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권 전,국회의원(정당인) 20대 국회 전반기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호주 모나쉬대학교 국제정치학 박사
심재권 전,국회의원(정당인) 20대 국회 전반기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호주 모나쉬대학교 국제정치학 박사

북한은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 정책을 입법화해 발표했다. 2013년 3차 핵실험 후 만들었던 ‘핵무력’ 입법을 대체한다고 한다.

이 ‘핵무력’ 법령은 총 11개 조문으로 구성되었으며 1. 핵무력의 사명, 2. 핵무력의 구성, 3. 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 4. 핵무기 사용 결정의 집행, 5. 핵무기의 사용 원칙, 6. 핵무기의 사용 조건, 7. 핵무력의 경상적인 동원태세, 8. 핵무기의 안전한 유지관리 및 보호, 9. 핵무력의 질량적 강화와 갱신, 10. 전파방지 등을 담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미국의 목적은 북한의 핵무기 제거에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핵을 내려놓게 하고 자위권행사력까지 포기 또는 렬세하게 만들어 우리 정권을 어느 때든 붕괴시켜버리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핵무력’ 정책의 입법화는 ‘우리의 핵을 놓고 더는 흥정할 수 없게 불퇴의 선을 그어놓은’ 것이며 이로써 ‘핵보유국으로서의 우리 국가의 지위가 불가역적인 것으로’ 되었다고도 했다.

이 법은 그동안 북한이 간헐적으로 밝혀 온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입장 전반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 부분만은 이번에 새롭게 밝혀졌다. ‘국무위원장은 핵무기와 관련한 모든 결정권을 가진다’고 하여 김정은 위원장의 절대적 권한을 명시한 것은 새로울 것도 없다. 미국도 대통령이 최종 결정권을 갖는다.

그러나 같은 조 3항에서 ‘국가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체계가 적대세력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하는 경우 사전에 결정된 작전방안에 따라 도발원점과 지휘부를 비롯한 적대세력을 괴멸시키기 위한 핵타격이 자동적으로 즉시에 단행된다’고 명문화했다. 즉 김정은 위원장 등에 대한 지도부 공격 시 각 작전부대에 미리 배포된 핵공격 작전계획이 자동으로 시행된다는 조항이다.

한미연합훈련의 북한 지도부 제거를 목표로 하는 참수작전이나 한미의 선제타격을 받아 북한 지도부가 붕괴될 경우의 대응전략인 듯 보인다. 미국에 비해 절대적으로 열세인 북한의 제2차 핵공격 능력에 대한 대비인 듯도 하다. 한미의 선제공격에 대한 나름의 억제정책으로도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의 연설에서 ‘절대로 먼저 핵포기란,비핵화란 없으며 그를 위한 그 어떤 협상도, 그 공정에서 서로 맞바꿀 흥정물도 없습니다’고 말했다. 선(先) 비핵화 거부 입장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한 것이다. 북한의 선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미국의 ‘외교적 해법을 추구하며 언제나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정책이나 우리 정부의 ‘담대한 구상’ 같은 정책에 대한 명확한 거부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선 비핵화를 거부하면서도 ‘우리의 핵정책이 바뀌자면 세상이 변해야 하고 조선반도의 정치군사적 환경이 변해야 합니다’고도 했다. 2018년의 비핵화 원칙을 다시 제시한 셈이다.

2018년 3월 김정은 위원장은 방북한 정의용 대표 등 남측 고위대표단에게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안전 보장을 조건으로 비핵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는 이후 4.27판문점선언, 북중정상회담, 싱가포르합의 등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한반도비핵화는 한반도평화체제 구축과 동전의 양면이다. 선 비핵화 시도는 북한 정권의 붕괴 이전에는 무망해 보인다.

우리 정부는 우선은 우발적 충돌 방지에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심재권 페이스북> 인간의 존엄과 평화, 한반도의 길!

저작권자 © 한국시민기자협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