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 칭찬은 그 어떤 꽃보다 향기가 짙다
- 칭찬은 그 어떤 꽃보다 향기가 짙다

전화가 왔다. 평소 존경하는 모 출판사 사장님이었다. “안녕하세요?” 통화의 내용은 이랬다. 나의 첫 저서를 구입한 독자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저자가 참 훌륭한 분”이라면서 나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하셨단다.

그래서 누구시냐고 물으니 모 명문대학의 교직원이라고 했다나. 딸이 졸업한 대학이어서 금세 친근해지는 느낌이었다. 사장님께서는 그 독자님의 전화번호와 성함을 알려주며 전화가 오면 받으라고 ‘추천’하셨다.

순간 하늘을 나는 듯한 행복감이 찾아왔다. 상식이겠지만 작가에게 가장 위안(慰安)이 되는 것은 독자의 긍정적이고 칭찬이 듬뿍 담긴 피드백(feedback)이다. 이같이 고무적 반향(反響)은 며칠 전에도 있었다.

“홍 작가님 책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느꼈습니다. 제가 대전에 갈 일이 있으면 꼭 뵙겠습니다!” 언젠가는 또 부부 동반으로 나를 찾아오신 독자님도 계셨다. 새삼 저서의 힘을 느낄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더욱 확실하게 열렬한 환대를 받은 건 경북 경주에 사시는 독자님 덕분이었다. 메이저 신문인 00일보에 게재된 나의 ‘독자 에세이’를 보신 뒤 마찬가지로 그 신문사에 전화를 하셨다고 했다.

“실은 저도 책을 내고픈 독자입니다. 꼭 한번 뵙고 싶은데 여기로 오실 수 있을까요?” 그러나 당시엔 도무지 짬을 낼 수 없었다. 급기야 그분께서는 대전까지 오셨다.

초면이었지만 정담과 함께 술까지 나누니 더욱 친밀해졌다. 결국 그분께서는 평생의 소원이었던 책을 발간하여 저자가 되었다. 이후 너무 고맙다며 꼭 경주로 놀러 오라는 삼고초려(三顧草廬) 격(格)의 간청을 받아들였다.

그즈음 마침맞게 경주에서 열리는 국제행사의 취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동행한 아내와 경주역에 내렸더니 진작부터 오셔서 우리 부부를 기다리고 계셨다.

승용차까지 가지고 오시어 ‘기사’ 역할까지 해 주시는 파격을 보였다. 덕분에 신라의 고도 경주의 이모저모 속살까지 훤히 고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 독자님 덕택에 1박 2일의 경주 여행이 매우 흡족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무관심이라고 생각한다. “삼 년 남의 집 살고 주인 성 묻는다”는 속담이 있다.

삼 년 동안이나 한집에서 살면서 주인 성을 몰라서 묻는다는 뜻으로,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에 전혀 무관심한 사람이 어쩌다가 관심을 가지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부부간에도 무관심이 개입하면 이미 사랑이 차갑게 식었다는 방증이다. 부자 사이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생면부지(生面不知) 독자와 저자의 간극이라는 것은 오죽하랴.

독자의 훈훈한 격려는 저자로 하여금 더 좋은 글과 책을 내라는 천군만마(千軍萬馬)의 응원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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