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가구의 비극 다시는 없어야

영화 ‘기생충’ 포스터
영화 ‘기생충’ 포스터

영화 ‘기생충’은 2019년을 후끈 달궜다. 가족 전원이 백수로 살길이 막막한 기택(송강호) 가족을 포커스에 담았다. 장남인 기우(최우식)에게 명문대생 친구가 연결시켜 준 고액 과외 자리는 모처럼 싹튼 고정 수입의 희망이다.

온 가족의 도움과 기대 속에 박 사장(이선균) 집으로 향하는 기우로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이 영화에서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폭우가 쏟아지면 반지하 방에 물이 순식간에 차오르는 절망적 상황이다.

100년 만의 기록적 폭우가 서울을 습격했다. 그 여파로 관악구 신림동의 한 다세대주택 건물의 반지하에서 살던 초등학생 6학년 어린이와 그의 어머니, 이모가 그만 숨지는 비극이 빚어졌다.

더욱이 그 이모는 다운증후군을 앓던 장애인이래서 더욱 가슴이 미어졌다. 상식이겠지만 사람은 동병상련(同病相憐)을 느끼면 아픔이 더해지는 법이다. 나는 신혼 초 싸구려 지하방(地下房)에서 살았다.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생충’의 기택 가족이 살던 반지하 방은 그나마 밖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었지만 나와 아내는 아예 아니었다. 완전한 지하 1~2층 중간의 방이었기에 건물 밖의 풍경은커녕 희미한 햇살조차 인색했기 때문이다.

낮에도 전등을 켜야 했고, 폭우가 쏟아지면 불안에 떨었다. 그즈음 아들이 태어났다. 죄책감이 들었다. 오랜 기간 땅속에서 은거하다 성충이 되어서야 땅 위로 올라온다는 매미가 떠올랐다.

집중호우는 순식간에 범람한다
집중호우는 순식간에 범람한다

악착같이 일을 더 하여 이듬해 마침내 지상의 주택으로 이사할 수 있었다. 반지하의 주거시설은 기본적으로 통풍, 환기, 침수나 화재에 굉장히 취약한 구조이다. 특히 장마 때나 최근과 같은 기상이변에서 기인한 집중폭우 때는 그야말로 대책이 전무하다.

대한민국 전국에 32만호나 된다는 지하와 반지하 가구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시급한 정비와 보완이 시급하다. 정부는 영화 '기생충'이 한창 화제일 때 일제 점검을 약속한 바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없던 일처럼 됐다는 건 분명 유감이다.

지하와 반지하 가구를 대상으로 하루빨리 보조금을 지급하여 최소한 차수문(홍수 시 물 막는 문)을 설치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앞으론 지하와 반지하 주택을 아예 짓지 못하도록 하는 안(案)의 조치도 바람직하다.

기습폭우로 인한 ‘망고하다’ 사태를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망고하다’는 ‘어떤 것이 마지막이 되어 끝판에 이르다’ 라는 의미다.

‘살림을 전부 떨게 되다(파산하다)’라는 뜻도 포함된다. 순식간에 폭우가 쏟아져 들어차는 반지하 가구의 비극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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