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고성중 기자] 강남 청년의 ‘소셜벤처 주스’ 이야기

 이 기사는 청년 창업을 돕기위한 기사 입니다.

“후배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려고요. 소셜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해독 주스 전문점을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겁니다.”

이제 딱 1년이 지났을 뿐인데 소셜벤처 (주)머시주스의 문정한(35) 대표는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소셜 프랜차이즈 방식은 이렇다. 1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자질, 성품 등을 평가해 5명을 선정한다. 이들에게 월 30만원 정도 저축하게 한다. 1년 후 1인당 4백만원, 5명 합해 2천만원이 모아지면 회사에서 8천만원을 무이자, 5년 상환 조건으로 빌려준다.

5명은 협동조합을 만들어 1억원의 출자금으로 머시주스 점포를 내고,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한다. 머시주스가 아니어도 괜찮다. 다른 브랜드를 원하면 회사가 브랜딩도 도와준다. 문 대표가 계산해보니 1억원 정도면 마땅한 점포를 낼 수 있고 하루 1백만원 매출이 가능하다. 1인당 월 250만원 정도의 월급을 가져갈 수 있다.

창업 1년 만에 연 30억원 매출 기대

작년 6월 2일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첫 점포를 낸 머시주스에 대해 누군가는 대박이라고 했다. 이른바 ‘디톡스 주스, 해독 주스’ 바람의 진원지 중 하나이고, 창업 1년 만에 직원이 12명으로 늘었고, 연매출 30억원을 내다보고 있으니….

대박이라는 표현 속엔 운이 좋아 뜻밖에 행운을 얻었다는 뜻이 담겨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결과지상주의의 세태를 상징하기도 한다. 그러나 머시주스의 성과는 요행이 아니었다. 뼈저린 실패와 철저한 준비과정의 결과였다.


(주)머시주스 문정한 대표
“2007년 늦게 군복무를 마치고 창업을 결심했어요. 그러나 아버지의 반대가 컸습니다. 그래도 완강히 고집을 굽히지 않자 아버지께서는 그래도 2년 정도 직장생활은 해야 한다, 창업을 하더라도 그때 하라고 하셨어요.”

지나고 보니 아버지 말씀은 나름 이유가 있었다.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인간관계와 신의를 배우길 바란 것이다. 문 대표는 ‘2년 약속’을 지켰고, 그곳에서 만난 동료 2명과 2009년 사업을 시작했다. 온라인 의류쇼핑몰이었고, 여성 소비자를 겨냥해 레깅스를 팔았다. 하루 200장 이상 팔 정도로 사업을 잘 되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친했던 선배에게 1억원 사기를 당했어요. 그 여파로 잘 나가던 쇼핑몰을 더 이상 운영하기 힘들어 문을 닫았습니다. 같이 일했던 동료에게 말했어요. 이쯤에서 헤어졌다가 2년 후 다시 만나 또 시작하자고.”

첫 사업 실패 후 직장 다니며 제2 창업 준비

3명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문 대표는 캐나다 유학생활에서 익힌 영어 덕에 영어학원에 취업할 수 있었다. 강사일을 하면서도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궁굴렸다.

“평소 커피보다는 주스, 스무디 등을 좋아했습니다. 처음에는 새 사업 아이템으로 스무디전문점을 생각했는데 시장상황이 좋지 않았어요. 착즙 주스로 방향을 틀었어요. 해독 주스라는 점을 부각시켜 ‘몸에 자비를 베풀자’는 메시지를 담아 브랜드를 자비를 뜻하는 '머시(mercy)'로 정했습니다.”

문 대표는 본격적인 창업준비에 앞서 틈틈이 주스 재료를 공부했다. 과일, 채소별로 함유된 영양소를 익혔고, 레시피를 개발했다. 그 과정에서 마신 주스는 셀 수 없다.

어느 정도 주스 제조 노하우가 쌓이자 그는 2013년 6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개최한 소셜벤처 경연대회에 참가했다. 영세농가의 과일, 채소를 직거래로 구매해 농촌경제를 활성화하고, 소셜 프랜차이징 방식으로 청년창업을 지원하다는 내용을 뼈대로 서류를 준비했다.

대회는 예상보다 경쟁률이 높았다. 창업부문에만 255팀이 참가했고, 이중 10개팀만 선정되었다. 머시주스는 입상명단에 들지 못했지만 2014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문 대표를 비롯해 팀원들은 작년 2월 위탁운영기관인 (사)씨즈에 입주해 본격적인 창업준비에 들어갔다.

“약속대로 쇼핑몰 친구를 불렀습니다. 이제 때가 되었다고요.(웃음) 군대 후배, 영어강사 때 동료도 합류해 5명으로 준비팀을 꾸렸습니다.”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대상자로 선정…브랜딩에 집중

머시주스는 창업육성 자금으로 3천만원을 지원받았고, 무엇보다 브랜딩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머시주스라는 이름에 디자인을 통해 특징적인 이미지와 느낌을 불어넣는 일이었다.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심볼, 패키지, 매장 인테리어, 홍보인쇄물이 완성되었다.

문 대표는 매장 자리를 알아보려 뜨거운 상권으로 부상한 가로수길 일대를 샅샅이 훑었다. 워낙 인기상권이라 임대료가 만만치 않았지만 발품을 판 만큼 비교적 괜찮은 점포를 구할 수 있었다. 직장생활로 모은 돈과 창업지원금을 합해 점포를 오픈했다. 유학 가서 공부한 부동산학과 경제학이 큰 도움이 되었다.

문 대표가 확신한 대로 머시주스는 1주일 만에 일매출 1백만원을 올렸다. 한 달이 다 되었을 쯤 2백만원을 훌쩍 넘겼고, 심지어 3백만원까지 올린 적도 있었다. 입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다소 생소했던 디톡스 주스(해독 주스)가 널리 회자되었고, 그만큼 머시주스도 잘 팔렸다.

“될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3개월이 지난 작년 9월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에서 연락이 와서 잠시 안테나숍을 운영했고 올 4월 정식 입점했습니다. 6월에는 신세계백화점 죽전점, 7월에는 인천공항에도 들어갑니다.”

문 대표가 꼽는 머시주스 인기비결은 해독작용을 하는 ‘클린스(cleans) 주스’이다. 해독 주스라는 새로운 음료 카테고리를 구축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6병 한 세트로 제공되며, 하루 동안 식대 대신 6병을 마시면 몸 안의 독소가 배출된다는 설명이다.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머시주스는 최근 성수동 아파트형공장에 공장을 마련했다. 하루 1,500병 생산규모를 갖췄고 HACCP(식품위해요소중점기준) 인증도 받았다. 착즙 과정에서 열을 차단해 영양소를 유지하는 ‘콜드 프레스’ 방식으로 현재 하루 500병 정도를 생산한다. 자체 온라인 쇼핑몰도 오픈했다.

체계적으로 공장,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기 위해 제조 및 유통법인으로 ㈜인테그리티그룹도 설립했다. 인테그리티(integrity)는 진실성을 뜻한다.

‘청년을 일으키는 청년’의 당당한 발걸음

머시주스는 소셜벤처 경연대회에 제출한 내용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경남 거창, 진주의 영세농가에서 사과를 직거래로 구매한다. 사과는 머시주스의 기본 재료로 가장 많이 사용된다. 소셜 프랜차이즈 사업도 작년에 시작했다. 올 10~11월쯤이면 소셜 프랜차이즈 1호점이 문을 열 예정이다. 물론 회사에서 8천만원을 지원한다. 신생 기업으로서 부담스런 금액이다.

“저도 20대 후반부터 사업을 시작했고 쓴맛도 봤습니다. 뭔가를 해보고 싶어도 자본이 없어 포기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걸 잘 알지요. 저도 겪어봤으니까요. 사업준비를 하면서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 미국의 소셜 벤처 사례를 보며 소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보자 마음먹었습니다.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요.”

머시주스는 2016년까지 소셜 프랜차이즈 매장을 8개, 40명의 청년창업가를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산술적으로 올 10월부터 두 달에 하나 꼴로 머시주스 협동조합 매장이 생기는 것이다. 머시주스는 공장에서 만든 주스를 공급하고 경영 관련 교육을 실시한다. 공장 설립은 안정적인 제품 공급을 위한 포석인 셈이다.
한국형 소셜 프랜차이즈 모델을 만들겠다는 ‘머시 청년’의 꿈이 착착 현실로 옮겨지고 있다.

‘청년을 일으키는 청년’의 발걸음이 당당하다.

[출처] 강남 청년의 ‘소셜벤처 주스’ 이야기 -(주)머시주스|작성자 세모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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