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갖추면 횡재할 수도…“관광상품 가능성” 조상들이 쓰던 물건 마구 버려 돈주고도 못살 판

‘만원경매장’을 아시나요?

만원경매장은 경매가 만원부터 시작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로 골동상들이 모여 자구책으로 만든 곳인데 전국적으로 상당수에 이른다. 광주·전남·북 지역만 보더라도 광주에 2개, 전남은 목포와 나주, 담양 등 3곳에, 전북에는 전주에 3개, 남원, 김제, 부안, 흥덕 등 7개가 있다. 경기, 충청도는 물론 서울이나 경기도 등 전국 어디에 가도 만날 수가 있다.

이들 경매장에는 주로 수백만 원 대의 물건들은 나오지 않고 몇 만원에서 몇 십만 원, 간혹 백만 원대가 거래된다. 한 때는 가치를 알지 못해 흘러나온 엄청난 고가의 물건들도 있었다. 문중이나 서원, 양반가에서 간직하고 있던 고문서나 서원에서 보관 중이던 봉심안(임금의 명령이 적힌 문서) 혹은 유생들이 쓴 유생안들이 그것이다.

또 도자기, 그림 등 고가의 골동품도 심심찮게 나돌았으나 KBS 진품명품이 방영되고 누가 골동으로 ‘일확천금’을 만졌다는 소문이 나돈 뒤 고가의 물건은 꼭꼭 숨어버렸다. 팔고 살 물건이 없어지자 저가의 중국산 물건들이 그 자리를 채우는 바람에 ‘좋은 손님’은 대부분 자리를 떠났다.
만원경매장에는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거나 오래전에 골동에 손을 댔다가 현금화하기 위해 나오는 사람, 더러는 정년퇴직하여 연금생활을 하는 여유 있는 사람들이 옛날의 향수에 젖어 오기도 한다.
그러나 외국의 벼룩시장처럼 그 나라 고유의 물건들을 저렴한 가격에 사고파는 시장형태로 발전한다면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상인들의 주장이다. 어차피 고가의 물품들이 거래되기는 힘들기 때문에 진위를 떠나 기호품을 하나씩 장만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정년퇴직자나 골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 인테리어 소품이 필요한 사람들은 이곳에 가면 큰돈을 들이지 않고 의외로 좋은 물건을 구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경매장에서는 점심까지 그냥 준다.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이런 경매장을 찾아 골동에 대한 눈을 높이는 것도 좋은 일이다. 실제로 이 경매장에는 공무원 출신이나 주부들도 간혹 만날 수 있다. 한번 맛을 들이면 쉽사리 빠져 나오기 힘든 것도 골동의 세계다.

광주·전남·북 지역 ‘만원 경매장’을 돌아보면서 가장 안타깝게 느낀 것은 우리 조상들의 손 떼가 묻은 유품들이 버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급 자개농이나 뒤주, ‘근대사’로 불리는 유품들이 헐값에도 찾는 사람이 없어 ‘쓰레기 다발’처럼 취급받고 있는 것. 러시아에서 왔다는 한 무용수가 경매장 한 켠에 버려진 자개농문을 보면서 ‘원더풀’을 연발하자 경매장 주인이 거저 준일도 있다.

70년대 이농 바람이 불고 아파트 주거가 늘면서 가정에서 쓰던 항아리나 장롱 등을 버리고 떠난 경우가 허다했다. 누가 가져가지도 않아 빈집이나 동네골목에 버려졌다가 수집상들이 주어다 헐값에 팔았는데 지금은 이런 물건이 꼭꼭 숨어 찾을 수가 없다. 전북 부안이나 고창 흥덕에서는 이때의 항아리만 파는 항아리 경매장이 있는데 더 이상 좋은 물건이 나오지 않아 시들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지금도 가끔은 원 소장자들이 그 가치를 알지 못해 내놓은 물건들이 만원경매장으로 나오기도 한다. 이 가운데는 조선시대 문중사나 서원연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귀한 자료들도 들어 있다.
송만오교수(전북대)는 “귀중한 자료들이 허접한 박스에 담겨져 습기 있는 창고 같은 곳에 보관되고 있다.”면서 “우선 각 시·군에서 광범위하고도 치밀한 전적조사를 실시해 자료의 내용과 가치를 설명하고 적절한 보관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 가능하다면 도난과 화재의 경우를 대비해 자료의 이미지를 확보해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일선 시·군에 이러한 일을 기대하기에는 어렵다. 때문에 전문연구소를 설립, 공인된 기관에서 담당해야 하며 전문적인 연구기관에서 위탁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광주에서 추진되고 있는 한국학 호남진흥원 설립은 빠를수록 좋다는 게 학자들의 주장이다. 자료의 대부분이 70세나 80세에 이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손에 남아 있는 오늘날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그것들이 사장되는 일은 이제 거의 시간문제다. 당연히 하루 빨리 체계적인 조사와 정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데 이 일을 담당할 전문 연구 기관이 없어 안타깝다.

▲ 남원경매장
물론 이러한 일은 대학 내의 연구소나 또는 각종 박물관에서도 수행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함이 있다. 일의 진척 속도도 그렇거니와 전문 연구자들이 크게 부족할 실정이어서 체계적인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마도 호남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 사업을 대학 내 연구소나 박물관이 담당한다면 그 기간은 상당히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망실되거나 훼손되는 자료의 양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한국학 호남 진흥원이 설립되면 각 시·군 지역에서 보관 중인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연구하는 일이 더 빠르고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제대로 된 수장고를 설치해 소중한 자료들이 더 이상 망실되거나 훼손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박물관 등이 유물 구입비를 늘려 가치 있는 유물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물구입비는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세워 시·도립 박물관으로 내려 보내는데 그 액수가 너무 적다.

광주시립박물관이 연 7천여만원 정도이고 나머지 전남농업박물관 2천여만원, 전주 역사박물관 5천여만원 등이다. 일선 시·군은 유물구입비가 한 푼도 없는 곳이 허다하다. 지역 국립박물관의 경우는 모두 중앙박물관에서 유물을 구입해 주거나 대여하는 형태다.

이러다보니 지역적으로 귀중한 자료들이 나와도 안동의 국학진흥원 등지로 흘러가기 일쑤다. 실제로 현재는 귀중한 고문헌들이 나오지도 않지만 과거에 나온 것들의 상당수는 서울이나 경상도 쪽으로 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한국학호남진흥원이 출범해 자료수집에 나서더라도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전문연구기관이 생긴다면 집안에 보관중인 귀중한 물건들을 기증하거나 파려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관련학계의 진단이다.

▲ 환판 전남도지
광주·전남·북 지역의 만원경매장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국제경매까지 개최… 고가의 골동보관

◇국보예술경매회
국보예술경매회(대표 고용현)는 광주·전남지역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경매장이다. 지난 2007년부터 광주시 서구 마륵동 화훼단지에서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일요일 작은 경매를 실시한다. 여기서 거래되는 물건들은 주로 중국에서 가져온 민속품과 생활용품 등으로 비싸지 않은 현대의 공예품들이다. 물론 국내에서 만들어진 공예품과 그림도 있지만 일반소비자나 소매상을 위한 경매장이다.
경매사가 최저가를 제시하면 구매자들이 가격을 제시해 가장 높은 가격에 낙찰된다. 그러나 금액을 써내는 것이 아니라 바로 현장에서 말로 제시해 낙찰여부가 결정된다. 예술품 경매나 고풍스런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한번쯤 둘러볼 만한 곳이다.
지난 2월 13일 열린 경매장을 스케치한다. 얼른 봐서는 상당히 고가 일듯한 통나무판이 경매물건으로 나왔다. 나무값만 4만원이 넘는다는 이 통나무판은 1만원에 경매가 시작돼 4만 5천원에 낙찰되었다. 오래된 축음기도 4만5천원에 낙찰되었고 청화백자팔각도자기는 2만원에도 응찰자가 없어 유찰되었다. 고풍스런 느릅나무 경대도 찾는 사람이 없어 유찰되었다.

국보예술경매회는 국내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감정 및 경매회를 네 차례나 가진 바 있다. 이 경매 및 감정회에는 중국의 상하이 CC-TV 감정위원 등 최고 권위의 감정사들이 참여했을 정도다. 지난 2012년 5월 광주 김대중컨벤션에서 제 1회에 경매회를 가졌고 2회, 3회는 그해 11월 부산과 대구에서 연이어 진행했다. 이 경매회는 중국 북경 문물국 부국장이 직접 감정을 맡았다. 제 4회는 제주 오션 스위치호텔에서 3일간 열렸다. 이 경매회에는 1천여점이 출품되었고 중국의 그림 감정신동으로 불리는 성창연을 비롯 장영(도자기) 염가금(도자기) 등 최고의 감정사들이 참여했다.
국보예술경매회는 경매나 감정 이외에도 광주시 서구 월산4동에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중국 5대 관요의 하나인 긴요에서 제작된 추정가 120억원의 향로를 비롯해 자금성에 전시중인 작품과 똑같은 명나라 초기의 유리용호병, 청나라밥통, 명나라 황실도자기, 100여전에 제작된 신장옥으로 만든 학조각, 내몽고 박물관에 있는 것과 똑같은 기러기 모양의 작품, 원나라 때의 도자기 등 최소한 억단위에서 수십억단위의 예술품들이 수백여점 전시되어 있다.

중국영사관 앞쪽에 있는 전시장에는 중국의 문화재급 귀중품이 많기 때문에 중국의 골동 마니아들이 가끔 찾는다. 모두 진품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중국의 마니아들은 제품의 크기와 년대에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이런 귀중한 물품들이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있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 호남 유일의 야간경매장인 전주 한옥골 경매장
도자기와 목물이 많아
◇목포경매회
목포경매회(대표 박영베)는 목포 초입인 무안군 청계면 청계리에 있으며 매주 토요일 경매를 실시한다. 경매장은 200여평으로 주로 도자기와 목물이 많이 나온다. 이는 경매장 주인이 도자기와 목물에 밝기 때문이다. 새끼, 바가지, 덕석 등 민속품에서부터 근현대 도자기가 많이 나온다. 보성에서 만든 의거리장이 1천만원에 경매되기도 했다. 간찰이나 시집, 고서 등이 많이 나오지 않는 것은 이를 분간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류의 문건들은 주로 전주에서 거래되는데 고가의 것은 이미 대구, 경북이나 관공서에서 수집해갔다고 한다.

시내에 있어 도자기·회화 등 주로 취급
◇유당갤러리
유당갤러리(대표 박창균)는 광주시 동구 학동 구 목화예식장 2층에 있다. 예식장 건물이라 전시장(150평)이 넓어 회화에서부터 도자기, 목물 등이 비교적 많이 전시되어 있다. 경매는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오후1시 2회 실시된다.
박창균 대표는 건설업을 하면서 골동에 취미를 가진 것이 직업으로 바뀌었다. 경매장 옆에 따로 전시장이 마련돼 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도자기류, 그리고 유명 근현대작가의 회화도 상당수 전시중이다, 오지호 화백의 스케치작품, 고암 이응로, 오승윤의 작품과 감정을 받은 것은 아니나 이중섭의 ‘소’도 걸려 있다. 가품일 가능성도 크지만 이 곳 경매장에서는 가품으로 알고 경매되면 그만이다.
지난 2월 15일 토요일 경매현장에는 3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경매가 진행됐다. 이 경매장은 호남에서는 유일하게 앉은 의자에서 벨을 눌러 경매의사를 표시하는 비교적 현대적인 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며칠 전 국보경매에서 본 사람들이 상당수 있었다. 이들 상당수가 수집가이면서 상인으로 저렴하게 수집하여 경매에서 되팔기 위해 나오기 때문이다. 수집가와 상인이 반반 정도라는 귀띔이다. 이날 경매에서는 그다지 많은 물건들이 낙찰되지 않았으나 국내 3대 도예가의 한사람인 해강 유근형의 자기가 30만원에 팔렸다. 이곳 역시 몇 만원, 몇 십 만원 경매품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가끔 협의 경매로 몇천 만원 짜리가 거리된 경우도 있다.

박창균 대표는 “이런 작은 경매들이 시·군·구 단위 문화예술회관 등지에서 이뤄지면 주민들이 사용하지 않는 것을 가지고 나와 팔수 도 있고 바꿔갈 수 있지도 있지 않겠느냐?”면서 광주가 문화예술의 도시라면 이런 생활용품경매가 자주 개최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즉 이사를 갈 때 짐처럼 버리는 물건 가운데는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낭비도 줄이고 고티 나는 우리의 문화유산들이 쓰레기도 처리되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민속품 위주 경매 관객 많아
◇담양민속경매장
담양민속경매장(대표 김해영. 65)는 담양군 월산면 월산초등학교 건너편에 있다. 비닐하우스 매장으로 매주 월·금요일 오후 1시에 시작한다. 이곳은 민속경매장이란 이름처럼 민속품이 70%를 차지하고 나머지 30%가 골동품과 서적 등이다. 고가의 물건은 거의 출품되지 않고 몇 만원~10만원, 20만원 대의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간혹 몇 백만 원 대의 물건이 거래되기도 한다. 이용자는 대부분 순회 경매에 참여하는 상인이나 경매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이고 순수 컬렉터는 극히 소수다. 더러는 과거에 수집했던 물건들을 현금화하가 위해 찾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2월 17일 오후 1시부터 311회 경매가 야외에서 시작되었다. 주로 농기구나 생활용품 등이 거래되었는데 경매가격은 1, 2만원대가 대부분이었다. 3년 전에 12만원에 샀던 대형 도자기를 9만원에 처리한다고 말하는 컬렉터도 있었다. 이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가지고 나왔다는데 또 작은 골동품을 경매로 사는 것을 보면서 골동도 마약(?) 같다는 말이 실감되었다. 일제 골프클럽도 경매에 나왔으나 희망자가 없어 유찰되었다.
오후 2시부터 경매장에서 본격 경매가 시작되었다. 대형 비닐하우스 안은 도자기에서부터 회회작품, 희귀도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건들로 가득했다. 거래되는 제품은 거의 5만원 이하였다. 희귀도서 가운데 1950년 발행된 활판 김소월 시집(정가 800환)은 20여만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해영 대표는 건설업을 하면서 수석에 취미를 가졌던 것이 골동상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경매장에는 매일 50~60여명이 찾는데 이들에게 점심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적자를 보는 날도 허다하다. 김해영 대표는 “그래도 좋아하는 물건을 팔거나 살 수 있고 만져보는 재미도 쏠쏠하다.”면서 “우리 경매장은 추억의 상품이 많아 옛날의 향수를 떠올리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 나주경매장
나주반닫이·나주반 등 특화 계획
◇나주민속품경매장
나주민속품경매장(대표 서홍영)은 나주시 다시면 가운리에 있다. 광주에서 나주를 지나 목포로 가는 길가이자 영산포를 거쳐 목포로 가는 삼거리에 있다. 중등학교 체육교사 출신의 서홍영 대표가 지난 2012년 오픈했다가 3개월 만에 문을 닫은 뒤 지난해 가을 다시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주로 민속용품이 많이 거래된다. 집신을 짤 때 틀로 사용되던 신골 등 휘귀한 민속품이 있고 대형 항아리에서부터 나주반닫이, 나주반, 바구니, 벌통뚜껑, 병아리집, 반짓고리 등도 많다. 특히 이곳은 나주의 특산품으로 유명한 나주반이나 나주반닫이를 특화시켜 취급하고 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특히 우리고장 국·공립기관에 수장되어야 할 제품들이 경상도 등지로 팔려갈 때 가슴이 아픕니다. 가능하면 우리고장에 넘겨주고 싶은데 예산 때문인지 모르지만 찾지 않습니다.”
최근 오픈한 국립나주박물관에 가봤는데 나주반 등 나주 명품도 구비되지 않아 아쉬웠다면서 국·공립 기관에서 수장가치가 있는 제품에 관심을 가질 때 골동시장도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집을 매주 찾는 외국인도 있습니다. 우리가 볼 때는 시시할 줄 모르나 외국인들의 눈에는 신기하고 귀하게 생각되는 것 같습니다.”
안주인 유향숙씨는 “앞으로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하면 이런 것을 찾는 외국인들이 늘어나지 않겠느냐?” 면서 우리가 먼저 우리 것, 우리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고문서·족보 등 많이 나와
◇전주 경매장
전주경매장(47.대표 장태봉)은 토요일 오후에만 경매를 실시한다. 지난해 6월에 문을 열었는데 경매장이 현무1길 네거리 한복판에 있는데다 매장도 큰 편이어서 참여자가 많은 편이다. 민속품은 물론 족보를 비롯한 간찰과 고문서, 회화 서예 근현대사 제품이 많다. 진품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정조대왕행렬도 병풍을 비롯 조선후기의 용춤 그림이 그려진 백자(높이 57㎝), 반남박씨 대종보 전질 등이 나왔다.
매주 경매장에 들른다는 송만오 교수(전북대)는 “다른 경매장에 비해 고문서나 간찰, 솟장 등이 많이 나오는 편”이라고 말한다. 족보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송교수는 이날 전주경매장에서 반남박씨족보를 구입했다. .

이곳 역시 고가의 경매는 이뤄지지 않고 주로 5만원, 10만원, 20만원 정도로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 2월 22일 오후 경매에는 30여명이 경매장에 나왔다. 평소에는 50~60명이 나오는데 이날은 적은 편이라고 했다.
조선백자가 7만원에도 유찰되었고 일제시대 소화 18년 김00씨의 명치대학 졸업장도 유찰되었다. 이곳 경매장에서는 최용신의 초상화가 3,500만원에 낙찰된 적이 있었으나 현재는 하루에 기 백만원에 불과하다. 그래서 경매가 서는 토요일 이외에는 문을 닫아두고 있는 형편이다. 직원 급여에 사무실 임대비도 충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장대표 역시 취미로 골동을 취급하다 경매장을 열었는데 전망이 없다고 말한다.

광주·전남·북 유일한 야간 경매장
◇한옥골경매장
한옥골경매장(대표 나전성)은 광주, 전남·북에서 유일하게 야간경매가 이뤄지는 곳이다. 매주 수·금·토·일 오후 7시에 경매가 시작된다. 전주경매장에서 50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민속품이 주로 많다.
특징은 다른 경매장과는 달리 일반 수요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상인들은 주로 낮에 열리는 경매장을 돌면서 좋은 물건이나 돈이 남을 것 같은 물건을 낙찰받아 다른 곳에 파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옥골 경매장은 외지에서 전주를 찾은 관광객이나 전주 인근에 살면서 우리 민속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주로 찾아오는 것이다.
때문에 고가의 물건보다는 가볍게 살 수 있는 민속품이 많이 거래되는 편이다. 경매장 매대 뒤편에 세워진 나무 대문에는 수많은 민속품들이 걸려 있다. 족히 50년은 넘었을 LP판 묶음을 비롯하여 농기구, 독일제 축음기, 민화, 현대작가의 그림 등이 걸려 있다.

돌아다니며 골동구해오는 ‘가이다시’많아
◇죽림온천경매장
죽림온천경매장(대표 김장원)은 남원에서 전주로 가는 옛 죽림온천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1시에 경매가 시작된다. 죽림온천은 문을 닫은 지 오래고 경매장과 작은 슈퍼마켓 하나가 운영될 정도로 적막감이 돈다.
죽림온천 경매장은 편백숲에서 6개월간 운영하다 지난 2013년 3월 이곳으로 옮겼다. 죽림온천경매장은 김제 원평경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장원 대표가 2개의 경매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고객이 많은 편이다.
실내경매장에는 고가구를 중심으로 가마, 반닫이, 장식장, 자개농, 약장 등이 많이 진열되어 있다. 야외경매에는 이른바 ‘가이다시’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수집해온 물건이나 상인들의 물건이 경매에 붙여진다. 5년 역사의 원평경매장과 연계하여 경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단골이 많다. 이곳 경매장에서는 실비 2천원만 받고 점심을 제공해준다.
지난 2월 22일 오후에 치러진 경매에는 경남 하동, 함양과 광주에서 온 상인들이 가져온 물건이 경매에 붙여졌다. 저가의 그림은 실수요자들이 낙찰받아 갔다. 무명작가이지만 그림의 수준으로 봐서 괜찮은 10호짜리 수채화가 3만원에 낙찰되었고 남녀 목조 토루소 조각이 7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작품의 수준으로 보아 몇십만원짜리가 넘은 작품이었으나 응찰자가 없어 7만원에 팔렸다.

◇원평경매장
원평경매장(64.대표 김장원)은 김제시 궁산면 원평로에 있다. 골동품 전반을 취급하는 경매장으로 매주 월·화·금요일에 경매가 선다.
전북 최초의 경매장으로 죽림온천 경매장과 함께 운영하기 때문에 고객이 많은 편이다. 보통 50~60명이 찾는다. 점심까지 제공하면서도 현상유지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상당한 수완이 느껴진다. 주로 골동품과 고문서 등을 취급하고 있다. 고려청자에서부터 신라와 가야의 토기 등도 다량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토기는 값이 많이 나가지 않은 편이다.
“고문서는 안목싸움이지요. 아무리 가치가 높은 작품이 나와도 그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면 묶음으로 떨어내지요.”
김장원 대표는 한때 전주 일대에서 좋은 고문헌이나 문서들이 나왔지만 지역에서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경상도로 많이 흘러갔다고 말한다. 국가나 관에서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귀중한 문화유산들이 헐값에 팔려가거나 버려질 수 도 있다고 걱정한다.

아나로그적 삶을 보여주는 물건 많아
◇남원 골동품경매장
남원 골동품경매장(대표 장능환)은 매주 목·일요일에 열린다. 남원-전주간 도로에서 춘향터널을 막 지나 우측에 있다. 3년전 이곳으로 이전해 왔다. 주로 아나로그적 삶을 보완해주는 물건들로 무쇠솥 맷돌 절구통 등이 많이 거래된다.
건설업을 하던 장씨가 취미생활로 시작해 직업이 되었는데 우리문화에 대한 애정이 많다. 그래서 시간이 나면 지금도 농촌마을을 돌며 물건들을 직접 수집한다. 자신이 가져오지 않으면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 같은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2일 경매장을 방문했을 때 장대표는 110V 풍로를 사들고 들어왔다. 손풍로 다음에 나온 것으로 족히 40년은 넘는다.
“제가 직접 가이다시(물건을 수집하러 다니는 사람이라는 뜻)을 하기 때문에 매장이 굴러가지 그렇지 않으면 경매장을 그만두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우선 좋은 물건들이 나오지 않고 국민들이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쓰던 귀중한 자료들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풍조 속에서 골동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며칠 전 이 경매장에서는 돌베나무 고가구가 20만원에 낙찰되었고 작은 석등은 5만원, 큰 석등 10만원에 팔렸다. 하루 매출이 200~300만원에 불과해 이것만으로는 생계가 어렵다는 판단이 들어 매장축소를 추진하고 있다. 매장에는 의의로 수준 높은 한국화 서예들도 걸려 있어 ‘눈’이 있으면 좋으 그림도 구할 수 있다.

옛날 옹기 항아리 전문매장
◇부안마실 옛날항아리 경매장
부안 옛날항아리 경매장(55. 대표 허수용) 부안 IC 나들목에서 김선철씨와 함께 경매장을 운영하다가 최근 부안군 상서면 감교리 회시마을로 옮겼다. 경매는 매주 수요일 오후 1시부터 열리는데 옛날 항아리 경매장으로는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다. 매장 크기도 1,000평이 되는데다 경매가 열리는 날은 전국에서 최소한 50,60명이 찾는다. 많게는 100여명이 오는 경우도 있다.
“옛날 옹기나 항아리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한때 우리 조상들이 쓰던 물건들을 너무 소홀히 여긴 나머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것이지요.” 허 대표는 지금도 늦지 않았다며 조상들의 흔적이 스민 물건들을 소중히 생각하는 것이 문화시민이라고 말한다.
야외경매장에는 간장독 김칫독 떡시루 소줏고리 새우젓단지 방룽이 앵병 요강 나와 등이 있다. 실내에는 막대저울 탱화 청동화로 문짝 고가구 등 민속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신기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특히 호남은 곡창지대이기 때문에 항아리가 많고 항아리도 다른 지역과는 달리 배가 부르다.
경매장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옹기는 350만원이다. 크기는 작지만 희귀한 물건이어서 비싸게 팔렸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귀한 옹기나 항아리는 찾아보기 힘들고 일반 가정에서 쓰던 항아리가 대부분이다. 그것도 가끔씩 흘러나올 뿐이다.
현재의 경매장 운영자 허수용 대표는 원래 지역신문에서 일하다가 우리의 고문화에 대한 애정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 허대표가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것은 신뢰다. 물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고 필요한 사람이 경매에 참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초창기에는 이른바 수업료라는 것을 많이 냈습니다. 그래서 제가 경매를 하면서부터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신뢰를 얻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수리한 물건은 수리했다고 밝히고 합당한 가격을 제시하기 때문에 전라도는 물론 부산 대구 경기도 이천등지에서도 찾는다.
허수용 대표의 경매에 대한 생각은 첫째로 신뢰가 있어야 하고 둘째는 작품을 감정하는 눈, 그리고 섭외력을 꼽았다. 허 대표의 꿈은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옹기·항아리 매장을 만들어 애호가들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살아가는 것이 최대의 행복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이다.

20년간 항아리 장사하다 경매실시
◇대농민속당
대농민속당(44. 대표 김복인)은 매주 목요일 오후 1시에 서는 항아리 전문 경매장이다. 대농민속당이라는 이름으로 가게를 열어 20여년간 장사를 해오다 3년전 경매장 운영을 시작했다.
상인들보다는 일반 수요자들이 많다. 보통 10만원 내외의 항아리가 많이 거래되는데 ‘장난을 쳤다’고 표현되는 때깔나는 항아리가 비싼 편이다. 광주 쪽 항아리는 검은 빛이 나는 반면 고창이나 부안 등지의 항아리는 밤색바탕에 사슴이나 난초같은 그림이 선명하게 그려진 것이 많다. 당시의 도공들이 여기(餘技)를 부린 것인데 밋밋한 항아리보다는 예술적 느낌이 있어 비싸다. 그러나 항아리 값은 시대와는 별 상관이 없다는 게 김복인 대표의 말이다.
최근에는 거래된 젓이 없지만 항아리 하나에 200~300만원에 거래된 경우도 종종 있었다. 지금 이런 물건들은 거의 나오지 않고 박물관이나 대규모 식당에 전시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많다. 항아리는 크기나 높이를 따지지 않고 ‘몇 말짜리’냐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항아리들은 주로 1m~1.5m짜리인데 이정도 10말~15말들이 항아리들이다.

<지형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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