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욕장’ 만리포, 가을에도 인산인해 이룬 까닭

행사 종류 후 기념사진은 필수
행사 종류 후 기념사진은 필수

= “똑딱선 기적소리 젊은 꿈을 싣고서 / 갈매기 노래하는 만리포라 내 사랑 / 그립고 안타까워 울던 밤아 안녕히 / 희망의 꽃구름도 둥실둥실 춤춘다 ~” = 

1958년에 발표되어 무명이었던 가수 박경원을 부동의 스타로 만들어준 가요 [만리포 사랑]이다. 그는 2007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노래는 여전히 사람들 입에서 전해지고 있다. 

동문들의 명실상부 왁자지껄 축제
동문들의 명실상부 왁자지껄 축제

더욱이 그 장소가 만리포 해수욕장이라고 한다면 더 말할 나위조차 없다. 충청남도 태안군 소원면 모항리에 위치한 만리포 해수욕장은 지난 1955년에 개장하여 ‘고참’ 해수욕장의 위용까지 자랑한다. 

연중무휴 곱고 보드라운 모래를 자랑하며 대한민국 서쪽 땅끝이라 하여 정동진의 반대 개념으로 ‘정서진(正西津)’이라는 명칭으로도 불린다. 장기간의 코로나 팬데믹(pandemic) 현상으로 인해 몇 년 동안 가족조차 만나기 힘들었던 우울함이 입국자의 코로나19 검사 의무까지 해제되면서 모처럼 활기를 맞는 즈음이다. 

동창과 동문들이 좋은 이유
동창과 동문들이 좋은 이유

10월 2일 명문 대전상고(현 우송고)의 [2022년 청원연합 트레킹 대회]가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코로나 사태 몇 년 동안 쌓인 낙엽처럼 넘치고 사무치게 그리웠던 우정과 선후배의 정리(情理)까지 확인하고자 무려 1,000여 명이나 되는 전국 각지의 동문이 모였다. 

이날의 행사는 만리포 해수욕장 해변을 따라 트레킹(trekking)하는 순서로부터 시작됐다. 최근 들어 더욱 각광을 받고 있는 트레킹은 일상에서 찌든 심신의 수련을 위해 산이나 계곡 따위를 다니는 도보 여행을 말한다. 

신나는 기차놀이
신나는 기차놀이

등반과 하이킹의 중간 형태로, 하루에 15~20킬로미터 정도 걸으며 야영(野營) 생활까지 한다는 개념이다. 맛있는 점심 식사 후 만리포 해수욕장 ‘희망무대’에서 본격적으로 행사가 이뤄졌다. 

희망무대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것은 1994년 8월 15일엔 건립된 <만리포 사랑 노래비>이다. 

푸짐한 경품 추첨에 관심 집중
푸짐한 경품 추첨에 관심 집중

“멀어서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 마른 모래바람이 가슴을 쓸고 가는 날이면 만리포 바다를 보러 오시라 / 오래된 슬픔처럼 속절없는 해무 속에서 / 지워진 수평선을 가늠하는 붉은 등대와 / 닿을 수 없어서 더욱 간절하다고 아득히 잦아드는 섬이 있다(후략)”로 시작되는 이 시는 1994년에 만리포 관광협회가 건립했다.

만리포 해수욕장의 중앙이 되는 지점에 이 시비(詩碑)를 세워서 만리포를 전국 유일의 노래비를 가진 전국 최초의 해수욕장으로 만들어 놓았다. 따라서 상징과 의미까지 남다르다. 

만리포 연가 시비(詩碑)
만리포 연가 시비(詩碑)

이 시비의 공모전은 어느 유명 시인에게 시를 의뢰하지 않고 만리포 예찬 시를 널리 공모하고자 당시 충남 땅에서 살고 있거나 충남이 고향인 등단 문인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데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당시 천안의 여성 시인 박미라 씨가 이 작품을 응모하여 영예의 대상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또한 이 만리포 예찬 시는 태안의 서예가 림성만 씨의 글씨로 높이가 6m 10cm나 되고 폭이 3m 45cm나 되는 웅장한 돌에 새겨졌다. 

무게가 30t에 이르는 이 거대한 비석은 해변으로 내려가는 중앙통 길목을 사이에 두고 '만리포 사랑 노래비'와 15m쯤 떨어진 곳에 세워졌다. 두 곳이 모두 명불허전의 비경과 압권까지 자랑하고 있다. 

인산인해 이룬 만리포 해수욕장
인산인해 이룬 만리포 해수욕장

총동창회장 인사에 이어 참가 동문 소개로 열기가 더욱 후끈 달아올랐다. 초대 가수의 공연으로 더욱 눅진한 절정에 오른 [2022년 청원연합 트레킹 대회]는 참석자 모두를 무아지경(無我之境)과 화기애애(和氣靄靄)의 분위기로 몰고 갔다. 

동창과 동문들의 가족까지 참여한 푸짐한 잔치답게 각종 이벤트 또한 눈길과 관심까지 모았다. 기차놀이 행진과 풍선 불어 멀리 던지기, 제기차기 솜씨와 막춤 경연은 포복절도(抱腹絶倒)의 신세계로 이끌었다.  

전국에서 모인 트레킹 마니아들
전국에서 모인 트레킹 마니아들

그야말로 어마무시한 상품의 행운권 추첨에서는 관심과 몰입도가 가중되었다. 푸짐한 각종 상품 외에도 대상인 최고급 300만 원짜리 TV를 쟁취하기 위한 관중의 개인과 장기자랑은 가히 ‘난리 브루스’를 방불케 했다. 

그 열정은 KBS-1TV 부동의 1등 시청방송 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을 충분히 능가했다. 특히 연휴를 맞아 휴식을 취하고자 만리포를 찾은, 타지역에서 유명한 인기가수를 즉석에서 섭외하여 무대에 세운 사회자의 탁월한 안목에 관중은 더욱 열광했다. 

갈매기들도 망중한을 즐기고
갈매기들도 망중한을 즐기고

지금도 지역의 명문고로 명성이 높은 대전상고 동문들의 남다른 결속력과 빛나는 환경문화 운동은 행사가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해수욕장(海水浴場), 아니 풍성한 볼거리까지 아낌없이 보여준 ‘추수욕장(秋水浴場)’ 만리포 해수욕장 희망무대 전체를 참석자 스스로 청소하는 기지를 발휘한 덕분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총집결한 ‘2022 청원연합 트레킹 대회’ 참가자들
전국 각지에서 총집결한 ‘2022 청원연합 트레킹 대회’ 참가자들

그 바람에 바다에서 갈 길을 잃고 찾아온 갈매기들은 행사 장소를 깔끔하게 비워 먹을 것 하나 남기지 않은 이날의 예의 만점인 참석자들을 적잖이 원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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