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하는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

밭에 물을 주는 김시현 학생
밭에 물을 주는 김시현 학생

김시현 학생은 대전 가수원중학교 1학년 2반 학생회장이다. 평소 효심이 극진하고 공부도 아주 잘한다. 그뿐만 아니라 봉사에도 아주 열심이다.

김시현 학생은 지난 주말에도 대전시 서구 기성동에 소재한 봉사단체인 [사랑의 열매] 정운엽 회장의 농장(農場) ‘희망의 밭’(가칭)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희망의 밭은 여기서 자란 각종의 농작물을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쓴다.

독거노인은 물론이요 장애인과 소년.소녀 가장, 형편이 딱한 주민에게도 찾아가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김시현 학생은 희망의 밭을 찾아 배추 모종을 심은 밭에 정성껏 물을 주었다. 이어 고추와 가지를 수확하여 가지런히 정리까지 마쳤다.

그리곤 그 농작물을 배분하기 쉽게 따로 분류하는 수고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김시현 학생의 그러한 선행을 보면서 ‘학생은 공부가 일각이 여삼추인데 저렇게 봉사만 하다가 공부는 언제 하나?’라는 합리적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김시현 학생은 더욱 당당했다.

“부모님께서는 평소 공부도 좋지만 남을 위한 봉사의 실천이 사실은 공부보다 소중한 공부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계십니다. 특히 그런 주문(?)이 어머니께서는 더하세요.”라고 강조했다. 순간 ‘한석봉과 어머니’가 떠올랐다.

원래 이름이 한호(韓濩)였던 한석봉은 조선의 뛰어난 서예가이자 문신이었다. 호가 석봉(石峯)이었던 그는 조선 서예계에서 추사 김정희와 함께 쌍벽을 이뤘던 가장 유명한 서예가였다.

고추를 정성으로 따는 김시현 학생
고추를 정성으로 따는 김시현 학생

하지만 그가 오늘날까지 추앙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준 사람은 단연 그의 어머니였다. 한석봉의 어머니는 떡장수를 해서 한석봉에게 글씨 공부를 시켰다. 출가하여 공부하던 석봉은 3년 만에 모친이 보고 싶어서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자 모친은 호롱불을 끄고 자신은 떡을 썰고 석봉은 글씨를 쓰게 한다. 그런데 불을 켜 보니 모친의 떡은 보기 좋게 썰어져 있었으나 석봉의 글씨는 엉망이었다. 모친은 석봉을 야단쳐서 다시 산으로 올려 보냈다.

석봉은 ‘반드시 성공하겠다!’며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각오로 더욱 공부에 열중하여 결국엔 조선 최고의 명필이 되었다. 한석봉 어머니의 성함은 백인당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도 볼 수 있듯 가정교육의 중요성이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수양산 그늘이 강동 팔십 리를 간다’라는 속담이 돋보인다. 수양산 그늘진 곳에 아름답기로 유명한 강동 땅 팔십 리가 펼쳐졌다는 뜻으로, 어떤 한 사람이 크게 되면 친척이나 친구들까지 그 덕을 입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벌써부터 나누는 봉사의 기쁨까지 공부하고 느낀 김시현 학생회장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아울러 김시현 학생의 어머니께서는 평소 김시현 학생에게 “나는 살림할 테니 너는 봉사하거라”라고 하지 않으셨을까 싶어 흐뭇한 마음까지 덤으로 건질 수 있었다.

더불어 김시현 학생도 장차 ‘수양산 그늘이 강동 팔십 리를 간다’의 비유처럼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별했다. 사족이겠지만 봉사하는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 오죽했으면 ‘주향백리 화향천리 인향만리’(酒香百里 花香千里 人香萬里)라는 말도 있을까.

“가지가 탐스럽게 영글었네요”
“가지가 탐스럽게 영글었네요”
저작권자 © 한국시민기자협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