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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칼럼] 시민기자의 보람
[홍경석 칼럼] 시민기자의 보람
  • 홍경석
  • 승인 2022.11.24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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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대통령상 받으세요”
깊은 물은 소리를 내지 않지만 깊은 자원봉사는 반드시 빛을 발한다
깊은 물은 소리를 내지 않지만 깊은 자원봉사는 반드시 빛을 발한다

잠시 전 정말 반가운 문자를 받았다. = “선생님! 드디어 결과가 나왔습니다. 오는 12월 5일 서울에서 제가 대통령상을 받게 되었어요! 다 선생님 덕분입니다.

오늘 나에게도 뜨거운 전율과 흥분까지 전이되는 문자를 보낸 분은 우수 자원봉사자의 자격으로 내가 취재를 한 분이다. 그분이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부터였다고 한다.

늦었지만 2006년도에 00 대학교 사회복지과를 졸업했다. 이후 모시던 부모님께서 소천하시면서 자원봉사에 더욱 매진했다. 지금까지 아무런 대가도 없이 자원봉사를 한 시간은 무려 20,000여 시간이 훌쩍 넘는다.

이러한 선행이 널리 알려지면서 대전시장의 표창장 수상 외에도 다수의 상을 받았다. 인터뷰를 하면서 “다음에는 꼭 대통령상까지 받으세요”라는 덕담을 선물로 드렸다. 말은 씨가 되는 법이랬던가.

낙이망우(樂而忘憂)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즐겨서 시름을 잊는다는 뜻으로, 도(道)를 행(行)하기를 즐거워하여 가난 따위의 근심을 잊는다는 말이다. 그분의 비유에 적합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내가 보기론 꼭 그랬다.

나는 고난과 파편의 세대랄 수 있는 1959년생 베이비부머다. 그에 걸맞게(?) 찢어질 듯 가난해서 남들처럼 많이 배울 수 없었다. 설상가상 가장의 능력마저 상실하고 병약한 홀아버지를 봉양하자면 나라도 나서서 돈을 벌어야 옳았다.

역전에 나가 두들겨 맞으며 구두닦이 소년가장을 시작했다. 중학교 교복을 입고 등하교하는 또래들을 보자면 혹여 동창이라도 만날까 두려워 머리를 꿩처럼 땅바닥에 쑤셔 박았다.

“임마, 구두 닦다 말고 뭐 하는 겨?” “죄송해유, 눈에 뭐가 들어가서유...” 그렇게 얼버무리며 눈물을 씻어냈다. 배운 게 없다 보니 늘 비정규직과 박봉의 노동자 그룹에 속하는 변방의 그늘만을 점철하며 살아왔다.

아이들은 미루나무처럼 쑥쑥 자라는데 그처럼 옹졸하게 살아봤자 노후엔 비참하게 휴.폐지나 줍다 비참하게 살 게 뻔했다. 배우자! 그래서 이 난관을 돌파하자!!

좌고우면 끝에 아이들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손을 잡고 도서관을 부지런히 출입했다. 돈이 안 들어감은 물론이요, 책을 많이 보면 되레 마일리지 적립 스타일의 부수적 프리미엄까지 있어 금상첨화였다.

그 ‘도서관의 힘’을 빌려 아들과 딸은 모두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쑥쑥 들어갔다. 나 또한 20년 가까이 시민기자로 글을 쓰면서 가외의 수입을 얻었다. 그렇게 받은 원고료와 취재비로 아이들의 대학(원) 졸업까지 견인했기에 당당하다.

7년 전 이맘때 첫 저서를 발간했다. 돈이 많이 드는 사교육의 동원 없이도 자녀를 소위 명문대에 보낸 노하우가 담긴 나름의 역작이었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책이 많이 팔리지 않아 저자의 특권이랄 수 있는 인세는 한 푼도 받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잇달아 세 권의 저서를 추가로 발간했다. 나름 근자필성(勤者必成)의 결과였다. 그분의 대통령상 수상의 원인 역시 ‘근자필성’의 선과(善果)였다.

사람은 누구나 삶의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나는 글쓰기와 인터뷰, 현장취재가 즐거운 20년 경력의 시민기자다. 나로 말미암아 대통령상까지 받게 된 분께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

정말 시민기자로써 큰 보람을 느낀다. 깊은 물은 소리를 내지 않지만, 깊은 자원봉사는 반드시 빛을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