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닭백숙, 닭볶음탕, 오징어볶음, 골뱅이무침, 제육볶음, 닭발, 오뎅탕, 동태찌개, 두부두루치기, 두부김치, 왕계란말이, 갈치구이, 고등어구이, 조기구이도 연신 입맛을 강탈
예나 지금이나 터미널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지니고 있다. 어려서는 고향 역 앞의 터미널에서 소년가장으로 돈을 벌었다. 지금은 사통팔달의 관문인 대전복합터미널 근처에서 산다.
터미널과 연관된 가요는 많다. 윤수일이 2008년에 발표하여 히트한 [터미널]이 대표적이다.
= “고속버스 차창 너머 외로운 소녀 울고 있네 / 가지 말라고 곁에 있어 달라고 애원하며 흐느끼네 / 기약 없이 서울로 가는 머시매(사내 아이)가 너무 야속해 / 차창을 두드리며 우네 땅바닥에 주저앉아 우네 / 터미널엔 비가 오네” =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터미널에서 울고 있을 소녀의 마음은 과연 어땠을까! 대전시 동구 동서대로 1695번길53(용전동)에 위치한 ‘MR 벌 포차’는 대전복합터미널의 바로 뒷골목에 위치한다.
주인장의 넉넉하고 큰 손에서 정성으로 잘 만들어진 각종의 요리와 음식은 뭣하나 빠질 것 없이 진수성찬(珍羞盛饌)의 화룡점정으로 손색이 없다. 그럼 ‘MR 벌 포차’에서는 뭘 먹어야 할까.
우선 차림표부터 푸짐하다. 한방닭백숙, 닭볶음탕, 오징어볶음, 골뱅이무침, 제육볶음, 닭발, 오뎅탕, 동태찌개, 두부두루치기, 두부김치, 왕계란말이, 갈치구이, 고등어구이, 조기구이도 연신 입맛을 강탈한다.
그래서 이 집에 들어서기 전에는 반드시 뭘 먹을지를 사전에 결정하는 게 옳다. 풍성한 차림표에서 볼 수 있듯 ‘MR 벌 포차’는 가수 윤수일의 히트곡 [터미널] 가사처럼 비가 내리는 터미널에서 기약 없이 서울로 가버린 머시매 때문에 울고 있는 소녀에게도 안성맞춤이다.
비에 흠뻑 젖은 몰골도 몰골이거니와 기왕지사 흠씬 울었으니 당연히 배도 고플 터. 이럴 때도 그 소녀는 냉큼 ‘MR 벌 포차’를 찾고 볼 일이다. 그리곤 소주 한 병 시켜서 오징어볶음이든 골뱅이무침으로 빈속을 달래면 아까의 격렬했던 분노까지 시나브로 휘발된다.
[터미널]의 2절에 등장하는 ‘밤도 깊은 터미널에서 울고 있는 외로운 남자’ 역시 매일반이다. 그 남자 역시 슬픈 곡절을 내재하고 있다.
‘그때 그 시절 옛사랑을 찾아서 이 거리에 다시 왔건만’ 자신이 그 여자를 뿌리치며 떠나야 했던 그 세월이 너무 길었다. 그래서 자업자득(自業自得) 차원에서 그는 지금 ‘밤거리를 헤매며’ 울고 있다. 옛사랑이 그리워서 우는 것이다.
남녀 간이든 돈이든 인연이 없다면 둘 다 내 것이 될 수 없다. 그럴 때는 깨끗이 잊어라. 그리곤 지척의 ‘MR 벌 포차’로 저벅저벅 들어서라. 혹시 아는가? 혼자서 자작(自酌)하는 소녀와 말동무를 하다가 연인으로 발전할 지.
따지고 보면 그 또한 어떤 행운일지니. 앞으론 터미널에서 구질구질 울지 말고 ‘MR 벌 포차’로 냉큼 와! 내가 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