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 없이 술 먹는 건 실정법 위반
나와 같은 내륙의 도시인은 바다가 영원한 로망이다. 바다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을 부여한다. 더욱이 그 바다가 지금껏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제주도라고 한다면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꿈에 그리던 제주 여행을 실현한 건 최근에 일어난, 그야말로 ‘사건’이다. 청주공항을 출발한 여객기는 약 한 시간 뒤 제주국제공항에 나를 내려놓았다. 야자수 나무가 이색적인 공항을 출발하여 예약된 호텔부터 찾았다.
너른 바다와 서부두 방파제, 제주 탑동해변공연장, 제주항 여객선터미널, 제주항 연안여객터미널 등이 한눈에 다 들어오는 호텔 9층의 럭셔리한 객실도 마음에 쏙 들었다.
짐을 푼 뒤 서부두 명품 횟집 거리를 찾았다. 동행한 형님의 단골집이라는 [초가장 횟집]으로 주저 없이 들어섰다. 아주 반갑게 우리를 맞이하는 모습에서 벌써 생선회는 더욱 맛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잠시 후 식탁에 오른 각종 활어회는 먹기도 전에 오감부터 만족시켰다. 해삼과 문어 외에도 심지어 평생 맛보지 못한 갈치회까지!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껏 갈치회라곤 구경도 못 했다.
따라서 당연히 연신 젓가락이 춤을 출 수밖에. 제주 용암수와 함께 나온 한라산 소주 역시 회를 먹는 데 일등 공신으로 작용했다. 이어서 나온 음식은 고등어구이와 날치 알밥의 하모니였다.
어쩜 그렇게 입에서 감탄사를 연발케 하는지 정말 환상적인 맛이었다. [초가장 횟집]에서의 대미는 생선 매운탕.
우리나라의 주당치고 국물 없이 술을 먹는다는 것은 어떤 실정법 위반이다. 얼큰하고 시원한 생선 매운탕은 집을 떠나 난생 처음 제주도에 온 이 나그네의 마음까지 마치 고향 이웃집 아주머니처럼 위무해 주는데도 부족함이 없었다.
[초가장 횟집]은 제주시 건입동 1319-31번지에 위치한다. 서부두 방파제 입구라서 접근성도 좋다. [초가장 횟집]에서 배까지 두둑이 채운 뒤 서부두 방파제를 따라 제주 해변의 야경을 감상했다.
떠나는 대형 카페리(car ferry)가 뱃고동을 높이 울리며 출항하고 있었다. 삼삼오오 데이트를 나온 남녀들도 바다와 카페리를 배경으로 연신 카메라를 눌러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