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기획 이유진 × 조아라 'Be-Muse : 맺고 풀고' 展

<Be-Muse : 맺고 풀고>는 비평이 없는 편이 가장 ‘올바르게’ 설명 될 수 있다. 수전 손택은 <해석에 반대한다> 에서, 해석이 과학적 계몽주의로부터 시작된 일종의 정당화, 의식적 행위임을 서술한 바 있다. 수전 손택이 반대하는 해석이란 일련의 법칙을 예증하거나 암호를 만드는 것. X가 사실은 A를 나타낸다는 것을, Y가 사실은 B라는 것을, Z가 실은 C라는 것을 계속해서 번역해 내는 일이다. 이유진 × 조아라 'Be-Muse : 맺고 풀고' 展은 2021. 12. 1 (목) ~ 2021. 12. 12 (월) 까지 전시한다.

갤러리도스 기획 이유진 × 조아라 'Be-Muse : 맺고 풀고' 展
갤러리도스 기획 이유진 × 조아라 'Be-Muse : 맺고 풀고' 展

현대의 많은 여성 미술가들은 부권(父権)적 언설이 지배되기 이전의 언어를 향하여 작품을 생산해왔다. 동시에 자신의 삶에 대해서, 주어진 이 세계의 언어로 번역해야 하는 딜레마를 마주쳐왔다. 프로이트에게 텍스트뿐만 아니라 개인의 사건들도 모두 해석을 위한 사례였던 것처럼, 여성은 특히 익명의 뮤즈, 즉 정당화에 안달 난 텍스트로서 취급되어 낱낱이 분해되고 해설 되고 설명 되고 번역 되어 왔다.

여기, 그나마 주어졌던 자기 증명의 과정조차 전 지구적 질병의 상황으로부터 압수당한 예술가(조아라)와 죽음이 예정된 공생 위에서 일상을 받아들이는 예술가(이유진)가 있다. 그들은 서로의 뮤즈가 되기로 결정 하면서, 복잡한 언어로 그들의 관계를 설명하기보다 어떠한 ‘말 없음’(요가, 침묵 드로잉, 요리 등)을 선택한다.

그들의 작업노트 등에서 드러나듯, 이들이 함께 하는 모든 행위는 불교의 공(空) 개념으로 이어진다. “공(空)은 무(無)가 아니다. 모든 것은 관계 속에 있다.” (2021.3.14. 조아라 에세이) 공 개념의 핵심은 결국 진리는 언어화 할 수 없다는 것, 동시에 만물은 연결성을 통해 존재하게 된다는 것에 있다.

갤러리도스 기획 이유진 × 조아라 'Be-Muse : 맺고 풀고' 展
갤러리도스 기획 이유진 × 조아라 'Be-Muse : 맺고 풀고' 展

두 사람은 각자 서로를 뮤즈화 함으로써 스스로 해석을 생산한다. 그리고 그를 언어로 번역하기보다 합동 창작이라는 비언어적 해석 ー 다시 일상을 만드는 회귀 과정 ー 으로 되돌리고 있다. 침묵과 함께, 그들의 중간 지점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형태 무언가는, 연기(緣起) 즉 모든 존재의 동시적 상호 의존성으로서의 흔적이자 결과물이다.

나는 일부러 비워둔 이 침묵의 의자에 (많고 많은 것들 중에서도) 부디 비평을 끝끝내 끌어 앉혀 시끄럽게 떠드는 일 따위는 되도록 하고 싶지 않다. 그것은 폭력적 언어로의 귀환이며, 공을 ‘무’로 치환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들을 배신하는 일처럼 보인다.

두 여성 작가가 자기(뮤즈) 앞에 ‘Be-’를 붙인다면, 창작자와 뮤즈를 관조하며 떠들던 비평가의 위치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다른 인연의 조각들이 그러했듯이, 조아라와 이유진 사이,잠깐 앉거나 주변부를 빙글빙글 도는 방식으로 나와 관객들이 함께 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한국시민기자협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