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80년대 ‘全日매스컴센터’로 우뚝 , 광주일보가 무등빌딩으로 떠나면서 쇠퇴일로


▲ 전일빌딩
‘금남로 1가 1번지’는 호남언론 일번지이다. 호남을 대표하는 언론이 탄생하고 커온 유서 깊은 터전이다. 1928년 일제 강점기 때 광주일보를 시초로 전남신보, 호남신문, 전남일보(광주일보전신), 광주일보까지 90여 년 동안 신문사들이 둥지를 틀었던 곳이다.
‘전일빌딩’의 ‘전일(全日)’은 ‘전남일보’의 약칭이다. 1962년 이 터를 인수한 당시 전남일보(광주일보 전신) 남봉 김남중 사장은 1964년 10월 12일 새로 빌딩을 지으면서 ‘전일회관’이라고 명명하고 친필로 정초석에 새겨놓았다. 4년 뒤 전일회관 북쪽 7층이 완성되었다. 1층 윤전실, 2층 공무국, 3층 편집국이었다.
남봉은 1952년 2월 10일 당시 충장로 1가(1번지다방자리)에서 전남일보(광주일보전신)를 연 뒤 십 여 년 동안 시내 몇 군데를 돌아 1962년8월, 금남로 1가1번지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그 이후 광주일보는 42년 동안 이 건물을 여섯 차례나 증축하며 몸집과 함께 사세를 넓혔다.
필자는 1971년 구 전남일보에 입사하여 2001년 퇴사할 때까지 1970년대, 80년대, 90년대 등 만 30년을 전일빌딩에서 보냈다. 이 시절은 60년이 넘은 광주일보 역사 중 가장 융성했던 30년이었다.

황금기는 1970년대였다. 1971년 4월24일 전일방송을 열고 1975년에 금남로 쪽으로 정문을 낸 연건평 4,935평, 10층 건물을 완공, 대전 이남에 가장 큰 종합매스컴 센터로 우뚝 섰다. 편집국은 7층으로 옮기고 시청률이 상승일로인 전일방송은 TV개국도 꿈꾸게 되었다.
절정은 1977년 11월 18일이었다. 이날 남봉 회장은 회갑을 맞아 배달소년 학비일체와 사원자녀들 대학등록금을 모두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언론계에서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대학생 자녀 두 명을 둔 사원들도 있었고, 등록금이 비싸 못 갔던 치대로 전과한 사원자녀도 있었다. 이 제도는 3년째 계속되다 1980년 신문사 통폐합 때 막을 내린다.

▲ 전남일보 종간호
1980년대는 격동기였다. 1980년 5·18 광주민주항쟁으로 10일간이나 신문이 발행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자율정화라는 이름으로 많은 기자들이 쫓겨났다. 김종태사장이 온 정력을 쏟아 부어 날로 번창하던 전일방송(VOC)이 11월 17일 문을 닫았고 같은 날 전남일보와 전남매일이 통합되었다.
이름도 바뀌었다. 12월 1일, 28년간 써온 전남일보라는 이름을 내리고 광주일보가 되었다. 하루아침에 직원이 배로 늘어 비만해진 광주일보는 무경쟁 독점체재를 8년여 누렸다. 1988년 무등일보를 필두로 우후죽순처럼 새 신문들이 생겨났다.
1984년 10월 월간예향을 창간하고, 1988년 납 활자를 없애는 컴퓨터 시스템을 도입했다. 공무국 인원 70%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일부는 무등빌딩 관리요원 등으로 구제되었다. 반면 새로 생겨난 신문사에서 스카우트 열풍이 불었다. 직원들의 이동이 심했다.
1990년대는 시련기였다. 1992년 광주일보는 창간40주년을 맞아 744페이지나 되는 <광주일보40년사>를 펴냈다. 그때만 해도 광주지역 일간지는 5개였다. <40년사>는 ‘광주일보의 20년 후’를 이렇게 그렸다.
“한 도시에 한 개의 신문사가 대세인 미국처럼 광주일보도 중앙지와의 경쟁에서 완전 승리하여 지역의 주독지로 자리 잡는다. 종합정보센터로서 창사 1백주년을 향해 더욱 힘차게 전진해 나갈 것이다.” 이십년이 지난 오늘의 현실은 그 바람과는 너무 다르다. 지금 광주에 일간신문 수는 20여개를 헤아린다. 광주일보 창사 60년사는 발간되지 않았다.
광주일보는 1997년 IMF경제위기에 큰 타격을 입었다. 전일빌딩은 대형 입주업체들이 잇달아 빠져나가 텅텅 비어갔다. 신문사도 몇 차례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줄이며 버텼으나 5~6년이 지나도록 그 타격에서 회복되지 못했다. 광주일보는 주인이 바뀌어 2004년 전일빌딩을 떠났다. 광주일보가 빠져 나가고 낡은 전일빌딩은 이제 새 운명을 기다리고 있다. 헐릴 것인가? 리모델링 될 것인가?

김종남<전 광주일보 논설실장. 광주전남언론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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