수의 교훈’이다. 기사를 좀 더 보자.

= “2018년 한국에서도 팻 핑거 사고가 발생했다. 삼성증권이 우리사주 직원들에게 배당을 지급하다 ‘주당 1,000원’을 ‘1,000주’로 잘못 입력했다. 삼성증권 유령 주식 28억 주, 110조 원어치가 추가 발행된 꼴이었다.

직원 21명이 재빨리 손가락을 놀려 500만 주를 팔아치웠다. 문제가 심각해졌다. 미국 증권사들은 거래 내용이 이상하면 자동으로 걸러내는 ‘리스크 서버’가 있는데 당시 한국 증권사들은 그런 안전장치를 갖추지 못했다.(후략)” =

[증권과 자본시장의 이해]를 주제로 김신욱 교수의 특강이 12월 9일 저녁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 교수는 “지피지기백전백승(知彼知己百戰百勝)이라는 말도 있듯 무엇을 하더라도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것은 불변의 원칙”이라면서

“부를 확장하는 데 있어서도 이 법칙은 여전히 통용된다”고 강조했다. 김신욱 교수는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증권과 자본시장의 이해’, ‘증권의 개념과 종류’, ‘채권의 의미’, ‘발행시장의 이해’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위에서 ‘팻 핑거’의 위험성과 중요성을 거론한 건 초 단위로 매매가 이뤄지는 증권시장의 실체와 실례를 새삼 각인시키고자 하는 의미에서의 톺아보기 포석 차원이다.

요컨대 비록 전화와 SNS 등의 ‘초단타’ 거래를 할지라도 본질적으로는 메라비언의 법칙(The Law of Mehrabian)을 준수해야만 실수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참고로 ‘초단타’는 주식 시장이나 암호화폐 시장에서 주식이나 암호화폐를 극히 짧은 시간 내에 매매를 하는 행위를 말한다. 영어로 스캘핑(scalping)이라고 한다.

스캘퍼(scalper)는 ELW 시장 등에서 거액의 자금을 갖고 몇 분 이내의 초단타 매매인 스캘핑(scalping)을 구사하는 초단타 매매자를 말한다. 속칭 '슈퍼 메뚜기'로 불린다.

만성 적자를 넘어 사상 최악과 천문학적 적자의 수렁에 빠진 한국전력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기존 2배에서 6배까지 올려주는 내용의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필자가 문외한이긴 하지만 이 또한 증권과 자본시장의 견해와 상식의 견지 차원에서 접근하고 볼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주지하다시피 오늘날 한전이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까닭은 그 배경에 연료비 연동제의 적용 실패가 웅크리고 있다.

연료비 연동제란 전기 생산에 쓰이는 연료비 변동분을 전기요금에 주기적으로 반영하는 제도를 말한다. 예컨대 원유, 천연가스, 유연탄 등 발전 연료비가 상승하면 당연히 전기 요금을 올리고 반대로 하락하면 전기요금을 내리는 게 상식이다.

한전은 그동안 연료비 상승을 고려하여 전기요금 인상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인지 받아들이지 않아 오늘날의 사태를 키웠다.

물론 명목상으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와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그 본질을 들여다보면 선거와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전형적 포퓰리즘(populism)의 행태였음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은 만고불변의 원칙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고전무환(高電無患), 즉 높은 전기료(高電)에서 자유로울 수(無患) 있는 방책은 우리의 에너지 시장 또한

김신욱 교수의 강의 내용처럼 [증권과 자본시장의 이해] 마인드에 입각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초단타’ 거래를 할 적에도 반드시 ‘메라비언의 법칙’을 마음 깊이 각인하면서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국제 에너지 시장까지 ‘스캘핑’의 시각으로 대처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한편 이날 열강을 마친 김신욱 경영연구소 대표는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재무관리)에서 겸임교수로도 명망이 높다. 한국예탁결제원에서 증권정보기획(빅데이터 등) 팀장과 복합금융상품 팀장으로도 열정을 다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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