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할계’의 어리석은 칼

- ‘사랑이 무서워’ 영화 포스터
- ‘사랑이 무서워’ 영화 포스터

우도할계(牛刀割鷄)는 ‘소를 잡는 칼로 닭을 잡는다’는 뜻으로, 작은 일을 하는 데에 지나치게 큰 기구(器具)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딱 그 모양새다.

배우 김수미가 영화 [사랑이 무서워]에서 아들로 나온 임창정에게 “저 XX는 입만 벌리면 거짓말이 자동으로 나와"라고 하여 관객들에게 포복절도를 안겼다. 그 영화처럼 툭하면 거짓말로 일관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라는 것은 정말 심각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거대 정당의 대변인이라는 요직까지 맡고 있는 상황인지라 이를 보는 국민적 시선이 고춧가루보다 매울 수밖에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확인조차 하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늦은 밤에 부적절한 술자리를 가졌다는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관련된 일을 터뜨렸을 때 그는 분명 ‘우도할계’의 어리석음을 자초했다.

그의 말실수는 비단 이뿐만 아니다. 지난 10월 8일 이재명 대표와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 대사의 접견 후 김 의원은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는 과정에서 또 우도할계의 어리석은 칼을 꺼내 들었다.

페르난데즈 대사가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을 비판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이는 즉각 보도로 이어졌다. 하지만 페르난데즈 대사가 그런 사실이 없다며 즉각 반발했고, 김 의원은 “따로 할 말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다가 상황이 심각해지자 뒤늦게야 마지못해 “(본인의 경거망동으로 인해) 혼란을 안겨드린 것에 대해 EU대사님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짧은 입장문을 냈다. 한 마디로 국회의원의 품격까지 스스로 폄훼시킨 자충수와 부메랑의 헛발질이었다.

입은 하나인데 귀와 눈은 둘인 이유는 무엇일까? 탈무드(Talmud)에 "입보다도 귀를 윗자리에 앉혀라"라는 말이 있다. 이는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먼저 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람이 먹어야 할 것 중에는 밥과 반찬만 있는 게 아니다. 지식과 더불어 양심까지 먹어야 한다. 그리고 무언가를 폭로할 적에는 반드시 팩트를 확인하는 게 기본이다.

주한 EU 대사의 정당한 항의에는 꼬리를 내린 김 의원이거늘 정작 한동훈 법무부장관에게는 마지못해 “유감”이라고 표현하는 모습에서 새삼 ‘세 치 혀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이 기웃거린다.

이는 세 치밖에 안 되는 짧은 혀라도 잘못 놀리면 사람이 죽게 되는 수가 있다는 뜻으로, 말을 함부로 하여서는 안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삼사일언(三思一言)과 동격의 금언이다.

‘면책특권’이라는 금배지의 뒤에 숨어서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 제기를 계속하는 국회의원은 가뜩이나 불신이 심각한 상태에서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배타적 감정에 기름을 더욱 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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