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경을 자랑하는 서해의 섬들이 해저터널과 해상교량으로 연결되면서 서해안 지도가 확 바뀔 전망이다. 국내 최장이자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긴 보령해저터널이 내달 30일 완공된다. 2019년 개통한 원산안면대교에 이어 해저터널까지 정식 개통하면 대천항과 태안 안면도를 잇는 국도 77호선이 완성된다.

2010년 12월 착공한 보령해저터널은 길이가 6,927m에 달해, 개통되면 보령시 대천항에서 원산도까지 차량으로 6분, 원산도에서 영목항까지는 4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그동안 국도 77호선 대천항~안면도 구간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었지만, 육지를 75㎞나 우회해야 했다. 90분이나 걸리던 길이 해상교량과 해저터널 개통으로 80분이나 단축된 셈이다.

해저터널의 가장 낮은 지점은 해수면으로부터 80m, 해저면으로 55m 밑이다. 국내 해저터널 중 가장 깊은 바닷속에 위치한 터라, 연중 평균 18~19도의 온도가 유지된다. 공사 과정에선 난관도 있었다. 화약 발파 등 공정 대부분이 해수면 아래서 진행됐기 때문에 시공 과정에서 암반 사이로 나오는 바닷물 유입 차단이 모든 공정의 1순위 과제였다. 공사는 암반 폭파 이후 굴착 작업을 한 뒤 콘크리트를 쏘아 붙이는 나틈(NATM)공법으로 진행됐다.

상·하행선 각각 2차선으로 분리된 터널은 경사가 4~5도쯤으로 완만한 내리막길로 만들어졌다. 터널 안에는 교통사고나 화재 위험에 대비해 690m마다 상하행으로 유턴할 수 있는 연결통로가 설치됐다. 공사는 터널 북쪽인 원산도와 남쪽인 신흑동 양방향에서 굴착해 중간 지점에서 만나도록 설계됐다. 공사 도중 일부 구간에선 강도가 무른 석탄암 주변에서 해수가 터져 나와 현장 기술자들이 사투를 벌이기도 했다. 보령해저터널 개통과 함께 원산도와 효자도 간에 인도교 건설도 진행돼 인근 도서지역의 접근성도 훨씬 좋아졌다. 이로 인해 서해안 관광벨트 구축에 큰 기여를 할뿐 아니라 경제적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령시와 태안군은 터널 개통에 맞춰 인프라 구축 등 관광객 맞이에 매진하고 있다.

보령시와 태안군은 지난 5월 '미래지향적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두 지자체는 국도 77호선 연결을 계기로 공간적 만남을 넘어 정책적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해 손잡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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