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내 아들 같은 유등천

애월담 입구
애월담 입구

여행은 로망(roman)이다.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더욱이 그 여행지가 바다 건너에 있는 곳이라고 하면 더더욱 가고픈 충동에 불을 지른다. 그래서 말인데 제주도는 내가 입때껏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여행의 불모지(不毛地)였다.

 

그야말로 인연이 없는 곳이었다. 제주 관광을 준비하면 꼭 그렇게 불의의 사달이 발생했다. 그것도 몇 번이나. ‘이러다가는 죽기 전 제주 관광은 어림도 없을 것’이라며 자포자기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 낭보가 찾아왔다. 내가 소속된 모 문인협회의 회장님께서 제주 회원들의 문학상 시상식에 가시는데 동행을 요청하신 것이었다.

 

평소 호형호제하며 친형님처럼 받드는 분이다. 그렇지만 처음엔 덜컥 겁이 났다. 가까운 곳도 아닌 제주도 아니던가! 그렇다면 왕복 비행기 항공료만 해도 대체 얼마야. 또한 2박을 하면서 음식까지 사 먹자면 그 비용은 과연?... 도무지 용기가 안 난다고 했더니 회장님께서는 2박 3일간의 제주 일정 중 들어가는 비용은 비행기 항공료와 대전에서 청주공항까지 가는 차비뿐이라며 안심하라고 하셨다.

운치 있는 실내 분위기
운치 있는 실내 분위기

그러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이 나오면서 제주 여행을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어제는 착한 아들 덕분에 충남 금산군으로 1박 2일 일정의 피서 겸 여행을 다녀왔다. 금산읍에서 1박을 한 뒤 돌아오는 길에는 충남 금산군 진산면 실학로 529(막현리)에 위치한 [애월담]에 들렀다.

 

장맛비가 흩뿌리는 가운데서도 손님들이 꾸역꾸역 모여드는 걸로 보아 진작부터 소문이 자자한 집이지 싶었다. 1천 평 규모의 제주 감성 브런치 카페인 [애월담]은 제주 식재료를 이용한 피자, 파스타 등의 메뉴로 금산에서도 제주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동행한 아내와 아들, 며느리에게 나와 손자의 것만 빼고 석 잔의 차와 브런치(brunch) 케이크를 주문하라고 했다. 가족들이 환담을 나누는 사이 [애월담]의 내부를 구경했다. 먼저 목가적 풍경이 정겨웠다.

데이트 장소로도 그만
데이트 장소로도 그만

운치 있는 실내 분위기 또한 아무리 냉소적이었던 사람들조차 금세 정담(情談)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기와 역시, 마치 분실했던 노스탤지어 (nostalgia)를 선물 받는 기분이었다. 내부를 나와 정원을 거닐었다. 잘 가꾼 정원은 흡사 제주에 온 느낌까지 데자뷔로 느껴졌다.

 

‘데자뷔’는 한 번도 경험한 일이 없는 상황이나 장면이 언제, 어디에선가 이미 경험한 것처럼 친숙하게 느껴지는 일을 뜻한다. [애월담] 인근에는 두루봉과 장구봉 외에도 유등천(柳等川)의 상류인 맑은 물이 철철 넘쳐흐르고 있었다. ‘유등천’은 충남 금산군과 대전광역시에 걸쳐 흐르는 하천이다.

 

금강의 제1 지류인 갑천의 지류(支流, 강의 원줄기로 흘러들거나 원줄기에서 갈려 나온 물줄기)이기도 하다. 대전이 가뭄 없고 홍수 피해 역시 거의 없는 것은 유등천이라는 ‘효자’ 덕분이다. 마치 내 아들과 같은.

 

잘 가꾼 정원도 일품
잘 가꾼 정원도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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