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느슨함과 엄정함의 거리는 멀다
헐거워진 삶을 바짝 조이는 계기로 삼다

 

새벽 편지를 쓰다
새벽 편지를 쓰고 우표를 붙이다.

 새벽 4시. 텔레비전은 축구를 말하고, 나는 편지를 쓴다.

 월드컵 브라질과 16강전이다. 조금 일찍 일어났을 뿐인데 몸이 무겁다. 결과는 패배. 승리는 다만 희망이었을지 모른다. 그래도 좋았다.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성적이 중간 가는 학생이 전교 일 등을 꿈꾸었다. 열심히 공부했다. 그렇다고 전교 일 등 되기는 쉽지 않을 게다. 전교 일 등도 놀고만 있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래도 꿈을 꾸었고 열심히 달려왔으니 충분히 아름답다.

 ​열광(熱狂)했다. 포기하지 않은 투혼이 짜릿했다. 9%의 확률을 뜨거운 열정으로 돌파했다. 이것이 세계 최강 브라질 앞에 당당하게 설 힘이 되었다. 위축되지 않은 선수들의 푸른 기상을 응원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16강 진출은 무조건 해내야만 하는 죽음의 처절한 목표가 있었는데, 8강 진출은 이기면 영광이라는 우아한 목표를 설정한 건 아니었을까 하는.

 ​축구 대표팀을 폄하(貶下)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추호(秋毫)의 오해도 없었으면 한다. 다만, 내 삶의 태도를 돌아 보는 것이다.

 ​이 편지만 해도 그렇다. 우체국이 열리는 주 5일, 잠들기 전 편지를 쓴다. 어젯밤 늦게 들어온 데다가 밀린 일이 있어, 이렇게 자위했었다. 내일 축구 때문에 일찍 일어날 터이니 축구 보며 쓰면 된다고.

​ 일상의 목표나 삶의 자세에서도 느슨함과 엄정함의 거리는 이러한가 보다. 헐거워진 삶을 바짝 조이는 계기가 되었다.

 ​투혼의 대한민국, 고맙다. 축구 대표팀, 고생 많았다.

 

* 화순밭담(和順田談) 전라남도(全羅南道) 화순군(和順郡)의 산물(産物) 인물(人物) 문화(文化) 음식(飮食) 이야기다. 오늘을 살피어 내일을 다듬는, 가칭 화순군 마을기자단을 알리는 글 곳간이다.

쿰파니스(cum panis)는 '함께 빵을 먹다'로, 반려(companion)의 어원이다.
쿰파니스(cum panis)는 '함께 빵을 먹다'로, 반려(companion)의 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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