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의사상자협회 김덕민 이사장

사단법인 한국의사상자협회 김덕민 이사장
사단법인 한국의사상자협회 김덕민 이사장

타인의 위해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을 의사상자라고 부른다. 연일, 누군가를 돕다 죽거나 다쳤다는 의사상자의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보도된다. 수많은 시민들이 의사상자와 관련한 언론보도에 감사함, 미안한 마음을 전하지만 일시적인 관심에 그치고 만다. 그리고 의사상자들이 겪는 장기적인 피해나 아픔은 오롯이 의사상자와 가족의 몫이 된다.

공동체 의식이 붕괴되어 가고 개인주의적인 사회 풍조가 만연해진 사회에서 타인을 위해 희생한 의사상자에게 충분한 지원과 보상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누군가를 희생하여 돕는 것이 공동체 내에서의 미덕으로 이해되었지만, 오늘날에는 희생하여 누군가를 돕지 않으려 한다. 의사상자가 되어도 그에 맞는 적절한 지원이나 관심이 주어지지 못하는 현실을 누구나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 사회는 사회정의를 잃어가고 있다.

의사상자 지원제도는 1970년에 처음 제도화되었다. 그러나 제도화된 지원이 충분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사회정의를 위하여 혹은 공동체를 위하여 희생한 사람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억하고 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의사상자 지원제도가 꼭 필요하며 그 지원 내용 역시 강화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공동체 발전을 위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타인을 위해 구조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다치거나 사망한 분들과 그 가족에 대한 관심과 예우가 필수적이다. 공동체 의식이 약화되어 버린 오늘날에 의사상자 지원제도는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지난 수십여 년 동안 경제발전을 중심으로 압축성장한 한국 사회는 수많은 삭막한 도시 풍경을 만들어냈다. 사회 구성원들이 경쟁 속에 내몰리고 있고 개인은 자신의 삶을 제대로 돌보기에 급급하다. 이로 인해 개인주의는 사회 전반에 널리 퍼지게 되었고 공동체 의식은 점진적으로 붕괴되어 우리 사회는 건전한 공동체적인 발전이 어려운 상황이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현상은 더욱 지속될 것이다. 이와 같은 걱정 속에서 의사상자 지원제도는 최소한의 공동체를 유지하며 사회정의를 위해 힘쓴 사람들을 기리는 가장 기본적인 제도가 되어야 한다.

밝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일은 밝고 정의로운 일을 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 의사상자와 그 가족은 사회를 위해 희생하였으나 결국에는 사회적 약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 정서적 어려움이 의사상자와 그 가족의 몫이 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법률과 제도로 지원해야 한다. 특히, 의사상자 지원제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지원에서 소외되어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적합한 지원을 받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할 필요가 있다.

개인주의, 물질만능주의를 벗어나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할 일이다. 숭고한 정신이 일시적인 사회적 이벤트에 그치지 않도록, 희생을 자처한 사람들이 그 희생을 후회하지 않도록 의사상자 지원제도는 지속적으로 강화, 확대되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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