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와 예술 그리고 문학과 철학

齊和 노장사상연구소장

 지나온 과거역사를 돌이켜 볼 때 천재적 재능은 예술분야를 위주로 하여 출현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그 분야의 장르에 따른 출현의 빈도에도 차이가 있다고 본다. 미술, 음악, 문학이 각기 다르고, 문학 중에서도 시와 소설이 다를 뿐더러 소설 중에서도 단편과 장편에서 나름의 차이가 난다.

 다른 분야도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만 특히 예술분야의 경우에는 선천적인 재능이 더욱 요구되는 것 같다. 그 예술분야 중에서도 음악과 미술부문이 영재가 출현하는 대표적인 영역이라 할 수 있겠다. 서양의 대표적 천재라고 일컬어지는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의 경우, 그의 천부적인 재능에다가 작곡가인 부친의 조기교육이 더해진 덕분으로 5세에 작곡을 시작하여 8세에 교향곡(K.16)을 지을 수 있었다고 본다.

 피카소(Pablo ~~~~~ Picasso)의 경우에는 그의 부친도 화가였었는데 아들의 선천적인 자질을 알아 낸 후 자신의 작품활동은 접은 체 자식교육에 힘써 10대 때 이미 회화의 테크닉에 관해서는 거의 완성단계에 이러렀다고 한다. 여담으로 피카소의 이름 전체(Pull name)는 20여 개의 단어로 되어 있으며 그 스펠링은 100여 개 글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동서고금을 통털어 필자가 접해본 이름 중에서 가장 긴 것으로 기억된다.

 문학분야 중에서도 장편소설의 경우에는 어린나이로 불후의 역작을 남긴 전례는 찾아볼 수가 없다. 다만, 詩(시) 분야에서는 20대를 전후한 나이임에도 큰 족적을 남긴 시인이 종종 있었다. 이 장르는 영감(靈感)과 타고난 재능이나 모방에 의한 결과물로 연관지을 수 있겠다. 과학계통에도 이따금씩 젊은 천재가 출현하는데 이 분야도 영감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필자가 알고 있기로는 철학쪽에서 나이 어린 천재가 출현했었다는 전례는 거의 없었다고 본다. 존 스튜어트 밀(J.S. Mill)의 경우, 다섯살에 라틴어와 희랍어를 조기에 터득했고 10대 초반의 나이에 대학원 수준의 교육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도 장년이 된 이후에야 비로소 역작들을 펴내기 시작했다. 오직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동양의 대표적인 천재로 일컬어지는 왕필이다. 3세기 중엽 후한시대 인물인 그는 동양의 고전가운데 가장 난해하다는 노자 서물(書物, 도덕경)과 주역을 포함한 경전과 고전서적들에 대하여 15세 부터 24세에 죽기 전까지 모조리 독창적으로 주석을 달았다.

 왕필은 17세를 전후한 나이에 노자 서물에다가 최초로 주석을 붙였고, 23세 무렵에는 주역에 대한 주석서도 남겼다. 그는 노자 서물을 81장으로 분류하고 주석을 달면서 도덕경이라고 명명한 이후 그의 주석에 근거한 해설서들이 전세계적으로 1천여종이 넘는 출판물이 범람하고 있는 실정이다. 20세기 후반에 곽점촌 무덤에서의 죽간본과 마왕퇴 무덤에서의 백서본이 출토되었지만 지금까지도 그의 도덕경 주석을 두고 학계에서는 통행본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각각 동서양을 대표하는 천재인 왕필이 24세에 요절하였고 모짜르트는 32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소위 천재는 요절할 수 밖에 없다는 통념은 신의 의지인가? 자연의 섭리인가!

 철학분야의 고전들을 보노라면 조숙한 천재는 거부될 수 밖에 없었다고 본다. 노자처럼 깊은 통찰과 사유로서 만년에 현묘한 직관으로 설파하는 원숙한 경지가 아니었다면 그의 서물(도덕경)은 결코 쓰여질 수 없었다고 본다. 유일한 예외적 존재였던 왕필이지만 노자 서물에 대한 주석서 만큼은 노자가 직관력으로 직설해 놓은 본질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는데 이는 아마도 짧은 년륜으로 말미암아 지혜가 부족했던 탓이라고 본다. 따라서 철학이란 세월과 비례하여 깊어져야만 제대로 문리가 터인다고 할 수 있겠다.

 노자의 서물(도덕경)이 단순히 도(道)와 덕(德)을 논한 글이 아니라 우주의 생성과 소멸 등 천체의 운행이치와 이 우주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의 가치관을 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필자는 기존의 도경과 덕경으로 분류해오던 것에서 탈피, 그 견해를 완전히 달리하는 3가지의 큰 주제로 분류하여 재해석하였다. 노자의 서물은 그가 직관적 사색으로 도출한 결론만을 서술해 놓은 것으로 우주천체의 이치를 밝혀 놓은 '우주편', 인간이 살아가는 규범 등을 적시해 놓은 '인류편', 그리고 다스림과 전쟁에 대한 그의 견해를 피력해 놓은 '치세편'으로 분류한 것이다. 필자는 사상 처음 혁신적인 방법으로 재해석한 <노자 신주석서>를 2021년 3월 초에 초판을 발간하게 되었다.

<활기 정신건강증진 연구원장 철학박사 임주완>

<齊和 노장사상연구소장>

<활기 풍수원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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