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작품 활동에 매진할 터

대전시 중구 뿌리공원로 45 한국효문화진흥원 1층 로비 및 효사랑카페에서 [김순해 여사 그림전]이 열렸습니다. 11월 5일부터 시작하여 11월 20일에 마친 이 그림전(展 )은 시사하는 바가 묵직하여 그림전을 찾은 많은 사람에게 교훈까지 던졌습니다.

올해 연세가 89세인 김순해 여사는 사실 기자에겐 어머니 격인 ‘할머니’입니다. 그런 데도 불구하고 굳이 ‘여사’라는 호칭을 붙인 것은 아마도 그만큼 젊고 열정적으로 사신 덕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나 보면서 무위도식(無爲徒食)을 하셔도 누가 뭐라 할 연세가 아님에도 김순해 여사께선 그런 사회적 통념마저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무튼 그럼 김순해 여사님의 작품부터 구경해볼까요.

먼저 <사랑하는 육 남매>가 눈길을 붙들었습니다. 추측하건대 김순해 여사님께서는 육 남매의 자녀를 두신 듯했습니다. 그래서 자녀가 고작(?) 둘인 저는 김순해 여사님이 아주 부러웠습니다.

이어 <곱게 물들인 단풍 내 마음도 고와지네>에서는 평소 김 여사님의 성정 또한 고운 단풍을 닮은 듯 보였습니다. <물에 비친 백양사>는 압권의 단풍으로 소문난 전남 장성의 백양사가 오버랩되는 느낌이더군요.

<양귀비와 벌> 또한 꽃이 있으면 반드시 찾아오는 벌이 떠올라 미소가 절로 번졌습니다. <돌탑 쌓는 공덕> 작품에서는 김 여사님이 독실한 불교 신자가 아닐까도 싶더군요.

<눈 내리는 산골집>에서는 지난 시절 목가적 풍광의 산골에 집을 짓고 거주하시지 않았겠냐는 생각이 포박했습니다. <창문 앞의 예쁜 꽃들> 역시 평소 꽃을 극진한 자녀 사랑 이상으로 아꼈을 김순해 여사님의 모습이 투영되었어요.

<눈 내리는 대청댐> 또한 곧 맞닥뜨릴 대청호의 푸짐한 설경(雪景)이 떠올라 갑자기 부자가 되는 느낌을 선사했습니다.

이 밖에도 주옥같이 많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여길 찾은 분 중에서는 “이 작품을 꼭 사고 싶다! 방법이 없겠느냐?”를 묻는 모습도 포착할 수 있었어요.

서산대사께서 입적(入寂)하기 직전에 읊었다는 시에 <인생>이라는 글이 마음을 흔듭니다.

= 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군고 흉 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 / 가난하다고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마소 /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 것 많다 유세 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소리치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

잠시 잠깐 다니러 온 이 세상 있고 없음을 편 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하지 말고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나 가세 / 다 바람 같은 것이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순간이오 /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오 /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다 바람이라오(후략) =

인생의 덧없음을 나타내는 명시(名詩)라 하겠습니다. 그야말로 몽환포영(夢幻泡影)인 셈이죠. 이는 모든 것은 꿈이자 환상이며 거품, 그림자라는 뜻으로 인생이 헛되고 덧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그렇긴 하더라도 인생은 각자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는 명제를 던지고 있지요. 기자의 요청에 따라 두 따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한 다정다감 모습의 김순해 여사님께서는 앞으로도 작품 활동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셨습니다.

김순해 여사님의 만수무강과 멋진 신작 작품을 계속하여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정중히 작별 인사를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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