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전문가의 의미와 평가의 기준을 되새기며

(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김성찬
(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김성찬

며칠 전 아들의 피부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사춘기 호르몬 분비에 의해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청결과 관리에 신경을 쓰라는 의사의 당부와 피부 관리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돌아왔다. 아들은 평소와는 다르게 지극 정성으로 세안을 하고 화장품을 바른다.

“거봐! 아버지 말이 틀린 것이 없잖아. 의사도 똑같은 말을 하네.”
“왜 아버지가 말할 때는 듣지도 않더니만 아깝게 돈을 쓰고서야 관리를 하니?”
아들을 보며 짧은 핀잔을 주었다.

돌아온 아들의 짧은 답변은
“의사는 전문가니까요.”

​세상에 나옴과 동시에 눈을 맞추며 살아온 부모의 한마디보다 전문영역에서 인증 받고 업에 종사해 온 사람의 말을 더 신뢰한다. 세월과 함께 한 일반적 경험을 가진자와 누군가가 인정한 전문적 경험을 가진 자의 비교에서 후자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당연한 결과인가?

전문가는 사전적 정의로 ‘어떤 특정한 부문을 오로지 연구하여 그에 관한 지식이나 경험이 풍부한 사람. 또는, 그 일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전문가’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고, 누가 평가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전문성은 전문 기술이나 지식, 경험에 기반을 두고 권력으로 이용되어 왔다.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나 특정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 대한 권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처방을 내리면 환자는 자신의 건강을 위해 의사의 처방을 믿고 따른다. 일반 조직에서도 사수가 부사수보다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할 경우 기술에 대한 지식을 가진 부사수가 전문적 권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법률적인 문제에 마주하면 법률전문가에 의존하게 된다. 그것은 공인된 권리와 힘으로 작용한다. 전문적 권력이다.

​권력의 유형을 분류한 프렌치(John R. French)와 라벤(Bertram Raven)은 권력을 보상적 권력(reward power)·강제적 권력(coercive power)·합법적 권력(legitimate power)·준거적 권력(referent power)·전문적 권력(expert power)의 5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Hersey와 Blanchard (1988)도 권력의 원천 7가지 중 정보적 권력과 달리 정보를 이해하고 사용할 줄 아는 능력으로, 교육이나 경험을 통해 얻게 되는 전문적 능력을 전문적 권력으로 정의 하고 있다.

기성 전문적 권력의 소유자들은 폐쇄적인 환경에서 정보를 독점하고 그것으로 권력을 행사하고 특권을 누린다. 정보의 독점은 전문성 선점이라는 과정을 거치고 소유하지 못한 개인은 상호작용 속에서 전문성에 의존하게 한다.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막대한 이익으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공정으로 작용한다. 전문성 이라는 지위가 권력의 수단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공유와 소통이라는 사회적 변화는 주식고수, 부업고수, 출판고수 등 자신의 영역에서 경험을 통해 전문성을 가진 이들을 등장시켰다. 보편적 가치를 찾고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전문적 권력이다. 전문성에 대한 판단 주체가 수요에 의해 평가되고 능동적으로 전문성을 수용하며, 나아가 판단 주체인 소비자가 전문성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 전문가 집단은 새로운 경쟁자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새로운 전문적 권력의 등장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전문성이라는 점에서 기존 전문적 권력에 위협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위협 요소는 전문가라는 지위와 사회적으로 허락된 전문 권력의 집단화 양상으로 이어진다. 직능단체 혹은 이익집단으로써 자기 집단의 특수한 이익 실현 추구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공익을 훼손하고 집단 이기주의를 위한 권력화는 경계해야 한다.

라인홀트 니버는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집단에는 양심이 없다'라고 했다.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 집단은 이기적 충동에 끌려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 사회는 전문적 능력이 집단의 이기적 충동으로 변질되지 않고 사회적 공익을 추구하는 진정한 전문가를 요구하고 있다.

몇 년 전 한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두 명의 가수가 생각난다. '공기 반, 소리 반'을 평가한 한 명, 그리고 참가자의 발전 가능성을 평가한 다른 한 명이 있었다. 여러분은 둘 중 누가 더 진정한 전문가라 생각하는가?

우리는 가족, 친구, 지인의 경험에 의한 지식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을까? 내 옆 소중한 누군가의 진심 어린 평가보다 온라인 후기에 더 맹목적인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에서 진정한 전문가라는 의미와 그 전문가는 누가 평가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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