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람들’에서 보는 검은 커넥션과 백락일고

‘동네 사람들’ 영화 포스터
‘동네 사람들’ 영화 포스터

[동네 사람들]은 2018년에 개봉한 영화다. 화려한 액션까지 믿고 보는 배우 마동석이 주연이다. 여고생이 사라졌지만 너무나 평온한 시골의 한적한 마을이 무대이다.

기간제 교사로 새로 부임 온 외지 출신 체육 교사 ‘기철(마동석)’은 복서 출신이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동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다. 실종된 여고생의 유일한 친구 '유진(김새론)'만이 친구가 납치된 거라 확신하여 사건을 쫓는다.

의도치 않게 ‘유진’과 함께 사라진 소녀를 찾기 위해 나선 ‘기철’은 누군가에 의해 실종 여고생의 흔적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모두가 침묵하는 사라진 소녀, 하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그녀를 찾아야만 한다.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검은 커넥션’과 ‘백락일고’(伯樂一顧)이다.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고등학교의 여학생이 지역 조폭에 의해 술집으로 팔려 와 취객들의 노리개로 전락하고 있음에도 눈을 감는 파렴치한 아버지.

그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어 그 학교의 미술 선생으로 근무하는 아들은 소심하면서도 변태적 성향을 가진 사이코(psycho)다. 지역의 경찰관들도 부패하긴 마찬가지.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여고생의 실종사건조차 상부에 보고조차 않는 모습에서 관객은 혀를 내두른다.

만약 진짜로 경찰이 저런다면 국가와 지역의 치안력은 과연 온전히 지탱할 수 있을까? 방화 [동네 사람들]이 던지는 화두는 명징하다.

첫째, 영화의 무대가 되는 지역의 소위 ‘방귀 좀 뀌는 자’들이 하나같이 썩었다. 검은 커넥션(connection)으로 똘똘 뭉쳐 그들만의 은밀한 리그에서 ‘형님 좋고 매부 좋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식으로 실정법까지 위반하기 일쑤다.

둘째, 지역의 군수(정치인)를 꿈꾸는 학교 이사장의 아들 지성(미술 선생)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툭하면 구타당하는 지독한 트라우마에 시달려왔다. 그게 원인이 되어 일탈을 하게 되고 결국엔 실종 여고생의 살인자까지 된다.

백락일고(伯樂一顧)는 명마가 백낙을 만나 세상에 알려진다는 뜻으로, 자기의 재능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 대접을 잘 받음을 이르는 말이다. 작가가 아무리 잘 쓴 글일지라도 이를 알아보지 못하는 출판사에선 책을 내주지 않는다. 같은 맥락이다.

자기 아들을 진정 사랑으로 길렀다면 지성은 결코 살인자가 되지 않을 수 있었다. 즉 지성은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백락일고는커녕 ‘복날 개 맞듯’(요즘이야 사라졌지만) 홀대만 당하다 보니 그만 욱하는 심정에 살인자까지 된 것이다.

‘가정폭력은 대를 잇는다’는 말이 예사롭지 않다. 한편, 이 영화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원빈 주연의 <아저씨>에서 소녀 조연으로 나왔던 김새론이 어느새 성큼 자라 처자(處子)가 된 신선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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