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용론(體用論)과 그 용례

 체용론(體用論)은 사물을 체와 용의 두 측면으로 나누어 그 각각의 의미와 상호 연관성 속에서 사물을 이해하는 사고방식을 일컫는다. 체(體)는 사물의 본체와 근본적인 것을 가리키는 것이며, 용(用)이란 사물의 작용 및 현상과 파생적인 것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체용은 일종의 관점학이라 볼 수 있다. 즉 하나의 사물(체용)을 사건(용)기준으로 설명할 수 있고, 또 사물(체)기준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동양학의 원리인 것이다. 그 기준을 체로 하든 용으로 하든 이것은 관찰자가 임의대로 선정하는 것이므로 결코 위 기준자체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없다. 체용이란 개념은 인도에서 전파 된 불교를 중국식으로 정착 시킬 때 그 이론을 체계화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가 그 시발점이다.

송나라 때 유가(儒家)에서 이 체용개념을 차용하여 사용함으로써 그 의미가 조금씩 변화되어 갔다. 송대의 성리학자들이 이 체용개념에 의거해 우주론과 인성론을 설명함으로써 체용은 철학적 용어로 굳어지게 되었다.

주돈이는 무극이 태극을 형이상자로서 천지만물이 생성되기 전의 본체로 보았고, 그 본체에서 동정과 음양오행이 나오고, 다시 교감상태에서 천지만물이 형성된 것으로 보았다. 동정과 음양은 그 본체의 작용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는 영구불변의 본체적 존재를 체라고 부르고, 기의 변화하는 작용을 용이라고 불렀다.

정이는 본체론을 구체화하여 이기(理氣)로 설명 했다. 그는 주역 계사전의 형이상학적인 도(道)와 형이하학적인 기(氣)를 리와 기로 바꾸어 표현했으며 리를 관념상의 존재로서 도, 태허, 무형 등으로 표현했고 기를 질료적인 존재로서 기, 음양, 유형 등으로 표현한 것이다. 즉 리를 영구불변의 본체적 존재로서 체라 하고 기를 변화하고 작용하는 존재로서 용이라 하였다.

맹자의 사단과 칠정 중에서 사단은 본연지성으로서 리 및 체로 보았고, 칠정은 기질지성으로서 기 및 용으로 보았다. 즉 천지만물의 본체를 체라고 하고, 이 체를 구체화하는 작용을 용이라고 보았다.

주희는 리를 천지만물의 본체로서의 형상으로 보았고 기는 그 형상인 체를 구체화하는 작용적 자료로 보았다. 또 다른 차원에서 보자면 인간의 정(精)이 체라면 신(神)이 용이며, 인간의 마음에서 심(心)의 주체인 성(性)이 체라면 심의 작용인 정(情)은 용인 것이다. 주희 이후 동양철학의 전반적인 문제를 체용의 개념으로 이론화, 체계화하는 풍조가 생기게 되었다.

양자역학은 분자, 원자, 전자와 같은 미시의 물리학분야이다. 기존의 고전물리학으로 설명을 시도할 경우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체계가 요구되었다. 막스 플랑크의 양자가설을 계기로 하여 20세기에 체계화된 분야다.

에너지를 입자로만 생각하고 있을 때 아인슈타인은 파동이론을 주장하였다. 하나의 사물을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당시의 과학자체를 부정하는 것이기에 상상도 할 수 없던 시기였다. 닐스 보어는 아인슈타인과 10여년의 세월동안 서신을 통해 하나의 사물을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음을 입증해 냈다. 이것이 “EPR(electron paramagnetic resonance) 패러독스(paradox)”이며 그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물리학상을 받게 된다. 그는 노벨상 수여식장에서 태극과 8괘문양이 그려진 옷을 입었는데, 이 의상 퍼포먼스는 그의 이론을 입증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동양학이 있었다는 감사의 표현이었다. 이 양자론을 입증시킨 동양학이 바로 체용이론인 것이다.

파동이론은 기존의 사고방식을 완전히 뒤집는 개념으로 현대물리학이 등장하는 배경이 되었다. 양자론으로 이 우주는 시간과 공간이 합일하여 움직이는 것으로 본다. 하나의 사물을 시간기준(파동)으로 볼 수 있고, 공간기준(입자)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사건기준으로 볼 수도 있고 물건기준으로 볼 수도 있겠다. 즉 하나의 사물이지만 전혀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양자이론이다. 무엇을 기준으로 정할 것인가는 관찰자가 임의대로 설정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은 이미 양자론에 의하여 증명되어진 개념이다. 이것은 바로 딜레마에 빠진 과학의 궤도수정이며 또한 동양학과 현대과학의 만남에 대한 반증이다.

문명의 축은 서양에서 동양으로 옮겨지는 과정에 있으며 과학은 지금까지 그렇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활기 정신건강증진 연구원장 철학박사 임주완>

<齊和 노장사상연구소장>

<활기 풍수원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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