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 트라비아타
 ‘그대 눈동자를 위해 건배’
이 명대사는 영화 ‘카사블랑카’ 중 프랑스 파리에서 뜨거운 밀애를 나누던 일자(잉그리드 버그만)를 향해 릭(험프리 보가트)이 와인 잔을 들고 던졌던 사랑을 위한 건배사로 가슴 절절한 사랑이 묻어 있다.
이 건배사 이외에도 영화 ‘슈렉’에서 ‘그대는 이미 충분히 아름답소’와 노만 파마나 감독의 <커피, 티 오어 미?> 중 ‘커피를 원하세요? 혹은 나를 원하세요?’등의 건배사는 시대를 초월해 심금을 울려 주고 있다.
은막을 장식하는 연기자들은 오늘도 대형 스크린 속에서 술잔을 주고받으며 ‘사랑’‘사나이들의 우정’‘직업의식’‘애국심’ 등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 시켜 관객들에게 ‘시네마 천국’의 묘미를 새삼 각인 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영화 속에 명 건배사들을 모아본다.

‘마시자, 즐거운 잔 속에 아름다운 꽃이 피네 / 덧없이 흐르는 세월 이 잔으로 잊어 버리세/ 마시자, 사랑의 잔 흥분 속에서 마셔보세 / 그대의 고운 눈앞에 모든 근심 사라지네 / 마시자, 따뜻한 입술로 사랑의 잔 속에 참 행복 느끼리라’

이태리 작곡가 쥬세페 베르디의 대표적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La Traviata>(1853)중 ‘축배의 노래 Libiamo, ne'li calici’는 알프레드가 비올레타에게 느끼는 운명적인 사랑과 두 사람의 결합을 축복하는 연회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명곡이다.
비틀즈가 풋풋한 첫 사랑의 감정을 ‘And I Love Her’를 통해 찬미했듯이 ‘축배(祝杯)의 노래’는 영화, 오페라의 연회(宴會)의 흥겨움을 부추겨 주는 멜로디로 단골로 애용되고 있다.
뉴욕의 기업 사냥꾼 에드워드(리차드 기어)가 LA로 출장을 왔다가 거리의 여인 비비안(줄리아 로버츠)에게 신데렐라의 꿈을 실현시켜 준다는 로맨틱 코미디 <귀여운 여인 Pretty Woman>(1990).
두 사람은 사업상 1주일 동안 파트너가 된다. 정열적이고 순수한 심정을 갖고 있는 비비안. 에드워드는 그녀에게 이성으로 호감을 느끼고 그녀에게 청혼의 감정을 담아 오페라를 관람한다. 이때 선택한 작품이 바로 <라 트라비아타>.
‘나의 행복한 나날들, 모두는 그대 덕분이요’라는 ‘축배의 노래’ 가사는 에드워드와 비비안을 맺어주는 멜로디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비비안이 아파트 실내에서 에드워드와 비누 거품을 내면서 목욕을 즐기는 장면.
술잔을 들고 ‘어여쁜 아가씨, 내가 만나보고 싶은 아가씨, 아무도 그대만큼 예쁠 수는 없지요’라는 노랫말을 담고 있는 로이 오비슨의 로커빌리 송 ‘Oh Pretty Woman’선율에 맞추어 에드워드와 사랑을 자축하는 장면은 뭇 여성 관객들의 부러움을 자아냈다.

셰익스피어 원작을 극화한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and Juliet>(1968)을 발표해 비극적 순애보의 감동을 전파 시킨 연출자가 프랑코 제피렐리. 그는 플라시도 도밍고, 테레사 스트라타스 등 1급 테너와 소프라노 가수를 등장시킨 가운데 대형화면의 오페라 영화 <라 트라비아타 La traviata>(1982)에서 축배의 노래를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제리 맥과이어 Jerry Maguire>(1996).
승승가도를 달리던 스포츠 에이전트 제리(탐 크루즈). 직업에 환멸을 느껴 돈보다는 인간을 중요시해야 된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가 괘씸죄로 해고당한다. 고립무원 상태의 그에게 경리 일을 보던 미혼모 도로시(르네 젤웨거)가 따라 나선다. 제리는 레스토랑에서 술을 가미한 저녁을 하면서 '그대가 나의 부족한 면을 채워 주었으면 좋겠어'라고 도로시에게 속마음을 밝힌다. 청혼(請婚)의 뜻이 담겨 있는 이 만남을 계기로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서 독립 에이전트로 의욕적인 인생행로를 개척해 나간다.

할리우드 최장수 시리즈 영화가 <007 제임스 본드>.
숀 코넬리의 <007 두 번 산다 You Only Live Twice>(1967)는 사나이들의 유명한 건배 장면이 담겨 있어 회자되고 있는 작품이다. 제임스 본드는 일본에 도착하여 M국 현지 주재원을 만난다. 그 주재원은 본드가 즐겨마시는 마티니를 조제해 주면서 ‘젓지 말고 흔들어라 shaken, not stirred’를 말하면서 술 접대를 한다.
이 대사는 긴박한 첩보 임무 와중에 본드가 여유로움을 즐기는 장면을 떠올려 주는 동시에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첩보원의 임무를 격려해 주는 명 건배사로 각인된다.

탐 크루즈의 <잭 리처 Jack Reacher>(2012).
무고한 시민 5명을 살해한 용의자를 법의 심판대에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잭 리처. 주위의 관심을 거부하면서 ‘내가 영웅 같나? 난 영웅이 아니야. 난 잃을 것 없는 떠돌이일 뿐이지’라고 자조적인 말을 내뱉는다. 그가 숙소로 돌아와 냉장고에서 꺼내 마시는 주류가 보드카 스미노프(Smirnoff)다. 1860년 러시아의 표도르 A. 스미노프가 개발한 독주(毒酒)는 군수사관 출신 잭 리처(톰 크루저)가 완전 범죄를 노리는 암살 사건 배후를 파헤치면서 느끼는 고독감을 토로하는 소품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무엇을 원하는 것이죠?”
“제가 원하는 것이요?, 바로 당신이죠!”
마약 거래상을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자 시도하는 데일(멜 깁슨). 그가 범죄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극제를 제공한 것은 바로 카페 여주인 조 앤(미쉘 파이퍼)였다.
칵테일 ‘데킬라 선라이즈’를 주고받으면서 데일은 직설적인 구애(求愛)의 감정을 드러낸다는 것이 로버트 타운 감독의 <불타는 태양 Tequila Sunrise>(1988)이다. 칵테일(Cocktail)의 일종인 ‘테킬라 선라이즈 Tequila Sunrise’는 그룹 이글즈가 원산지 멕시코에서 우연히 마신 뒤 황홀한 맛에 취해 즉석에서 팝송 ‘tequila sunrise’를 작곡하게 만들었다는 술이다.
혀끝을 자극하는 독특한 맛 때문에 남녀 모두에게 환영을 받고 있으며 록 밴드 롤링 스톤스(Rolling Stones) 리더 믹 재거(Mick Jagger)도 1972년 멕시코 공연 당시 이 칵테일에 빠져서 다음날 숙취(宿醉) 상태에서 공연을 하도록 만들었다는 일화를 남겼다.
술이 약한 이들은 멕시코 산 토속주 테킬라를 빼고 오렌지 주스와 석류 시럽만을 넣어서 만들기 때문에 데이트 코스 연인들에게 ‘사랑의 밀어(密語)를 속삭이도록 유도하는 칵테일’로 환영 받고 있다.

“참 신기하군, 몰리. 마음속의 사랑은 영원히 간직할 수 있으니 말이야”
-<사랑과 영혼> 중 샘의 대사.
“예술도 자연도 이제까지 그대보다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 내진 못했소”
-<테스> 중 알렉의 대사.
<사랑과 영혼> <테스>에서 감칠맛 나는 분위기를 풍겨 주었던 명구처럼 술잔을 기우리면서 연인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로맨스 드라마의 감칠맛을 증폭 시켜 주는 설정이 되고 있다.
반면 <킹덤 오브 헤븐 Kingdom of Heaven>에서는 “적 앞에서 결코 두려워하지 말라. 늘 용기 있게 선(善)을 행하고 생명을 걸고 진실만을 말해라. 약자를 보호하고 의(義)를 행하라. 그것이 너의 소명이다”라고 단합주(團合酒)을 권한다. 전쟁터에서 주고받는 음주는 애국심과 동포에 대한 감정을 격려하는 자극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제임스 딘의 출세작 <에덴의 동쪽> 중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괴로운 것이다”라는 대사는 부친으로 부터 냉대를 당하고 있는 자녀가 술에 취해 자신의 처지를 푸념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택시 기사 시선으로 뉴욕의 여러 풍경을 묘사한 마틴 스콜세즈 감독,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1976). 이 영화에서는 “너도 알다시피, 인간이 한 직업에 종사하다 보면 그 직업이 그의 모습이 되는 거야!”라며 동료와 술잔을 기우리면서 장년들이 겪는 직업의 애환을 토로한다.

소년이 외계인에게 술잔 대신 초콜릿을 손에 쥐어 주는 스필버그 감독의 <이티 E.T: the Extra-Terrestrial>(1982)에서는 “여기서도 행복할 수 있어. 내가 너를 돌봐 줄께. 어느 누구도 너를 해치지 않게 할 수 있다구. 우린 같이 자랄 수 있단 말이야”라며 지구인과 우주인이 갈등이 아닌 화합의 기회를 개척해 나가자는 제안을 한다.
남일해가 발표한 1960년대 트로트 가요 ‘축배의 노래’에서는 “한 송이 순정의 꽃 뉘에게 바치리까 마음의 창문을 나에게 열어주오 술잔을 높이 들어 청춘을 노래하면 이 밤은 즐거 우리 인생은 즐거우리”라고 찬양한 바 있다.

◇ 이경기< dailyost.com 발행인>
저작권자 © 한국시민기자협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