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라는 불빛

저서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
저서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

= “어머니는 내 이야기를 항상 진지하게 들어주셨고 어머니의 생각을 얘기하실 때도 아주 진지하셨다. 어린 아들과의 대화라고 해서 건성으로 듣는 둥 마는 둥 하신 적이 없었다. (중략) 어머니는 나를 아주 잘 아셨고, 무엇보다 나를 믿어 주셨다.” =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라는 책의 P.24~25에 등장하는 의미심장의 글이다. 김현근 저자는 이 책에서 남다른 각오와 의지, 열정과 노력으로 한국과학영재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에 수시 특차 합격한 분투기를 담고 있다.

IMF 여파로 인해 아버지가 실직하고, 어머니가 생계를 책임지게 되면서 저자는 영어학원에 가는 것조차 버거웠다.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을 걱정해야만 하는 상황에서도 ‘미국 유학’이라는 꿈을 잃지 않은 저자의 초등학교 시절부터 프린스턴대학교의 합격통지서를 받는 순간까지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필자의 딸과 같은 1987년생이다. 그래서 더욱 감흥을 짙게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저자가 아버지의 서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7막 7장] (저자 홍정욱)을 읽고 미국 유학을 꿈꾸게 된 이야기는 ‘책의 힘’까지 느끼게 하는 교훈의 공명(共鳴)으로 다가온다.

홍정욱 전 국회의원의 저서인 [7막 7장] 역시 발간 즉시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었다.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 책을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은 중앙로 지하상가의 중고 서점 덕분이었다.

거기서 푼돈으로 구입한 책이었지만 그 가치는 몇백 만원이나 되는 느낌이다. 새삼 책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되는 계기를 부여하기도 했다. 저자도 밝혔듯 ‘어머니라는 불빛’은 밤바다를 순항하게 해주는 등대 역할에 멈추지 않는다.

헬렌 켈러(Helen Keller)가 청각과 시각까지 잃고 실의와 좌절에 빠져 있었을 때 구세주처럼 등장한 이가 맹아학교 교사 앤 설리번(Anne Sullivan)이었다. 그녀는 천사보다 더한 지극정성으로 헬렌 켈러를 불세출의 영웅으로 만들었다.

더욱 극적인 것은, 흔히 헬렌 켈러의 선생님으로만 유명한 앤 설리번 역시 성장 과정을 보면 한때는 구나방(말이나 행동이 모질고 거칠고 사나운 사람을 이르는 말)으로 난폭했었다는 것이다.

앤 설리번의 아버지는 술에 중독되어 가족에게 항상 폭력을 가하였다. 어머니는 결핵을 앓고 있었으며 그녀가 여덟 살이 되던 때에 사망했다. 그 충격으로 인해 그녀는 정신적 피해가 오면서 점점 난폭해져 갔다.

공격적이고 자해를 하는 소녀까지 되었지만 ‘샤론 로라’라는 간호사가 그녀를 사지에서 구해주었다. 이런 걸 보면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까지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김현근 저자가 현명한 어머니를 만난 덕분에 미국 유학까지, 그것도 삼성의 ‘이건희 장학금(지금은 폐지된)’으로 갔다면 필자의 딸은 올바른 자녀교육에 일로매진(一路邁進)한 어머니, 즉 아내 덕분에 한국의 최고 대학을 간 사례다.

유학부지족(唯學不知足)이란 ‘배움은 만족해서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뜻으로, 배움에는 항상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 중심에 책이 있다. 가을을 일컬어 독서를 하기에 좋은 계절이라고 하여 등화가친(燈火可親)이라고 한다.

세월이 변하니 이 또한 바뀐 지 오래다. 요즘엔 여름이나 겨울에도 냉방과 온방까지 완비된 지하철과 시내버스가 독서 장소로는 더 제격이다. 하지만 거기서도 책을 보는 사람을 도무지 발견할 수 없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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