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은 내 가족이다’ 의식 정립돼야

그물 없이 물고기를 잡으려는 것처럼 무모한 건 또 없다
그물 없이 물고기를 잡으려는 것처럼 무모한 건 또 없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이런 고생은 안 하는 게 낫다. 젊어서부터 겪는 극심한 고생은 사람을 쉬이 곯게 만든다.

더욱이 어려서부터의 고생은 어쩌면 평생 트라우마로 간직하게 하는 단초로까지 작용한다. 고난의 베이비부머답게 그동안 안 해 본 게 없다. 그중 하나가 십 대 때 경험한 소년공(少年工)이다.

호구지책의 일환으로 철공장(鐵工場)에서 잠시 일했다. 펄펄 끓는 쇳물이 나오면 쇠판으로 식힌 뒤 상하 롤러(roller) 기계로 납작하게 만드는 기계를 작동하게 되었다.

지금이야 각종 안전 센서가 장착되어 안전한 전자동(全自動)이라지만 당시엔 그러지 못했다. 따라서 기계 운전자가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비극이 발생했다. 실제 보름여 근무하는 동안 무려 세 명이나 순식간에 팔이 잘리는 사달이 빚어졌다.

순식간에 롤러 사이에 팔이 끼여 녹아버리는 아비규환이 속출했다. 그 현장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기 그지없는 지옥(地獄)이었다. 더 일했다가는 나도 꼼짝없이 장애인이 될 건 불 보듯 뻔했다. 과감히 청산하고 다른 직업으로 갈아탔다.

경기도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청운의 꿈을 간직했을 20대 여성 노동자가 샌드위치 소스를 만드는 배합기 기계에 상반신이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경험자로서 상상만 해도 끔찍스러웠다. 이런 와중에 SPC의 또 다른 계열사인 모 제빵공장에서도 근로 노동자의 손가락 절단 사고가 또 발생했다.

갈수록 더욱 어려운 지경에 처하게 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속담에 ‘산 넘어 산이다'라는 게 있다. 따라서 이쯤 되면 안전 불감증의 ‘산 넘어 산’ 절해고도(絕海孤島)의 법치(法治) 무용지대(無用地帶)가 아니었던가 싶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분노한 소비자들은 급기야 SPC 불매 운동에 가담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웃픈 사건’이 또 발생했다.

20대 여성 노동자의 장례식장에 SPC의 빵을 두고 갔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 ‘사망자의 피로 만든 빵’이라는 세간의 비난과 조소가 강물을 이룬 것이다. 상식이겠지만 ‘근로자의 피로 만든 빵’은 누구도 먹지 않는다.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대전점 화재로 일곱 명이 사망한 뒤 이 업장은 엄동설한보다 더 싸늘하게 문이 닫혔다. 한순간의 실수와 방임이 얼마나 큰 후과(後果)를 만드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SPC와 현대프리미엄 아울렛에서 발생한 사건 사고 등을 사전에 예방하라고 만들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노동 현장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니 참으로 유감이다.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어라” - 이 말은 프랑스 국왕 루이16세의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가 했다고 알려진 유명한 망언(妄言)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그러므로 역사의 패자였던 마리 앙투아네트가 실제 그런 말을 했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강조코자 하는 건 ‘빵보다 배려’가 먼저라는 것이다. 기업과 재벌의 오늘날 빛나는 성과는 수많은 노동자의 노력과 헌신 덕분이다. 그들의 피와 땀이 있었기에 지금의 영광이 존재하는 것이다.

내 가족이다’라는 경영자의 마인드 치환이 없는 이상 SPC 산업재해 사태와 같은 비극은 언제든 다시 발생하기 마련이다. 투자 없는 안전은 없다. 그물 없이 물고기를 잡으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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