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곡할 노인

잘 쓴 글은 잘 지은 농사와 같다
잘 쓴 글은 잘 지은 농사와 같다

최근에 취재한 모 시 낭송협회 정기공연 기사가 어제 여기 ‘뉴스포털1’에 올라왔다. 이를 관계자에게 포스팅해 주었다. “정말 감사하다!”라는 문자가 왔다. 이 맛에 기자한다.

어제는 또 모 기관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에도 마찬가지로 내가 찾아가서 취재한 ‘특별한 맛집’이 게재되었다. 그 식당 사장님께 알려 드렸더니 이 월간지(지하철 역사에서 무료 배부함)를 가지러 갈 시간조차 없다고 했다.

다만 식당 사장님 역시 “고맙다!”라는 인사는 빠뜨리지 않았다. 하는 수 없어 택배로 보내고자 오늘 새벽부터 일어나 포장을 마쳤다.

초등학생 시절, 시험만 봤다 하면 100점으로 독야청청(獨也靑靑) 1등을 질주했다. 선생님과 급우들이 “엄마도 없는 불우한 놈이 성적은 어쩜 저럴 수가? 이건 완전히 귀신이 곡할 녀석”이라며 ‘부러움 반 질시 반’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 군 복무를 마친 뒤 어떤 회사에 영업사원으로 입사했다. 파죽지세(破竹之勢)의 영업 실적으로 약관 20대 초반에 전국 최연소 사업소장으로 승진했다. “귀신이 곡할 소장님”이라는 칭찬이 무성했다.

20년 전 시민기자로 입문하면서 다짐한 게 있다. ‘이왕이면 미담(美談)만 쓰자’는 각오였다. 당시에도 신문이나 방송 뉴스를 보면 정치인의 드잡이와 험담이 난무했다. 사회면에서는 각종 흉악과 살인 사고 등이 꼬리를 물었다.

그래서 미담을 주로 쓰다 보니 정말 ‘천사 같은 사람’을 많이 만나는 선과(善果)가 있었다. 자신도 어렵지만 더 힘든 사람을 위해 베푸는 사람... 자비를 들여가며 회원들의 행사와 경조사까지 두루 챙기시는 모 문인협회의 회장님...

악담은 속수무책의 메뚜기 신세를 자초한다
악담은 속수무책의 메뚜기 신세를 자초한다

그런 분들을 보면서 나도 시나브로 닮아갔다. 사실 돈(취재비)도 못 받지만 봉사한다는 마인드로 최대한 최고의 취재를 하는 게 바로 이 홍경석 기자라는 자부심이다. 돈만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귀신이 곡할 녀석’에서 ‘귀신이 곡할 소장님’을 지나 이제 나는 60대 중반의 명실상부 노인(老人)이 되었다. 힘든 일을 조금만 해도 전신이 쑤시고 아프다. 역시 나이는 속일 수 없다.

토요일인 내일은 무려 다섯 군데를 취재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귀신이 곡할 노인’이라는 칭찬을 듣는, 부지런하고 성실한 명불허전(名不虛傳)의 기자 노릇만큼은 변함없이 견지하고자 한다.

내가 쓴 기사와 사진이 당사자와 인터뷰이에게 힘이 되고 희망까지 된다면 이 또한 어찌 즐겁지 아니 하겠는가. ‘같이 하는 가치(價値)’를 추구하고 ‘가치 있는 같이’와 동격의 삶을 산다는 것 역시 나로서는 나름 행복의 추구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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