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신분서갱유(新焚書坑儒)?

21세기 신분서갱유(新焚書坑儒)?

 

 진시황제 34년(B.C 213년) 천하통일을 경축하는 잔치가 궁에서 열리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신하들이 황제의 공덕을 칭송하며 축배를 올렸다. 이 과정에서 신하 중 순우월이 앞에 나아가 경전을 인용하여 옛 것을 찬미하고 현재를 풍자하는 발언을 했다. 이에 승상자리에 있던 이사는 순우월의 발언에 반론을 제기하며 옛 것을 빙자하여 현세를 비판하고 민심을 교란시키는 행위는 용서할 수 없다고 비난하면서 진나라 역사 이외의 다른 모든 서적은 모두 불살라 없애고 추후에 다시 옛 시서(詩書)에 대하여 논하는 자가 있다면 극형에 처해야 하며, 옛 것을 옳게 여기고 현재를 비판하는 자는 일족을 멸해야 한다고 주청하였다. 진시황은 이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주역(역경)과 의약이나 농사에 관한 실용서적만을 남기고 다른 서적은 모두 불살라 없애게 했다. 이 분서(焚書)정책에 유생들이 반발하여 일어나자 그들까지 생매장하는 강경 탄압책을 취했으니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분서갱유(焚書坑儒) 사건이다.

 

 분서의 결과로 진나라는 사상적인 통일을 이루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고대문화의 전적(典籍)을 파괴하고 소멸하는 문화의 말살정책을 초래하고 말았다. 갱유사건 또한 정치적 견해가 다른 유생들의 육체는 폭압적인 방법으로 제거할 수 있었겠으나 정신적으로는 도리어 많은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이 사건은 결과적으로 진왕조의 통치기반을 약화시켜 멸망의 길을 초래하고 말았다.

 

 20세기 분서갱유는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들에 의해 자행되었다. 1960년대 중반무렵 나이 든 모택동의 젊은 연인이었던 강청의 주도하에 10년 동안 지속 된 문화혁명은 반대파를 제거하고 교조적 공산주의 전통성 확보와 자본주의 요소의 청산에 있었다. 소위 낡은 사상, 문화, 관습, 풍속 등을 타파한다는 미명하에 그들의 종교, 사회, 역사, 정신문화, 등 모든 것을 지워버리는 작업이었다. 20대 전후의 청년들로 구성된 홍위병을 앞세워 수천만명의 지식인들을 살해하거나 탄압하여 유교경전 등 서적도 불태우면서 죽의 장막이라는 폐쇄적인 국가로 만들었던 사건이다.

 

 유럽판 분서갱유 사건은 나치 추종자들에 의해 자행되었다. 1933년 5월에 베를린 훔볼트대학 도서관에서 수만권의 책을 끄집어내어 공개적으로 불태우는 분서사건이 일어났다. 훔볼트 형제에 의해 설립된 이 대학이 내세운 "연구 중심 대학"이란 개념은 그 당시 전 세계적으로 롤모델이 되었다고 한다. 유대인, 공산주의자, 나치에 반대하는 149명의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저자들의 책들이 그 대상이었다. 결국 프리드리히 2세가 갈망했던 문화강국의 꿈은 나치 독일에 의해 자행된 독일판 분서갱유 사건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작금의 중국에서는 21세기판 분서운동이 도서관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중국 북부지방의 한 도서관에서는 공산당 기호에 걸맞지 않는 책과 종교관계 서적을 불태우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 운동은 다른 도서관으로도 번져나갈 것이라고 한다. 공산당의 방향과 국가의 통일과 주권에 해를 끼칠 자료들의 금지를 요구하는 것이다. 또한 중국의 각 지방정부에서는 그들의 청사 사무실로부터 외국산의 용품들을 모두 제거하고 있다고 한다. 즉 중국산 이외의 물품은 쓰지 못하도록 한다는 의도이다.

 

 덩샤오핑이 추진했던 부분자본주의 도입과 그에 따른 중국경제의 발전은 이제 그 한계에 도달했다고 본다. 2018년 공산당 전인대에서 시진핑이 스스로 종신주석직을 추인받을 당시 이미 어느정도는 예견되었던 사태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계속 진행된다면 중국공산당도 머지않은 미래에 그 종말을 보게 될 가능성이 커지게 될 것이다.

<활기 정신건강증진연구원장 철학박사 임주완>

<齊和 노장사상연구소장>

<活起 풍수원구원 대표>

<국제웰빙전문가협회 행복 코디네이터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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