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작가 되고 싶다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진수성찬 가득한 대접을 받았다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진수성찬 가득한 대접을 받았다

토포악발(吐哺握髮)은 ‘입 속에 있는 밥을 뱉고 머리카락을 움켜쥔다’는 뜻이다. 식사 때나 머리를 감을 때에 손님이 오면 황급히 나가서 맞이함을 일컬음이다.

즉 손님에 대한 극진한 대우를 뜻한다. 대우하는 태도가 정중하고 극진하다를 일컫는 ‘융숭하다’와 같은 격이다. 맹상군(孟嘗君)은 중국 전국 시대(戰國時代) 제(齊) 나라의 정치가이자 왕족이었다.

그는 어찌나 부자였든지 ‘후덕하다’는 그의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천하의 유능한 선비 수천 명을 식객(食客)으로 우대했다. 덕분에 진(秦)나라에 들어가, 소왕(昭王)에게 피살되려는 때, 식객 중 계명구도(鷄鳴狗盗)의 재주를 가진 두 사람의 선비가 있어서, 그들에 의하여 위기를 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계명구도’는 ‘닭의 울음소리와 개 도둑’을 의미한다. 하잘 것 없는 재주도 쓸 곳이 있음을 나타낸다. 전국시대에는 임금에 준하는 권력과 부를 소유하고 수많은 유세객과 선비를 모아 영향력을 행사하던 공자(公子)가 넷 있었다.

이들을 ‘전국 사공자’(戰國四公子)라고 한다. 제(齊)나라 맹상군, 초(楚)나라 춘신군, 위(魏)나라 신릉군, 조(趙)나라 평원군이 그들이다. ‘계명구도’는 그 가운데 맹상군과 관련된 고사성어이다.

맹상군은 출신과 신분에 관계없이 자신을 찾아오는 인물이라면 누구라도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그가 심지어 개 도둑 출신과 닭 울음소리를 잘 내는 식객(食客)까지 받아들이자 다른 식객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지만 맹상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무렵 강대국인 진(秦) 소왕이 맹상군을 초청했다. 말이 초청이지 소환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에 맹상군은 여러 식객들과 함께 진나라에 가게 되었다.

진나라에 머문 지 오래되었지만, 맹상군 일행은 풀려나지 못했다. 결국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 맹상군 일행은 탈출하기 위해 꾀를 냈다. 소왕의 애첩에게 뇌물을 주고 소왕을 설득하고자 했다.

애첩은 여우를 잡아 만든 귀한 호백구(狐白裘, 여우 겨드랑이의 흰 털이 있는 부분의 가죽으로 만든 갖옷)를 요구했다. 그러나 맹상군이 진나라에 올 때 가지고 온 그 옷은 이미 소왕에게 선물로 바친 후였다.

그러자 개 도둑 출신 식객이 말했다. “제가 그 호백구를 훔쳐 오겠습니다.” 그날 밤 그는 소왕의 침전으로 들어 호백구를 훔쳐 왔고, 맹상군은 그 옷을 애첩에게 바친 후 겨우 탈출할 수 있었다.

객사를 나온 맹상군 일행은 한시바삐 진나라를 벗어나기 위해 국경으로 향했다. 그들이 국경에 도착했을 무렵은 아직 동이 트기 전이었다. 당연히 국경 관문은 열리지 않았고, 맹상군 일행은 조바심을 내며 관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뒤에서는 진나라 군사가 쫓아오고 문은 열리지 않는 절체절명(絕體絕命)의 그때, 식객 하나가 닭 울음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동네 닭들이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모두 울어댔다.

이 소리를 들은 경비병들은 날이 샜다고 여겨 관문을 열었다. 결국 맹상군 일행은 진나라를 벗어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 ‘계명구도’라는 표현은 하잘것없는 재주라도 쓸모가 있다는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

최근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진수성찬(珍羞盛饌)이 가득한, 그야말로 ‘토포악발’의 대접(待接)을 받았다. 동행한 대학원 동기들과 현장 학습(現場學習)에서의 뒤풀이 장소에서였다. 극진한 대접은 사람을 감동시킨다.

나도 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그날 받은 ‘토포악발’ 부럽지 않은 베풂을 실천하고 싶다. 그러자면 하잘것없는 재주가 아니라 ‘계명구도’를 훨씬 능가하는 다재다능(多才多能)과 팔방미인(八方美人)의 능력까지 갖추어야 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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