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이런 데도 있었네!”

산자수명(山紫水明)의 장관
산자수명(山紫水明)의 장관

올해도 변함없이 장마가 찾아왔다. 그러나 뜨뜻미지근한 바람에 오히려 무더위만 강화시켜 준 모양새다. 참고로 ‘뜨뜻미지근하다’는 온도가 아주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하는 일이나 성격이 분명하지 못하다’는 의미까지 포함된다. 그만큼 올 장마는 충청도 사투리로 개갈안난다. ‘개갈안난다’는 ‘시원찮다’의 충청도 말이다. 무더위에 시달리고 있을 무렵 낭보(朗報)가 찾아왔다. 효자 아들이 우리 부부를 모시고 피서를 가겠다며 집에 온 것이었다. 모처럼 며느리와 친손자까지 동행하였기에 여간 큰 기쁨이 아니었다.

 

아들의 차에 올라 충남 금산군 진산면 삼가리 부근에 위치한 휴양림로를 찾았다. 인근의 국사봉과 백마산 등지의 우거진 삼림에서 분출된 시원한 물줄기가 얼추 강을 이루듯 푸짐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와서 물놀이와 피서를 한껏 즐기고 있었다.

온가족 피서지로도 으뜸
온가족 피서지로도 으뜸

“와~ 이런 데도 있었네!” 더위에 지칠 대로 지쳤던 아내가 더 반색을 하며 탄성을 질렀다. “여기는 그야말로 피서의 끝판왕에 다름 아니군!” 부창부수(婦唱夫隨)라고 했던가. 나 또한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여기서 말하는 ‘끝판왕’이란 마지막 판에 이르러 볼 수 있는 왕, 즉 가장 뛰어나고 대단한 사람이나 그러한 대상을 이르는 표현이다. 그만큼 금산군 진산면 삼가리 인근의 휴양림과 계곡은 풍광까지 압권을 이루고 있었다. 금산군 진산면 삼가리(三佳里)는 이름부터 특이하다.

 

아름다울 ‘가’(佳)에서 볼 수 있듯 이곳은 산과 물, 바위가 모두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라고 한다. 산을 빼고는 대부분의 지역이 평지로 이루어져 있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마을 동쪽에는 국사봉이 솟아 있으며, 서쪽으로 참 맑고 고운 삼가천(三佳川)이 흐르고 있다.

물보라의 희열
물보라의 희열

마치 물 만난 고기인 양 물놀이 삼매경에 빠진 손자의 천진난만한 모습 또한 이를 바라보는 이 할아버지의 마음을 넉넉하게 만들었다. 삼가천은 산에서 발원한 물줄기인 덕분에 바닥까지 투명하게 보이는 모습 또한 장관이었다.

 

수질 오염원 하나 없는 맑은 물에서 삼삼오오 모여 사는 물고기들도 지천이었다. 삼가천의 지척에는 커피숍과 풀장, 카라반(caravan, 자동차에 매달아 끌고 다닐 수 있게 만든 이동식 주택) 숙소까지 있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곳이 해마다 피서철이면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라며 지나가던 이웃 주민이 귀띔했다. 아닌 게 아니라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며 직원에게 물어보니 “한여름에는 반드시 미리 예약을 하셔야만 비로소 1박할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인근 커피숍과 풀장
인근 커피숍과 풀장
저작권자 © 한국시민기자협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