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저(猪)찜만 잔인할까 계란찜도 별반 다르지 않아

 

​ 계란은 팔방미인이다. 김밥에도 라면에도 술안주에도 반찬으로도 어디에든 어울린다. 그런데 이 계란을 먹는다는 건, 때로 불편하다.

 점심이 전주비빔밥이다.

​ 비빔밥의 완성은 달걀 노른자이다. 여러 재료를 넣더라도 가운데 노른자가 없으면 담음새 자세가 안 잡힌다. 그래서인지 유명 비빔밥일수록 노른자를 강조한다. 유기농으로, 방목으로, 목초로 키운 걸 쓴다고 한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한다. '이쑤시개'로 찔러도 터지지 않는단다.

​ 채만식의 수필로 <애저찜>이란 게 있다. 

 막 낳은 또는 젖먹이 새끼 돼지를 애저라 한다. 이것을 푹 고아 먹는 게 애저찜이다. 이걸 처음 접하는데 많이 어색했나 보다. 생각을 해보니 삼계탕이나 별반 다르지 않더란다. 원숭이를 고통스럽게 죽인 골로 만든 음식에 비하면 부처님 요리이고. 어란(魚卵)이나 계란(鷄卵)은 더 잔인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애저찜이 술안주로는 최고라고 한다.

 내가 먹지 않는 걸 먹는 사람을 보며 별스럽다고 멀리했던 적이 있었다. 내가 먹는 걸 먹지 않는 사람을 보곤 까탈스럽다고 불평했던 적도 있었다. 좀스러웠다. 음식은 환경이고 문화인데, 생각이 어렸다.

 비빔밥 먹는 상에 여러 사람이 둘러앉았다. 자기가 싫어하는 재료가 있는 사람도 있었을 터이지만 모두 즐거웠다.

 그래도, 채만식 때문인지 때로 계란은 불편하다. 이런 걸, 아는 것도 병이라고 어른들은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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