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완 교육컬럼]창의적 개념 디자인
[강동완 교육컬럼]창의적 개념 디자인

영화 역린의 마지막 대사 중용 23장 ‘기차치곡장’其次致曲章을 해석한 말이 늘 떠오른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나고 겉에 배어나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진심을 다하는 사람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나라가 지난 50년 간 고속 경제성장을 하였기에 경제력이 OECD 국가 중 10위권에 든다고 한다. 여기까지도 놀라운 일이다. 과학을 전공한 나로서는 논문을 쓸 때 주제를 생각하고 1차 문헌리뷰를 한다. 이 문헌리뷰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확정한다.

그런데 일부 학생들의 태도를 보면 대부분 남의 주제를 살짝 바꿔서 카피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것에 만족한다. 바쁘기 때문이다. 교수생활 34년 동안 나도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았지만 나만의 주제를 지속적으로 하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다가 세월을 보냈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즉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나의 연구 개념을 실제화하지 못했지만 인문학과 치의학을 소통하려는 노력은 많이 했다.

그리스 신화에 보면 지구의 탄생을 입을 쩍 벌린 모습으로 표현하고 그곳을 ‘카오스 chaos’라고 표현했다. chaos에서 1600년경 플랑도르의 화학자 얍 밥티스타 헬포트가 석탄이 탈 때 생기는 증기를 연구하고 모양이나 형태가 없는 증기를 카오스의 표본으로 chaos에서 o를 생략하고 ch를 g로 바꾸어 개스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구강내서 치과질환으로 이가 빠지고 잇몸이 병든 상태를 카오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정확히 진단해 통증 없이 음식을 맛있게 씹을 수 있게 하는 것은 cosmos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인문학적 사고에 의한 개념이 중요하다. ‘커피숍’하면 작고 아담한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새로운 개념을 경험한 적이 있다.

나는 지난 한가위 휴가 때 강릉에 있는 한 커피숍을 들렀다. 거의 대형 공장 수준이다. 이층의 구조인데 올라가는 계단에서도 커피를 오순도순 마실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입구에서 들어오는 데 30여분 기다리고 주문 후 다시 30분을 기다리게 된다. 커피 한 잔을 마시는 데 1시간이 걸리는 데 우리는 이것 자체를 슬로우slow 마심이라 생각했다.

우리나라가 GNI 기준 3만불 고지를 넘었고 새로운 고지에 도전하는 데 무엇이 절실히 필요할까? 무엇보다 더 끈질긴 마음 자세를 가지고 새로운 개념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빨리 빨리가 아닌 끈질긴 정신으로 창의적 개념의 디자인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을 중시해야 한다. 기본이 없이는 응용을 잘 할 수 없고 창의적 개념으로 진화하기도 어렵다.

현재 우리가 3만불 고지를 넘는데 2006년 2만불 이후 12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이를 넘어 세계선도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이 되는 인문학과 과학의 융합으로 창의적 기술 개념을 디자인하기 위한 도전과 노력이 존중받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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