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에서 햅쌀로 갓 지은 쌀밥 같은 빵을 구우려
귀농 후 손수 가마를 만드는 빵에 진심인 그 남자

빵을 도자기처럼 빚어 가마에서 굽는다면
빵을 도자기처럼 빚어 가마에서 굽는다면

 소설이 지났다, 그리 춥지 않은 겨울날이다. 창 넓은 창가에 앉아 커피를 기다린다. 창밖엔 비가 내리고 실내엔 캘리포니아 드리밍이 흐른다. 중경삼림에서 양조위와 왕페이 사이에도 커피와 비가 있었다.

 습관처럼 노트북을 연다. 문득 마주한 ‘사치 한 스푼 분위기 반 스푼’ 제목이 흥미롭다. 커피 이야기다. 커피 평론의 완결판이다. 필자는 블로그 ‘맛 너머’를 운영하는 ‘쿰파니스’였다. 조각들을 모아 모습을 더듬었다.

 나이는 대략 50대, 옛 문화에 관심이 많거나 고건축에 관련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귀농 1년 미만의 풋풋한 농부다. 그리고 빵에 진심이다. 귀농하여 가마로 빵을 굽는 농부, 이 남자의 실체다.

 비 때문이었을까, 가마에서 굽는 빵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빵집 이름도 쿰파니스다. 반려의 어원으로 함께 빵을 먹는다는 뜻의 라틴어라 한다. 전남 화순, 황토로 가마를 만들고 있다는 곳으로 갔다.

- 가마로 빵을 굽는 이유가 따로 있나.

 맛있는 빵은 재료와 발효와 굽는 온도 세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재료와 발효는 모든 빵집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맞출 수 있다. 하지만 굽는 온도와 방법은 그렇지 않다. 홈베이킹이 어려운 이유다. 오븐은 기백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있다.

- 화덕과 가마는 차이가 있는가.

 온도다. 화덕은 불을 피워서 사용하는 화로이고, 가마는 달궈서 구워내는 축열시설이다. 화덕은 가마처럼 온도를 높일 수 없다. 피자나 고기를 굽는 용도라면 모를까 빵은 안 된다.

- 가마로 빵을 만드는 무슨 계기가 있었나.

 빵을 좋아하는데 먹을 수 없는 분이 너무 많다. 환우분들이 그렇다. 이런 분들이 마음먹고 먹을 수 있는 빵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쌀밥과 비빔밥 중 어느 것이 맛있는가. 비빔밥이 맛있다. 하지만 세 끼 한 달을 계속해서 먹을 수 없다. 햅쌀로 가마솥에서 갓 지은 쌀밥 같은 빵을 만들어 누구나 맛있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빵을 만들고 싶었다.

- 일반 오븐으로는 안 되는가.

 빵을 만드는 필수 재료는 밀가루, 물, 효모, 소금이다. 단순할수록 굽는 방법과 온도가 중요하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가마에서 높은 온도로 구워야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있다.

- 문화재 보수 일을 하다가 귀농하였다고 했는데 도움이 되는가.

 직접 가마를 만드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옛것을 많이 살피고 고치며 얻은 경험이 큰 힘이 되었다.

 벚꽃이 눈처럼 내리는 내년 봄 빵 내음을 맡을 수 있다고 한다. 올겨울은 유난히 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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