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비닐하우스에서 배양되고 있는 국화
비닐하우스에서 배양되고 있는 국화

= “가을이 오면 눈부신 아침 햇살에 비친 ~ 그대의 미소가 아름다워요 ~ 눈을 감으면 싱그런 바람 가득한 ~ 그대의 맑은 숨결이 향기로워요~” =

요즘 듣기에 딱 좋은 가요인 서영은의 <가을이 오면>이다. 가을은 참 좋다. 그러나 가을을 시샘하듯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언론에서는 ‘힌남노’의 위력이 지난 1959년에 발생한 태풍 `사라'에 버금가거나, 때론 그보다 상위일 수도 있다며 겁을 주고 있다. 당시 `사라'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849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돼 역대 인명피해 규모로 1위를 기록했다.

재산 피해도 2천 400억여 원에 달했다고 한다. 필자가 태어난 해에 그런 역대급 비극이 일어난 것이었다. 괜스러운 푸념이겠지만 그래서 그렇게 59년생인 내 팔자는 구절양장(九折羊腸)처럼 굴곡과 시련이 많았지 않았나 싶다.

당시는 참 어려웠던 ‘보릿고개’의 끄트머리 즈음이었다. 전기는 아예 들어오지 않았다. 참 어려운 살림이었기에 석유가 아까워서 등잔불도 마음대로 못 켜던 시절이었다.

물은 마을의 공동우물을 이용하여 밥을 지었다. 물지게로 물을 옮겼는데 문제는 엄동설한이었다. 꽁꽁 언 비탈길에서 물지게와 함께 넘어지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기운 없는 노인은 그날부터 자리보전하고 꿍꿍 앓았다.

벼도 더 익으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벼도 더 익으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전국이 태풍권에 들어갔다곤 하지만 9월 5일 05시 10분인 현재, 이곳 대전은 마치 폭풍전야(暴風前夜)인 듯 잠잠하다. 그렇지만 태풍은 순식간에 들이닥치는 특색이 있어 각별한 대비가 반드시 요구된다.

어쨌든 ‘힌남노’가 지나가고 나면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가 도래한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장기간 볼 수 없었던 아들과 딸네 식구도 온다고 했다.

병원에서 퇴원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거늘 아내는 그래서 어제도 장을 보는 등 온종일 바빴다. 대전역 앞과 옆에 위치한 중앙시장과 역전시장을 함께 오갔다. 추석을 겨냥한 각종 상품이 무진장 쌓여 있었다.

그런데 과일 중에서는 유독 감이 귀해 보였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속담이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감은 서리를 맞아야만 비로소 맛난 홍시가 된다고 알려져 있다.

‘시련을 겪은 사람은 더 강해진다’는 말이 절로 떠오르게 되는 대목이다. ‘서릿발이 심한 속에서도 굴하지 아니하고 외로이 지키는 절개’라는 뜻으로, ‘국화’를 이르는 말인 오상고절(傲霜孤節)과 같은 맥락이지 싶다.

그런데 경험해보니 국화는 재배와 관리가 무척이나 까다로운 식물이다. 어쨌든 더 물씬한 가을이 오면 제법 꽃까지 핀 아름다운 국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고물가의 어려운 즈음이지만 가족과 함께 하는 정겨운 한가위가 되시길 축원한다.

고추가 빨갛게 익어 수확을 앞두고 있다
고추가 빨갛게 익어 수확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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