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장이 되어선 안 돼

심재권 전,국회의원(정당인) 20대 국회 전반기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호주 모나쉬대학교 국제정치학 박사
심재권 전,국회의원(정당인) 20대 국회 전반기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호주 모나쉬대학교 국제정치학 박사

윤석열 정부는 지난 5월 10일 출범했다. 출범 2개월이 지나며 내외정책들에 여러 변화의 싹들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것 중의 하나가 미중 갈등에 있어 명확한 미국 편들기다. 한반도가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의 최일선이 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한미동맹 강화’라는 이름으로 모든 외교안보 정책에 있어 ‘미국 뜻 따라 하기’라고 해도 좋으리만큼 미국 정책 추종 입장을 보였다.

윤 정부는 출범 직후 반도체, 배터리 등의 주요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에 참여했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슬로건으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며 올여름 실시하는 다국적해상훈련 '림팩(RIMPAC)2022'에도 구축함과 잠수함, 장병 1000여 명 등 역대 최대 규모의 전력을 파견하고 있다.

러시아를 ‘가장 중대하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그리고 중국을 나토의 이익, 안보, 가치에 도전하는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며, 미국이 나토 동맹을 중국 견제에 끌어들이고 아태 동맹을 러시아 견제에 끌어들여 러중에 대응하는 글로벌 신냉전 체제를 구축한 지난 나토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나토와 인도태평양 간 협력 관계가 보편적 가치 수호 연대의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고 연설했다.

윤 대통령을 수행하던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윤 정부의 미국 경도, 반 중국적 정책이 한중 경제 관계에 미칠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듯 현지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있고 내수 중심 전략으로 바뀌고 있다고 하며 그동안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하고 중국의 대안 시장이 필요하며 유럽과의 협력을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일 3각협력 강조에 대해 윤 대통령은 ‘오늘 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협력이 세계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요한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 함께 초청을 받은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파트너국(AP4) 4개국 정상회의에서는 “글로벌 안보위협에 공동대응하자”고 제안했다. 귀국 후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참석 AP4 간 추후 협의 정례화도 지시했다.

드디어 윤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지난 7월 7일의 발리 한중 외교장관 대면 회담에서 박진 외교부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에게 ‘신정부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중시 한다’고 하고 윤 정부가 ‘자유와 평화, 인권과 법치를 수호하기 위한 국제사회 협력과 공조에 적극 동참할 것’임을 명확히 전달했다.

중국의 국내 정치체제나 중국 정부의 기업활동 통제 정도를 별론으로 한다면 중국의 경제 체제도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이다. 기업의 투자와 이윤 추구, 이익의 투자자 귀속 등이 보장되고 있다. 대외경제 관계에 있어서 세계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편입 된지는 오래다.

지금 미중 간의 갈등은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이념 대립이 근본 갈등이 되던 지난날의 미소 냉전과는 성격이 다르다.

오히려 ‘투키디데스’식 갈등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존 패권국가와 빠르게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이 가질 수밖에 없는 갈등이다.

현재로서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끝을 예측하기 어렵다. 미국은 이데올로기적 가치갈등을 내세우며 국제무역, 첨단기술, 산업공급망 등 모든 영역에서 중국의 고립 내지 탈중국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중의 핵무장과 경제력에 비추어 상호공멸을 각오하지 않는 한 양국 간의 직접적 무력 충돌은 예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두 나라는 대만이라는 일촉즉발의 화약고를 안고 있다. 그런데 북한과, 특히 핵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일방적으로 미국 정책을 추수하며 중국과 각을 세우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나토의 대중 봉쇄정책을 ‘중국의 대외정책을 음해’하고 ‘냉전 사유와 이데올로기적 편견이 충만’한 것으로 비판하면서 ‘결연히 반대’한다고 강력히 반응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탈중국, 친미 경도의 정책들에 대해서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아직 거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지난 박 장관과의 발리회담에서도 박 장관의 ‘가치외교 표방’ 등의 발언에 대해 왕이 외교부장은 특별한 언급 없이 한국과 ‘좋은 이웃 관계, 우호협력 관계가 지속해서 발전할 수 있도록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 정도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지난 2개월 연속 대중 무역적자가 나 한중 경제 관계에 대해 일각에선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월간 대중 무역적자가 발생한 건 1994년 8월 이후 처음이고 2개월 연속 적자는 1992년 10월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경제 관계는 더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안보상황은 참으로 우려스럽다. 윤 정부 들어서면서 남북 관계는 유사시 상호 선제타격, 북의 핵 선제 사용 가능 언급 등으로 이미 위험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미중 갈등에 윤 정부가 미 측 입장의 첨병이 되면서 한반도는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의 최일선까지 맡게 된 것이다.

‘투키디데스의 함정’ 이론을 편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 같은 학자는 ‘미중 간 군사적인 충돌 가능성이 생각보다 높다’고 하며 그 시발점의 하나로 대만과 함께 한반도를 지목하기도 한다.

지난 5월 하순,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미국과 한국 등의 제재 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해 부결시켰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도발을 감싸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은 ‘미국이 한반도 상황을 인도태평양 전략이란 체스판의 말로 쓰려 한다’며 만약 누군가 ‘한반도에 전쟁의 불길을 퍼뜨리려 한다면 결단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미국을 비난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미국과 러시아 간의 대리전장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한반도가 미중간의 대리전장이 되어선 결코 안 된다.

심재권 페이스북(인간의 존엄과 평화 한반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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