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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칼럼] ‘공금’과 백낙일고
[홍경석 칼럼] ‘공금’과 백낙일고
  • 홍경석
  • 승인 2022.09.2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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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큰 행운
진시황도 부럽지 않은 식탁
진시황도 부럽지 않은 식탁

어제 근무 중 절친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일하는 게 힘들지?” “응. 콜록~” “웬 기침이야?” “가뜩이나 몸도 약한데 감기까지 들었다네.” “저런~ 빨리 치료해야지?”

“00이가 충북 괴산의 심산유곡(深山幽谷)에서 따왔다는 능이버섯으로 조리한 백숙을 먹지 않으면 아마 오늘 중으로 사망할 듯싶어.” “그럼 내가 당장 00에게 연락해 보겠네.” “고마워!”

능이버섯 요리를 먹지 않으면 어제 당장 죽는다는 주장은 웃자고 꾸며낸 허풍이었다. 또 다른 절친 00이는 지난 주말 괴산에서 능이버섯을 땄다면서 인증 사진을 보내왔다. 그걸 의식하여 웃자고 풍자한 나름의 콩트(conte)였다.

아무튼 평소 의리라면 죽고 못 사는 00이는 단박 카톡으로 번개를 쳤다. = “18시 40분까지 유성구 00동 소재 00식당으로 와라.” = 퇴근 즉시 씻자마자 유성으로 달렸다. 덕분에 능이닭백숙으로 피폐해진 심신을 건강으로 치환했다.

“이건 아주머니 갖다드리게.” 00이는 별도로 내 아내의 송이버섯까지 챙기는 용의주도함까지 발휘했다. 향이 독특한 능이버섯은 칼로리가 매우 낮는 반면 섬유소와 수분이 풍부하다. 그래서 포만감을 주어 다이어트에 적합한 식품이다.

능이버섯이 가득 들어간 닭백숙
능이버섯이 가득 들어간 닭백숙

한방에서는 혈액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키며 육류를 먹고 체했을 때도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아무튼 친구들의 백낙일고(伯樂一顧) 덕분에 어제는 모처럼 행복했다.

‘백낙일고’는 누군가의 재능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어야 그 재능이 제대로 빛을 본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삼국지]에 나오는 적토마(赤兎馬)도 그를 알아주는 여포가 있었기에 싸움터를 누비는 준마가 될 수 있었다.

내일은 여름방학을 마치고 2학기 대학원 강의가 시작된다. 2학기부터 새로이 공부를 하는 분들이 합류한다. 그래서 교수님의 지도 말씀에 따라 퇴근 즉시 나름 ‘2분 스피치’를 만들었다.

여기에서도 ‘백낙일고’가 등장한다. 올부터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새로이 공부를 하게 된, 그래서 나로서는 금요일이 ‘공금’이 되었다. ‘공부하는 금요일’의 준말이다.

여기서 만난 우리 54기 동기님들은 하나같이 내로라하는 대단한 분들이시다. 어제 만난 두 친구 역시 자타공인(自他共認)의 천사이자 이타적 자원봉사에 있어서도 달인이다. 그들 또한 ‘백낙일고’가 징검다리가 된 덕분에 만날 수 있었다.

자신의 참모습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삶의 큰 행운이다. 물론 알아봐 줄 그 무언가를 갖추는 게 먼저다. 최선을 다하고 기다리는 게 바른 순서니까.

송이버섯의 위용
송이버섯의 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