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의 어린잎으로 만든 삐삐떡을 아시나요? 화려한 모양과 감칠맛‘전라도 떡’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지’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 ‘어른의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을 얻어먹는다.’
우리가 자주 쓰는 이런 속담들 이외에도 떡에 관한 수많은 속담들이 전해온다. 떡이 그만큼 우리생활과 밀접하다는 증거다.
실제로 떡은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니라 세시마다 의미를 달리해 떡을 빚었다. 떡에는 우리민족의 정서가 담겨 있는 것이다. 우리조상들은 떡을 만들면서 화목, 협력, 인내를 배우고 이웃과의 공동체의식을 키워갔다.

또한 떡은 쑥, 모시풀, 송기, 치자, 오미자, 감 등의 재료를 자연에서 채취함으로써 신비스러운 색상과 효능을 갖고 있다. 자연의 모양을 본 따 빚음으로써 형태도 아름답다. 특히 식품배합이 매우 합리적이어서 영양 과학적으로 우수한 식품임이 증명되고 있다.
백설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떡은 콩, 잡곡, 과실류, 견과류, 채소류, 한약재, 향신료 등이 가미되어 영양소간 상승효과를 가져다준다. 그래서 예로부터 약식동원의 조리법으로 발달되어 왔다.
떡은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주로 먹는데 나라마다 주 재료가 다르고 지역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우리 떡은 주로 멥쌀을 주재료로 시루에 찌지만 중국은 밀가루를 주재료로 굽는 것이 많다. 일본은 찹쌀가루를 주재료로 하여 치는 떡이 많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각 고장마다 특색 있는 식재료가 생산되기 때문에 떡도 특징이 다르다. 서울경기지방은 떡의 종류가 많고 화려한 모양을 한 것이 특징이며 여주 산병, 개성 경단, 백령도 김치떡 등이 대표적이다.

충청도는 증편, 곤떡, 꽃산병 등이 주를 이룬다. 경상도는 과일을 이용한 떡이 많다. 상주지방의 감설기떡, 밀양지방의 쑥구리단자, 거창송편, 도토리찰시루떡, 망개떡 등이 그렇다. 강원도는 화전민들의 감자송편, 도토리송편, 옥수수보리개떡, 언감자떡 등을 많이 먹고 제주도는 밭작물을 이용한 떡으로 오메기떡, 빙떡, 도돔떡, 조침떡, 감제침떡 등이 있다.
전라도의 떡은 우선 모양이 화려하고 풍부한 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감칠맛이 난다. 또 국내 최고의 곡물 산지답게 감을 이용한 사치스런 떡에서부터 약초로 만든 떡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른 지방에 비해 훨씬 많다. 감시루떡, 감인절미, 나복병, 수리취떡, 고치떡, 삘기로 만든 삐삐떡(삘기송편), 깨떡(깨시루떡), 감단자, 꽃송편, 구기자떡, 콩대끼떡, 모시떡, 모시송편, 밀기울떡, 호박고지떡, 보리떡, 복력떡, 송피떡 등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름도 있다.

감시루떡은 감 껍질을 말려 가루로 만든 것이고 꽃송편은 오색으로 만든 송편 위에 오색의 떡반죽으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어 부친 떡이다. 양반가에서 많이 만들어 먹었다.
삘기송편(삐삐떡)은 멥쌀가루에 삘기를 섞어 만든 전라도 지방 특유의 송편이다. 삘기란, 포아풀과의 여러해살이 풀인 띠의 어린 새순으로 들치근한 맛이 난다.

떡은 세시에 따라 다르다. 대표적인 것이 설날의 가래떡과 추석의 송편 등인데 이것 말고도 철에 따라, 여러 가지 재료와 모양으로 떡을 만들어 먹었다. 긴 가래떡은 재산이 쭉쭉 늘어나라는 의미고 엽전모양으로 써는 것은 재화가 충분하기를 기원하는 뜻이다 .
정월대보름에 먹는 약식은 까마귀가 왕의 생명을 구해 주어서 그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으로 까마귀가 좋아하는 대추로 까마귀 깃털색깔 같은 약식을 만들어 먹었다는 전설이다. 중화절(음력 2월 1일)에 먹는 노비떡(큰 송편)은 노비의 나이대로 떡을 주어 격려했으며 삼짓날은 진달래 화전 곱장떡, 개피떡을, 한식에는 쑥절편이나 쑥단자를 먹었다.

사월초파일에는 느티떡, 장미화전을 단오에는 수리취 절편을 유두에는 상화병, 밀전병, 떡수단을, 삼복에는 증편 주악, 추석에는 송편, 시루떡, 중양절(음력 9월9일)에는 국화떡, 상달에는 팥시루떡(고사떡), 동지에는 찹쌀 경단을 납일(동지 뒤 세번째 미일)에는 골무떡을 먹었다고 되어 있다.
또 통과의례에 따라 떡을 달리했다. 출생 전후에는 삼신상, 삼칠일과 백일, 첫돌에는 백설기, 붉은차 수수떡, 오색송편, 첫돌에는 인절미, 오색송편, 수수경단, 학문적 성장을 촉구하는 책례에는 속찬 오색송편, 속비운 송편, 경단을 만들었다.
혼례 때는 봉치떡, 달떡, 색떡을, 회갑에는 백편, 꿀편, 승검초편, 인절미, 화전, 주악, 부꾸미, 단자 등 웃기떡을, 제례에는 녹두고물편, 꿀편, 거피팥고물편, 흑임자고물편, 인절미, 주악, 산승, 단자 등을 만들었다.

생활의 서구화, 핵가족화, 가정의례의 간소화, 쌀 생산량 부족, 제과·제빵의 발달 등으로 한 때 떡이 설자리를 잃어 가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 관심이 고조되고 있어 다행스럽다. 재료와 분량의 표준화와 과학화, 만드는 법의 간소화, 포장의 과학화 등이 이뤄지고 쉽게 굳지 않게 하는 기술과 급속냉동에 의한 저장법 등이 개발돼 국내는 물론 떡의 세계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모찌”나 미국의 “햄버거”처럼 떡을 세계인이 즐겨 찾는 의미 있는 우리의 ‘떡세상’이 ‘떡하니’ 펼쳐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쓴이 고대희(서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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