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시인이 어머니를 노래하지만

= “가갸거겨구규 그기에서 멈춰버린 배움의 길 / 받침글자 배우려 할 때 삶의 무게에 멈춰버린 배움의 그 길 / 군대 간 외아들에게 편지 한 장 쓰지 못해 평생 한으로 남아 있지만 / 어머니의 살아가는 지혜는 어느 박사도 못 따라간다” =

8월 30일 정부가 발표한 2023년 국방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67만 6천 100원인 병장 월급은 내년엔 32만 3천 900원이 올라 100만 원이 된다고 한다. 정부 지원금 30만 원을 더 하면 사실상 병장 월급은 130만 원이 된다.

그만큼 군대도 이젠 어떤 재테크의 장으로 환골탈태한 셈이다. 하지만 과거엔 아들이 군대에 가면 어머니는 아들 걱정에 밤잠조차 못 이루시며 노심초사하셨다. 그런 대목이 이 시 한 편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 이름 어머니 _ 가끔은 나를 잊어버리는 어머니를 위한 시』가 출간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혜숙 작가가 쓰고 도서출판 행복에너지에서 펴냈다. 위에서 소개한 시는 이 책의 P.18~19에 등장하는 ‘배움의 한(恨)’이다.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어머니가 있다. 어머니의 몸에서 태어나고, 어머니의 돌봄으로 자라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런 만큼 오래전부터 많은 시와 노래, 이야기들이 어머니를 주제로 삼아 왔다.

하나 아이러니하게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작품이 어머니를 주제로 삼아 왔기에 때론 고루하다는 느낌을 던지는 것도 사실이다. 시에서 어머니를 노래하는 것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못한 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르다. 천생 효녀인 저자는 시종일관 어머니의 인생과 동선을 추적하며 이 글을 썼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 담긴 113편의 시는 하나같이 독자의 심금까지 울린다. 늙고 병든 어머니는 물론이요, 이미 천국에 계신 어머니까지 새삼 눈물 나게 그리운 이유까지 제공한다.

어머니의 몸과 정성을 빌리지 않고 이 세상에 태어나서 자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가며 어머니와 맺는 관계의 형태는 각자 다를지라도, 어머니라는 존재가 그 어떤 존재보다 특별하게 와 닿는 것은 모든 사람이 가진 공통점일 것이다.

이 책 『그 이름 어머니』는 제목 그대로 어머니를 노래하고 있는 시집이다. 많은 시인이 어머니를 노래하지만, 시집 전체가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감정으로 채워져 있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세상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는 각자의 어머니가 있고, 그 모든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에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노래를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저자 이혜숙 시인은 쉽고 일상적이면서도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어머니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그리움을 100여 편의 시에 담아내고 있다.

돌과 바람의 땅, 척박하고 강한 제주의 환경 속에서도 어머니가 계셨기에 든든했던 어린 시절의 회상에서 시작한다. 성장해서 어머니를 떠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어머니를 새롭게 이해한다.

인지장애로 가끔은 딸을 알아보지 못하시는 나이 드신 어머니께 다시 돌아와 그 일거수일투족을 돌보면서도 사랑을 이야기한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절절한 감정이 가득 담긴 4개의 장은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어머니의 사랑과 그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 주고 있다.

태화 이혜숙 시인은 시인이자 보건학 박사로서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학술연구교수로 활동 중이며 2022년 〈신문예〉 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시인으로 등단하여 국적, 성별, 나이, 계층을 가리지 않는 키워드, ‘어머니’를 통해 독자들의 마음을 부드럽고 섬세하게 어루만진다.

또한 삽화를 담당한 효림 진태결 화백은 대한민국 통일명인 미술대전, 한글사랑 서예대전 등 유수의 수상 경력을 가진 예술인으로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시켜 주는 듯한 부드러운 수채화풍의 삽화로 시의 매력을 더욱 돋운다.

저작권자 © 한국시민기자협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