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기획 표주영 '푸른 노트' 展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는 비워내는 것만큼이나 쌓으며 다져가는 것도 중요하다. 생의 한가운데로 가기 위한 과정에는 후련하게 지우고 솎아내야 할 것들도 파다하지만 덮고 접합하며 포용해야 할 것들 또한 반드시 동반되기 때문이다. 인간과 사람으로서의 고매한 격을 의미하며 특히나 예술가의 이러한 격은 작품의 결로 상응되며 갤러리도스 기획 표주영 '푸른 노트' 展은 2021. 11. 24 (수) ~ 2021. 11. 30 (화)까지 전시 된다.

갤러리도스 기획 표주영 '푸른 노트' 展 안내 포스터
표주영 '푸른 노트' 展 안내 포스터

표주영의 작업은 내면적 성숙의 과정을 담는다. 순수함에는 경계와 한계가 없으니 무한하다. 어떠한 것으로도 구분되고 분간되지 않으므로 모호하고 흐릿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차분한 호흡이 실린 화면을 바라보고 있자면 일정한 범위에 거리끼거나 얽매이지 않는 열린 공간으로서 우리로 하여금 존재에 대한 성찰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전통한지의 경우 나무를 채취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쪄서 껍질을 벗기고 물에 담가 부드럽게 만들고 삶고 씻어서 표백하고 두드린 후 뜰 수 있게 만들고 건조시키고 다듬는 등 열 단계가 넘는 공정에 의해 생산된다. 흔들고 물에 의해 흘려보내는 수고로운 절차들은 하나하나 층을 쌓고 결을 형성시키며 한 차원 더 넓은 세계로의 진화를 도모하는 작업의 방향에 잘 부합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택한 자르고 붙이고 칠하고 그리는 방식은 삶의 정규 과정을 이수하는 방법이라고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겹쳐지고 드리우고 스며들고 흡수되는 효과를 통해 인간의 격과 인생의 결이 디졸브되는 것이다. 이처럼 작가가 삶이 놓인 자리에서 온유한 호흡으로 시간의 맥을 잡아주었기에 우리는 우아하고 섬세하게 시간의 무늬가 수놓인 한 편의 삶을 경험하고 희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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