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친구밖에 없어”

절친한 친구 하나가 최근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했다. 말로만 듣던 거액 사기 피해자가 된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전화를 해도, 문자를 보내도 받거나 읽지를 않았으리라.

하기야 금전적 손해 외에도 멘붕 비슷한 정신적 충격은 또 어떠했으랴! 오늘은 그래서 그 친구의 사업장으로 불문곡직 찾아갔다. “어쩐 일이냐?” “친구가 아주 많이 고통스러워하는 듯싶어 위로하러 왔다네.”

“고마워! 역시 친구밖에 없어.” 그 친구는 지금 경제적, 정신적으로 매우 세찬 눈발(눈이 힘차게 내려 줄이 죽죽 져 보이는 상태)을 맞고 있었다. 하지만 특유의 낙관적 마인드로 이겨내려는 몸부림이 역력했다.

= “한사코 달려든다 사나운 얼굴로 이래도 있겠냐는 듯 얼얼한 두 뺨으로 끝끝내 받아낸다 너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멈출 수 없는 매운 나날을 고스란히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

<홍인숙 시집 그날의 대담> 중 P. 104에 나오는 시 ‘눈발’이다. 흡사 그 친구를 대변하는 시였지 싶었다. 오늘 찾아간 친구는 분명 ‘멈출 수 없는 매운 나날을 고스란히 걸어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홍인숙 시집 그날의 대담]이 출간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문학과 사람에서 발간한 이 시집은 두 번째 시집으로 홍인숙 시인의 웅숭깊은 시의 세계를 음미할 수 있다.

할리퀸 퍼소나의 시 치료 의식이 또한 압권이다. 홍인숙 저자는 이 책을 내면서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영감을 통해 단어 하나, 문장 하나의 완성이 마치 시편을 기록한 기록자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며

“부족한 존재이지만 하나님의 사랑과 인도하심 또한 끊임없이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마음을 이번 시집에 담아냈다”고 밝혔다. 홍인숙 시인은 인천 부평에서 태어나서 서울에서 성장했다.

시 창작의 길은 대전에 정착한 후 늦깎이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지난 2006년에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면서 대전대학교 일반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한 뒤 현재 대전대학교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창작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13년 계간지 <시와 소금>에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하면서부터이다. 2020년에는 한국예총 대전광역시연합회 예술인 문학 부문에서 대전시장 공로상을, 2021년에는 국제 펜 한국본부 대전광역시지회 대전 펜 문학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 한국독서치료학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대전광역시지회 시 분과 이사, 이음문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 시집으로 대전문화재단 창작기금을 수혜 받아 출간한 ‘딸꾹, 참고서’(2019)와 공동 디카 시집 ‘거리두기, 멀어야 가까워진다’(202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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