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몸과 마음이 하나 되어 빚어낸 보석 같은 것이기 때문일 겁니다.

[한국시민기자협회 정덕구 기자]  사람이 빚어가는 보석

▲ 이보라 소설가
우리나라에 보석의 도시가 있다 해서 다녀왔습니다. 전북 익산을 찾아 금광마을 근처에 자리 잡은 보석 박물관부터 둘러보았습니다. 옛날 왕과 왕비의 순금 장신구부터 옥을 깎아서 만든 불상뿐만 아니라 다이아몬드가 촘촘하게 박힌 티아라(tiara)까지, 들여다보는 대로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 눈부신 아름다움이란, 자연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원석을 사람이 채굴하여 갖은 보석으로 재생시키기까지 쏟아 부었을 연마(硏磨)의 공이 내는 빛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누가 “진신사리(眞身舍利)는 어디에 있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 뚱딴지같은 소리에 관람객 모두 어리둥절했지만, 이곳에는 없고 미륵사지로 가면 볼 수 있다고 보석 박물관 가이드가 대꾸했습니다. 그렇다면 내친 김에 사리도 보고 가야겠다 싶어 익산 미륵사지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미륵사는 백제 무왕과 그의 부인 선화공주가 이상사회를 꿈꾸며 창건했던 당시엔 동양 최대의 규모였다는 사찰입니다. 그러나 적멸보궁(寂滅寶宮)은 터만 남았고 그 절 마당에 사리기를 품고 서있던 석탑마저 허물어져 보수공사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미륵사지 석탑 바깥에서 사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두고 2500여년 전 석가모니부처님의 구슬모양 뼈가 맞다 아니다,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리가 빚어내고 있는 침묵의 빛은 그저 오롯이 영롱하여, 조금 전까지 박물관에서 들여다보고 온 그 어떤 보석보다 눈부신 감동을 자아냈습니다. 그것에는 함부로 탐내거나 훼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사리라고 하는 것이 모든 바깥 경계에 흔들림이나 번뇌가 없는 상태의 사람 몸과 마음이 하나 되어 빚어낸 보석 같은 것이기 때문일 겁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원인 없는 결과가 있을 리 없다며 따지고 드는 세상을 살아가며, 나는 사리를 신비의 눈으로 바라보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는 인연 있는 존재들과 관계 맺으며 살아가다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결국 육신은 흙, 물, 불, 바람으로 흩어져 사라지지만 이 세상과 인연 맺은 동안에 사람으로서 잘 쌓아올린 공덕이 사리로 남았습니다. 아름다운 원석은 자연이 만들어냅니다. 보석 같은 사리는 자연의 이치에 부합하려 수행하는 사람의 영혼이 저도 모르게 몸속에 빚어가고 있을지 모릅니다.

이보라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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